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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pectives EXCLUSIVE - 어떤 악마가 보스턴 테러범의 영혼을 사로잡았나

perspectives EXCLUSIVE - 어떤 악마가 보스턴 테러범의 영혼을 사로잡았나

차르나예프 형제는 알카에다 간부 올라키의 이슬람 설교를 듣고 극단주의로 빠진 듯



미국 법집행 당국은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 용의자 차르나예프 형제의 삶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타메를란과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사상적으로 급진화해서 폭력의 나락으로 떨어진 배경과 이유를 알기 위해서다. 한 가지 단서는 이미 예상한 바와 일치하는 듯했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총상을 치료중인 조하르 차르나예프는 병원에서 심문을 받으면서 FBI 요원들에게 자신과 형이 안와르 알-올라키의 인터넷 설교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올라키는 미국 태생 이슬람 성직자로 2011년 9월 예멘에서 미군 무인항공기 공격으로 사망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카리스마 강한 이 성직자를 아주 위험한 테러리스트로 지목했다. 유창한 미국식 영어로 설교하고, 미국 문화를 직감적으로 잘 이해하며, 자신이 태어난 국가인 미국을 공격하려는 충동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차르나예프 형제가 올라키의 설교를 듣고 테러리즘에 이끌렸다고 해도 올라키가 차르나예프 형제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치 않다. 올라키의 역할이 무엇이었든 그는 아주 복잡하고 여러층으로 구성된 조각그림 맞추기의 작은 한조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최근 며칠 동안 그조각그림 맞추기의 또 다른 조각이 발견된 듯했다. ‘미샤’로만 알려진 남자였다.

차르나예프 형제의 가족들은 미샤가 타메를란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다고 주장했다. 차르나예프의 삼촌 루슬람 차르니는 CNN에 “그가 내 조카의 뇌를 빼앗아 완전히 세뇌시켰다”고 말했다. 이제 미국 법집행 관리들이 미샤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 생각한 것과 달리 미샤의 역할은 미미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시 올라키로 돌아가 보자. 올라키가 차르나예프 형제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무자비한 테러리스트들은 실제로 많다. 파이잘 샤자드가 그중 한 명이다. 샤자드는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2010년 5월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자동차 폭탄테러를 기도했다.

니달 말리크 하산도 그 부류에 속한다. 하산은 미군 장교로 2009년 포트 후드에서 총을 난사해 13명을 숨지게 했다. 하산은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몇 달 동안 올라키와 이메일을 자주 주고 받았다. 그러나 올라키가 하산의 테러 의도를 알았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올라키가 미국 본토를 표적으로 한 여러건의 테러 기도를 포함해 수많은 공격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많다. 예멘을 근거지로 하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해외작전 책임자로서 올라키는 2009년 성탄절 ‘속옷 폭탄테러범’의 여객기 폭파 기도를 직접 지휘했다고 알려졌다. 또 몇 달 뒤에는 미국행 화물기에 급조 폭탄을 설치한 AQAP 음모의 배후 인물이 올라키로 확인됐다(미국 당국은 사우디 정보국의 도움으로 그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

올라키는 AQAP의 주요 선전매체 중 하나를 통해 차르나예프 형제에게 적어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법집행 소식통에 따르면 조하르는 FBI 요원들에게 자신과 형 타메를란이 보스턴에서 사용한 압력솥 폭탄의 제조법을 AQAP 영어 인터넷 잡지 ‘인스파이어(Inspire)’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인스파이어’는 오랫동안 AQAP의 미국인 선전전문가 사미르 칸이 운용했다. 올라키와 돈독한 관계였던 칸은 미군 무인항공기 공격으로 올라키와 함께 사망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무엇이 차르나예프 형제를 급진적 사상에서 폭력적인 행위로 이끌었는지 수사관들은 아직 모른다. 타메를란의 2011년 러시아 방문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지만 법집행 관리들은 여전히 그 형제가 극단주의로 흘러든 과정이 그보다 훨씬 이전에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믿는다.

우선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러시아를 방문하기 10개월 전인 2011년 3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타메를란의 급진화를 시사하는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었다. 그때 FSB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타메를란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FBI는 타메를란과 테러리즘을 연결하는 단서를 찾으려고 여러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졌다. 또 공개된 웹사이트와 그가 자주 이용한 소셜미디어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그를 면담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런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그로써 조사는 일단락됐다.

정통한 미국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측이 왜 그를 의심하는지 근거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FBI도 좀 더 적극적으로 타메를란을 조사하지 않았다. 타메를란이 러시아에서 감시를 받고 있는 급진주의 용의자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하면서 상당히 우려되는 말을 했고, 그 말을 FSB가 도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수사관들은 판단한다. FSB는 외국 정보기관에 자신들의 정보원과 정보 습득 방식이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도청한 내용을 밝히기 꺼렸던 듯하다.

원래 정보기관들은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법집행과 첩보 분야의 협력문제에서 특히 껄끄러웠다. 특히 FBI는 러시아 측이 적법한 법집행이라는 미명 아래 FBI에 협조를 요청해 미국의 러시아 망명자들의 활동을 정탐하려 한다고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FBI는 FSB를 불신한다. FSB로서는 타메를란이 체첸 출신이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듯하다.

러시아는 무슬림이 압도적인 체첸과 두 차례 차열한 전쟁을 치렀다. 체첸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기를 원했다. 한 미국 관리는 FSB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미국에 거주하는 체첸인들을 조사해달라고 FBI에 요청한 건수가 100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보스턴 폭탄테러 후로는 FBI와 FSB의 협력이 잘 이뤄지는 듯하다. 어쩌면 어떤 악마가 보스턴 폭탄테러 용의자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는지 러시아인들이 실마리를 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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