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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해외서 검증된 금융상품 들여오겠다

Money Tech - 해외서 검증된 금융상품 들여오겠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 … 시장의 탐욕·공포 매몰되면 투자 함정 빠지기 쉬워



“국내 금융시장에 돈은 많습니다. 그런데 돈이 갈 곳이 없어요. 2000년대 중반에는 주식형 펀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채권으로 돈이 몰렸어요. 최근에는 둘 다 매력이 줄었습니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사장의 국내 금융시장 평가다. 그는 한국 ‘펀드매니저 1세대’의 대표 주자다. 24년 동안 외길을 걸었다. 1988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해 1996년까지 주식형 펀드를 운용했다. 1998년 현대투자신탁으로 자리를 옮긴 후 정보기술(IT) 기업 투자 붐으로 탄생한 ‘바이코리아 펀드’를 직접 운용했다.

그 후 약 10년 간 동방페레그린투신·현대투신·템플턴투신·PCA투신을 거친 후 2005년부터 친정인 한국투신운용으로 다시 돌아와 총괄 부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았다. 당시 동원투신운용과 합병 후 서로 다른 기업문화로 혼란을 겪던 회사를 안정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9월 펀드매니저에서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합병 한화자산운용의 초대 사장을 맡았다.

그는 답답한 흐름이 이어진 국내 자산시장의 탈출구로 해외 투자와 대체투자(AI)를 제시했다. 국내 자산시장이 침체돼 해외 시장의 금융상품 수익률이 오히려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를 위해 공급 측면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창의적인 금융상품 개발, 수요 측면에서는 해외 투자와 대체 투자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산운용 시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1900선은 지키는 만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멘텀의 부재로 활력이 없다. 저성장·저금리에 고령화까지 진전되면서 1990년대 초반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일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서 매력을 찾기 어렵게 되자 금융시장의 돈이 길을 잃은 형국이다.”

시중에 금융상품은 굉장히 많지만 막상 투자처를 찾기는 어렵다.

“자산운용사의 책임이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 돈은 많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의 자본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수요는 많은 셈이다. 그런데 공급 쪽에서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시하지 못했다. 과거 시장에 확연한 트렌드가 있을 때는 그것에 편승해 과실을 땄는데 지금 경제 여건에서는 여의치 않다.

수요 측도 너무 소극적이다. 운용사에서 대안을 제시해도 경험하지 않은 상품에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과거 사례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도 있다. 2000년대 중반 원자재·부동산 등 대체 투자처와 신흥시장에 뛰어들었다가 크게 데인 경험 때문이다. 이런 요소가 얽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생겼다고 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돈이 갈 곳이 있을까?

“해외와 대안 투자 쪽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아직 국내에서 개발이 안 된 미개척지지만 분명 커질 분야다. 과거에 이쪽으로 눈이 덜 간 이유는 국내 시장의 기대 수익률이 높아서다. 금리가 5~6%에다 주식도 상승 기대감이 있었다. 굳이 환 리스크를 지면서 해외 주식을 쳐다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2%대 금리에 주식의 기대 수익률도 높지 않다. 따라서 괜찮은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해외 주식·채권의 인기가 높다. 주의할 점은?

“시야를 넓혀야 한다. 과거 해외 투자는 선진국 시장을 완전히 외면했다. 그동안 해외 투자라고 하면 주로 신흥시장만 봤다. 이런 시장은 한국 시장보다 변동성이 크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대개 우리에게 알려졌을 때는 이미 꼭지에 오른 경우가 많다.

수 차례 경험했듯 그때 가면 잠깐 먹는 듯 하지만 경기 방향성이 바뀌면 반 토막 나기 십상이다. 최근 선진국, 특히 미국 시장은 먼저 경제 회복을 하고 두 자릿수 수익률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익률만 나온다면 안정되고 체계가 잡힌 선진국 시장이 투자 대상으로 안성맞춤이다.”

해외 투자와 관련된 운용 계획이 있나?

“아무래도 국내 운용사가 직접 나가 투자하는 건 경쟁력이 부족하다. 신흥시장에서는 빨리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처럼 오래 성장했고 시장이 크며 기라성 같은 운용사가 수백 개나 있는 곳에서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각 시장에서 검증된 상품을 ‘펀드 오브 펀즈(FoF)’ 방식으로 들여오는걸 고려 중이다.”

해외 상품 도입이라면 합작사보다 국내 운용사가 불리하지 않을까?

“외국계 합작 운용사야 본사에 요청하면 되니 상품을 들여오기 쉽다. 그러나 외국계 운용사는 합작사의 상품만 갖다 팔 수 있다. 이에 비해 순수 국내회사는 상품 선택에 제한이 적다. 해외 상품을 펼쳐놓고 카테고리마다 좋은 상품을 따로뽑아서 교섭할 수 있다. 특히 선진국 시장은 교과서적으로 펀드 분류가 잘 돼있어 카테고리 별로 좋은 운용사를 고르기 쉽다.

순수 국내 운용사가 오히려 상품을 유연하게 구성할 있다. 단, 이런 과정에서 해외 상품을 고르고 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실물을 고르는 금융이 아니라 금융을 고르는 금융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전 세계 운용시장은 이미 엄청난 규모의 펀드 오브 펀즈 시장이 여러 층으로 형성돼 있다. 한국은 그동안 작은 국내시장에 치중해 늦은 편이다.”

주목할 만한 대안 투자 상품에는 무엇이 있나?

“최근에는 해외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부동산을 많이 소개한다. 역시 펀드 오브 펀즈로 이쪽에 특화된 운용사의 펀드를 사는 형식이다. 선진국의 SOC가 대체 수명이 됐기때문에 이 방식의 전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자원 투자는 앞으로 다변화할 것이다. 대개 자원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고 보는데 그건 초기 투자에 국한된 얘기다.

최근에는 개발 단계별로 투자 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도 있고, 일정매장량이 검증된 곳에서 수익률이 보장되면 투자하는 세컨더리 마켓도 있다. 유정 광구개발 단계에 따라 리스크가 낮으면서 수익률이 나오는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다. 헤지펀드는 특정 펀드에만 투자하기엔 아직 이르다.”

투자자들에게 조언 한말씀.

“투자는 시장 가격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탐욕과 공포라는 투자자의 기본 속성상 시장 가격에는 항상 그로 인한 오해가 묻어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정한 가격의 근거가 되는 논리가 적합한지 파고들다가 발견한 틈은 투자의 기회가 된다. 이것을 잘 찾아내려면 시장에서 좀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다. 너무 매몰돼 있으면 시장이 만드는 오해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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