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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만 챙기는 듯한 애플 ‘ 독 묻은 사과’ 욕먹어

수익만 챙기는 듯한 애플 ‘ 독 묻은 사과’ 욕먹어

기부금 액수 따라 기업 이미지 갈려… 中 정부도 앞장서 사회공헌 부추겨



2008년 원촨(汶川) 대지진으로 8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4월 20일 또다시 강진이 발생했다. 사상자 수가 1만명을 넘어 5년 전 악몽이 되살아났다. 피해 주민들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원촨 대지진 때 거액을 기부한 중국 삼성은 이번에도 6000만 위안(약 108억원)을 지원한다. 대만 팍스콘은 5000만 위안, 벤츠 2000만 위안, 토요타 1000만 위안 등 기부행렬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많다.

2008년 원촨 대지진 당시 중국에서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지진피해 복구와 희생자들을 위한 성금 및 자원봉사 열기가 전국적으로 끓어올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평가가 시작된 것 또한 이 시기부터였다. 당시 많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성금 및 구호품 제공에 앞다투어 참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업이 기부한 돈의 액수가 소비자들이 그 기업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척도처럼 작용하면서 논란이 됐다. 통큰 기부금으로 덕을 본 기업은 차 음료 메이커 자둬바오(加多寶) 그룹이다.

‘왕라오지(王老吉)’ 음료를 생산하는 자둬바오는 발 빠르게 1억 위안의 기부금을 냈다. 당시 기업이 내놓은 성금 중 가장 많은 액수였다. 이를 계기로 왕라오지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다. 왕라오지는 곧 바로 ‘국민 음료’로 사랑을 받았다. 전국적인 소비열풍이 불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이미지 제고 효과를 봤다. 두산은 쓰촨성 내에 있는 굴착기 170여 대를 모아 피해 복구현장에 긴급 투입하는 한편 굴착기 기사들의 비용 일체를 지원했다. 이러한 활동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며 중국인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었고, 두산의 이미지가 좋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두산은 2012년까지 중국시장에서 8년 연속 고객만족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재벌이었던 완커(萬科)는 자둬바오의 5분의 1 수준을 기부하는데 그쳐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다국적 기업인 코카콜라·KFC·노키아·P&G 등도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내놓았다가 구두쇠라는 핀잔을 들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은 기업의 기부금 리스트를 공개하고 생색내기 식 느낌의 성금을 낸 기업 상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였다.



기부금 많이 내자 ‘국민 음료’로 칭송최근 중국 관영 CCTV는 애플을 ‘올해의 나쁜 기업’으로 선정했다. ‘소비자의 날’ 특집 보도를 비롯해 각종 뉴스에서 애플의 애프터서비스 부실을 쏟아냈다. 중국시장에서 애플은 혁신뿐만 아니라 탐욕의 아이콘이다. 수익만 거둬갈 뿐 기업사회공헌활동(CSR)은 전무한 대표적 외국기업으로 꼽힌다. 심지어 애플을 ‘독 묻은 사과’라고 부르는 등 반감을 표출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애플에 대한 반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중국의 환경보호단체가 공동 발표한 ‘애플의 이면’이라는 리포트는 쑤저우(蘇州)·둥관(東莞)·선전(深圳)지역 애플 공급업체의 직원안전 관리, 환경오염, 인권문제 등을 지적했다. 중국 언론은 애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부족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애플은 중국시장의 특성을 간과했다. 외국기업이 중국 내에서 이윤을 얻은 만큼, 응당한 책임을 지고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꽌시(關係)’의 영향이 큰 중국에서는 불특정 소비자와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준법 경영뿐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기업의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몇 년 전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선진국의 무역장벽으로 간주했던 중국 정부지만 최근 환경 보호,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CSR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2006년 ‘중국 기업의 CSR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회사법을 개정해 CSR 조항을 명시했다.

또 환경오염 기업 신용대출 제한, 그린 정부조달제도, 환경감독 측정 관리방법 도입, 순환경제법 등 관련 법제화를 한층 강화했다. 이런 분위기는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질적 성장 및 분배를 주요 골자로 하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CSR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선활동 또는 공익사업차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1년 KOTRA가 중국 진출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0%가 별도의 CSR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시행하는 기업의 경우도 대부분 직원복지 및 단발성 기부 위주여서 전략적 CSR을 수행하는 기업은 소수다. 중국 내 나라별 CSR 순위에서도 한국은 6위로 부진하다.

외자기업의 CSR 평균 점수는 12.5점인데 비해 한국 기업은 8.4점이다. 중국 CSR 컨설팅기관인 신타오는 CSR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기업은 중국 정부의 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에 CSR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정부뿐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위기에 봉착할 수 있으므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CSR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앞서 보았던 성공적인 CSR 사례의 공통적인 특징은 환경·지역 개발·노동 등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문제를 자사의 핵심역량과 긴밀하게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단순한 봉사 활동이나 사회공헌 등 본연의 임무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먹거리 창출과 연결될 수 있도록 스마트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기업의 핵심 역량을 융합시킨 CSR 모델의 구축은 필수적이다.

CSR을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 달성을 위해 필요한 핵심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앞서 말한 두산의 CSR 활동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건설 중장비)을 CSR 활동에 알맞게 사용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실질적으로 기업의 이윤 창출을 이끌어낸 효과적인 전략이다.



고용창출·기술 전수와 연계한 CSR지속가능한 CSR 구축도 중요하다.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에 대해 아프리카 주민의 반중(反中) 감정이 일고 있다. 이는 중국의 원조가 아프리카에 대한 자원 개발 및 투자를 위한 것으로 현지 고용 창출과 기술 전수 효과가 적다는는 인식을 줬기 때문이다.

향후 CSR 사업 추진에도 이러한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가치사슬 과정에 걸친 전방위적인 CSR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기술전수형 CSR이나, 직업 교육, 창업 지원, 고용창출 등 현지 주민의 장기적인 미래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CSR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정부 및 공공기관과 연계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공공기관도 CSR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업의 성공적인 CSR 전략 구축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의 내실 있는 CSR 모델 구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아무리 내실 있는 CSR 활동을 하더라도, 현지 사회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홍보활동이 없다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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