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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장례비 무서워 못죽을 지경

Retirement - 장례비 무서워 못죽을 지경

장의·묘지비용 500만엔 넘어 … 무연묘·공동묘 늘어



죽기도 힘든 시대다. 돈 때문이다. 만만찮은 ‘마지막 여비’ 부담이다. 천문학적인 장례비용은 인생의 최후조차 금전 압박에 시달리게 만든다. 장례비용은 고령국가의 골칫거리다. 마지막 ‘거대쇼핑’으로 부르는 게 값이다. 그렇다고 장례를 치르지 않을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부에선 저비용 장례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도 이제 시작이다. 평균 장례비가 1000만원을 넘어섰다. 고령 인구의 증가세를 보건대 장례는 유망한 실버시장이다. 수요증가로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외동 자녀로선 적잖이 부담스럽다. 일찍부터 장례비를 모으는 노인 인구가 반가울 정도다.

고령 국가답게 죽음은 일본 매스컴의 단골 이슈다. 이방인에겐 의아할 정도로 장례에 관한 특집·출판이 쏟아진다. 주요 잡지 커버스토리로도 자주 등장한다. 2010년엔 『장례는 필요 없다(葬式は要らない)』는 책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길거리에서도 장례는 친숙한 단어다. 지하철 광고판엔 무덤 광고가 적지 않다.

죽기 전에 납골당을 예약하면 편리하다고 홍보한다. 부동산 광고처럼 ‘지하철역에서 가깝다’는 문구도 있다. 실제 도심에 가깝고 편리한 도영 묘지의 경쟁률은 꽤 높다. 연말연시에 사후의 묘를 찾아보자는 모임도 많다. 패키지로 묶어 후보 물건을 탐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사후 묘 찾는 연말연시 모임 유행장례를 둘러싼 여론은 몇 가지로 나뉜다. 무연고 고독사의 증대, 불합리한 장례비 부담, 성장성 큰 장의시장, 장례문화의 개혁 등이다. 배경엔 노후 난민이 아니더라도 본인 장례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일본 국민 전체의 공통 관심사다. 불안감이 결코 노인 세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장례에 관심을 갖는 계층은 40대 후반부터 60대가 주류다.

특히 중년 여성의 위기감이 대단하다. 아내의 평균 수명(86.44세)이 남편(79.59세)보다 훨씬 길어 남편에 이어 본인 사후까지 직접 챙겨야할 처지라서다. 외동딸이면 부모 장례까지 맡아야 한다. 일본 장례업의 핵심 고객은 여성이다. “여성의 장의 상담과 계약이 부쩍 늘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부부 단위의 생전 예약도 아내가 주도권을 쥐는 사례가 많다.

장례 불안의 핵심은 고비용이다. 그만큼 일본의 장례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통계에서든 일본의 장례비용은 턱없이 비싸다. 묘지 선정 때 가장 중시되는 변수 중 하나가 비용 부담이다. 묘에 관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묘지 선택의 최우선 순위는 가격이다(메모리얼아트, 2009년). 가격·유지비(94.9%)가 가장 중요한 변수인 가운데 접근성(94.2%), 관리 주체(84%), 교통 편의(83.8%), 주변 경관(67.6%) 등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비용 항목을 보자. 장례비용은 크게 장의비용과 묘지비용으로 나뉜다. 장례비는 평균 231만엔이다(2007년 일본소비자협회).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은 256만3000엔인데 다행히 업계의 경쟁 격화로 2003년(305만엔)보다 약 50만엔 줄었다. 장례 후의 묘지비도 비싸다. 땅값부터 묘석·관리비까지 감안하면 부르는 게 값이다.

천차만별이지만 묘석비용만 전국 평균 170만엔대다(전국우량석재점모임, 2009년). 장례무용론 관련 책을 쓴 시마다 히로미(島田裕巳)에 따르면 각국 장례비는 미국(44만엔)·한국(37만엔)·독일(20만엔)·영국(12만엔)으로 일본이 월등히 높다(1990년 기준). 1990년대부터의 디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일본의 장례비는 당시나 지금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자. 시사지 ‘주간 다이아몬드’가 뽑은 견적서다. 참석자 100명의 장례식을 도쿄에서 치르는 경우다. 비용은 크게 3가지다. 장례식·화장 등 일반적인 장의비와 음식비, 포시(布施)·계명(戒名)료 등 승려(절) 사례금으로 나뉜다. 최대 비용은 제단이다. 크기와 화려함에 따라 비용은 천양지차다. 재장(齋場)화장장 등의 민영·공영 여부도 금액을 좌우하는 변수다.

공영이 민영의 최대 5분의 1 수준이다. 다만 공영은 수가 적어 멀리 찾아가면 각종 이동비용이 더 든다. 이런 제반 비용을 합한 장의비만 140만엔이다. 여기에 음식비(54만엔)와 승려 사례금(68만엔)을 합하면 도합 256만엔대다. 승려 사례금에 대한 반발도 많다. 6글자의 불교식 이름(戒名)과 2시간의 독경 비용이 68만엔이다.

묘지비용은 장례비용보다 더 든다. 묘지 건설 땐 크게 영대(永代) 사용료·묘석비·관리비가 필요하다. 영대 사용료는 토지사용권을 얻는 비용이다. 관리비(연간)는 묘지의 공유 부분 청소·관리 용도다. 도쿄 민영 묘지의 경우 영대 사용료와 묘석비를 합해 200만~500만엔대다. 묘석비는 100만~200만엔(45.6%)대가 일반적이다.

전국 평균은 176만3000엔이다(2008년). 도쿄의 경우 영대 사용료(170만엔)와 묘석비(110만~210만엔) 외에 연간 관리비(1만5000엔)를 합해 300만엔대가 평균치라는 통계도 있다. 지방이면 100만엔대 초반에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가격은 2000만엔대도 있다.

결국 묘지 종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최근 저렴한 묘지는 단신(75만엔)·부부(95만엔) 등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고객을 모으기도 한다. 여기에 생전에 구입하면 연간 관리비(9000엔 가량)가 더 든다. 납골 후엔 연간 관리비가 없는 대신 33회째 기일부터는 공동으로 관리된다. 당대 한정 관리는 가족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인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례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도합 500만엔대를 웃도는 과다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남겨진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자 생전에 스스로 장례를 준비하자는 인식이 번졌다. 당장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낼 후손이 줄었다. 저출산 탓이다. 가령 부부 2인이 4인의 부모를 모시거나 단신 자녀가 부모를 모시면 비용 부담은 상당하다.

외동 아들·딸이 결혼해 4명의 부모 장례를 모두 지낸다면 이론상 2000만엔대의 비용이 필요하다. 장례 수요는 급증세다. 사망자는 2003년 100만명을 최초로 넘긴 뒤 2040년 166만명으로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80세 이상 사망자도 1960년 16.2%에서 2006년 49.8%로 늘었다.

장례 자체는 간소화되는 추세다. 밤샘(오츠야) 후 화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제사를 지내지 않고자 장례식없이 화장만으로 끝내는 경우도 수도권에선 30% 이상으로 늘었다. 직장(直葬)이다. 비용 부담에 따른 장례기피 현상이 심화됐다. 조상 대대의 묘에 납골하지 않고 자연장·산골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아들이 없는 경우 묘를 만들지 않는 경향도 뚜렷하다. 유지해야 할 가업(家業)이 없다면 굳이 양자까지 들여 묘를 만들 필요는 없다. 도시로의 묘지가 몰리는 것도 특징이다.

도시화·핵가족화로 고향의 전통 묘지 대신 도심 묘지를 선호하는 현상이다. 핵가족화로 후손은 도심에 있고 묘는 고향에 있어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장도 유행이다. 묘를 도심의 민간·공영 묘지에 옮기는 게 심리·경제적으로 나아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무연묘로 전락한다.



생전 장례도 유행최근엔 무연묘도 증가세다. 후손이 줄면 무연묘는 자연히 늘어난다. 물론 후손이 있어도 관계 단절로 봉양의식은 급격히 옅어졌다. 부모 장례·제사까지 챙길 여력이 없어서다. 비혼·이혼 증가로 독신 가구가 늘어나 묘의 승계자가 준 것도 무연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이는 묘지 형태의 다양화로 연결된다. 승계자가 필요 없는 절·묘지 관리자의 대행 공양묘지는 물론 합장묘지·납골당 등 형태도 다양하다.

자연 환원을 순응하는 수목장·산골장도 증가세다. 이것도 부담스러워 최근 공동 납골당이 인기다. 공동묘도 늘었다. 남이지만 생전에 미리 인간 관계를 쌓아 함께 묻혀 비용을 줄이려는 차원이다. 생전 장례란 것도 있다. 평소 친지·지인을 모아 이별 행사를 한다. 환갑 후 1회, 70세 때 2회 등의 식으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장례를 둘러싼 불안감을 희석해 보려는 몸부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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