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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우둔한 ‘밀어붙이기(눈사태형) 정석’ 대박

Management - 우둔한 ‘밀어붙이기(눈사태형) 정석’ 대박

‘바둑의 성인’ 우칭웬 9단 아마추어 대국 구경하다 창안 … 창조적 사고가 히트상품 낳아



빠른 변화는 개인은 물론 기업에도 큰 부담이 된다.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잘 나가던 기업도 언제 문을 닫을지 알 수 없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늘 ‘위기’를 입에 담는 게 결코 엄살이나 과장이 아니다.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고 거기에 편승하는 것이다. 유행은 비즈니스 트렌드를 반영하고 대중의 인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다. 바둑의 유행에서 비즈니스 시사점을 찾아보자.



포석·정석도 유행 탄다포석과 정석은 바둑의 중요한 기술 부문을 일컫는 말이다. 매스컴이나 일상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이 됐다. 포석은 바둑판에 돌을 배치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포진의 형태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정석은 모범적인 수순으로 이뤄진 정형화된 모양으로서 통상적으로 포석 단계에서 자주 등장한다.

재미있는 건 바둑의 포석과 정석이 의상이나 노래처럼 유행을 탄다는 것이다. 바둑 잡지에는 유행 포석이나 유행 정석이란 칼럼이 자주 등장한다. 포석은 사회의 트렌드처럼 시대별로 유행이 있다. 1970년대에는 현금과 같은 실리를 중시하는 소목 포석이 유행이었다. 1980년대에는 세력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화점 포석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에는 중국식 포석이 유행했다. 소림류, 대각선 포진, 미니 중국식 같은 다양한 포석이 인기 상품으로 떴다가 시장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1도]는 1970년대에 유행한 소목 포석이다. [2도]는 나중에 유행한 중국식 포석이다. 이런 식으로 초반에 두는 포석의 형태가 시대에 따라 변화를 보인다. 이런 포석 유행의 흐름은 거부할 수 없는 세상의 조류와 같다. 프로기사들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포석스타일이 있지만 대부분 유행의 조류에 편승한다. 예를 들어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은 일본에서 귀국한 후 줄곧 집차지에 유리한 소목 포석을 사용했다.

그러나 화점의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한동안 화점 일색의 포석을 전개했다. 화점 포석이 유행할 때 다른 포석을 쓰면 넓은 넥타이가 유행할 때 좁은 넥타이를 매는 것처럼 왠지 촌스러워 보인다. 유행의 흐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포석을 고집하는 기사가 있는데 돈키호테 같은 느낌을 준다.

유행은 새 것을 좆아 변덕을 부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항상 새로운 스타일이 나오는 건 아니다. 과거에 유행한 복고풍이 다시 유행의 물결을 타기도 한다. 마치 예전에 인기이던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부활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복고풍이 나타날때는 과거와 똑같은 형태로 나오지 않고 뭔가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 나타난다.

18세기의 일본 기성 슈사쿠 명인이 애용한 ‘수책류’ 포석이 있다. 고풍을 풍기는 이 포석은 옛 유물처럼 여겨져 현대의 유행에서 멀리 사라진 듯했다. 이걸 몇몇 기사가 새롭게 선보였다. 그런데 옛날 스타일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이 가미된 ‘리메이크 수책류’였다.

포석이 시대적 조류라면 정석은 구체적인 상품에 비유할 수 있다. 정석이 시장에 출시되면 신상품으로 대중의 각광을 받는다. 먼저 전문가 계층인 프로기사들이 사용하고, 점차 아마추어 바둑팬 계층으로 확산된다. ‘우주류’라는 매력적 바둑을 구사한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은 ‘3연성 포석’을 유행시킨 주인공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별들이 전쟁을 벌이는 듯한 다케미야의 바둑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도 우주류 바둑을 흉내 내는 팬이 많았다. [3도]에서 이 바둑의 흑처럼 폭넓은 영토를 구축하는 것이 우주류다. 이 포석에서 백8로부터 흑15까지 두는 정석은 한때 너도나도 애용한 정석이다.



정석 진화하듯 제품도 업그레이드 필요그런데 정석 시장의 부침을 보면 비정한 데가 있다. 고객이 조금이라도 불만을 느끼면 그 정석은 이내 시장에 사라지고 만다. 한때 인기였던 정석이 흘러간 옛 가수처럼 뒤안길로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다. ‘정석 대사전’에는 지금까지 나온 여러 가지 정석이 망라돼 있는데 올드 정석으로 전락한 게 많다. 마치 플로피 디스크나 OHP와 같이 신상품에 밀려 퇴출된 신세가 된 것이다.

유행의 흐름과 변화의 와중에서도 인동초처럼 살아남는 정석이 있다.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자장면이나 전주비빔밥처럼 변함없이 고객의 사랑을 받는 상품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석이라고 해도 똑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건 아니다. 조금씩 개량된 형태로 제공된다. 기존의 제품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그것을 보완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원래 불만이 별로 없는 상품이었는데 성능이 나아졌으니 팬들의 인기를 끄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석 중에는 기존의 상품에 비해 매우 파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있다. 하얀 한복을 입은 소리꾼 장사익이 바이올린·트렘펫을 켜는 관현악단과 합주를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기존의 발상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파격적인 정석이 가끔 나타난다. 이런 상품은 특별하기 때문에 시장의 주목을 끈다. 요즘 인기가 있는 페이스북도 사이버공간에서 친구를 사귀고 소통을 하는 파격적인 상품이다. e메일이나 전화로 의사전달을 하던 상황에서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서로의 소식을 올리고 공감하며 교류를 하게 됐다.

파격적인 상품은 대박을 낳는 경우가 많다. 한국 바둑을 세계 최강으로 올려놓은 파격적인 ‘한국류 정석’은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에베레스트로 보였던 일본 바둑을 꺾는 이변을 낳고 세계 바둑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싸이의 말춤도 기존의 춤과는 다른 엉뚱하고 코믹한 파격으로 순식간에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어쩌면 비즈니스에서 단기간에 대박을 터뜨리려면 이와 같은 파격적인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정석은 상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기성 즉 바둑의 성인으로 추앙 받는 올해 100세의 우칭웬 9단은 젊은 시절 새로운 정석을 창안해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창안한 소목 정석 중에는 ‘밀어붙이기 정석’ 또는 ‘눈사태형’이라는 유명한 모양이 있다. 이건 우 9단이 우연히 아마추어의 바둑을 구경하다가 고안했다. 고수들은 생각지않는 수를 아마추어가 두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어 창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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