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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일본차의 마법이 다시 시작된다

Special Report - 일본차의 마법이 다시 시작된다

도요타·혼다 미국 시장 적극 공략 … 미국서 생산뿐 아니라 개발까지



4월 중순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혼다자동차 대리점 ‘놈리브스 혼다 슈퍼스토어(Norm Reeves Honda Superstore)’에는 혼다의 신형 ‘어코드’와 ‘시빅’이 줄지어 있었다.

혼다의 판매점 중 미국 내 최고 매출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은 3월 한달 동안 704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13.5% 늘었다. 하루에 20대 넘게 신차를 팔았다는 얘기다.

프레드 매그 판매 담당 매니저는 “남은 목표는 이 기세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올해도 꼭 좋은 실적을 거두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매가 늘어난 것은 이 곳뿐만 아니다. 3월 미국의 신차 판매 대수는 약 145만대에 이르렀다. 월 판매 대수가 145만을 넘은 것은 200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500만대가 넘는다.

미국 시장에 정통한 한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에 따지면 연 1600만대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세출 삭감의 영향과 금융 완화에 따른 판매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까지 1600만~1700만대의 신차가 꾸준히 판매된 시장이다. 교체 수요를 고려한다면 아직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공급 부족 등으로 수난을 겪던 일본 자동차 업계가 본격 공세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장에 투입한 혼다의 주력 세단 어코드 신형은 일본에서는 생산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계속 만든다. 세단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3월 미국 전역에서 약 3만7000여대를 팔았다. 전년 동월 대비 41.4%나 증가했다.

신형 어코드는 미국에서 혼다의 반격을 상징하는 차다. 혼다가 2011년 출시한 ‘시빅’이 미국 ‘컨슈머 리포트’로부터 혹평을 받아 추천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일이 있었다. 노나카 토시히코 4륜사업본부 상무는 이 일을 두고 “북미에서 이렇게 호되게 당한 적은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 때문에 혼다는 이례적으로 출시부터 1년6개월 동안 시빅의 마이너 체인지(시장 평가에 따른 부분적 모델 교체)를 실시했다. 실패를 겪은 혼다는 달라졌다. 노나카 상무는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코드에 혼다가 보유한 기술을 전부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새로 개발한 2.4L 직분엔진과 CVT(무단변속기)를 조합했다. CVT는 연비 개선 효과가 크다. 후방의 사각을 화면으로 확인하는 ‘레인 워치’를 처음으로 채용하는 등 안전 장치에도 신경을 썼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현지 언론은 어코드를 평가해 “혼다의 마법이 다시 시작됐다”고 했다.

컨슈머 리포트는 올 3월 어코드를 ‘2013년 최고의 차’로 선정했다. 개량한 시빅이나 주력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CR-V’의 판매도 덩달아 늘었다. 혼다는 정점을 찍은 2007년 당시 155만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올해 기대한다.

혼다뿐만이 아니다. 3년 전 대량 리콜로 큰 위기를 맞은 도요타의 미국 판매량도 회복세다. 올해 1~3월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3월 뉴욕 오토쇼에서는 올해 판매 목표를 22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도요타 관계자는 “실적은 분명 목표 이상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1년 가을 출시한 주력 상품 ‘캠리’는 격전지인 중형 세단 시장에서 왕좌에 올랐다.

하이브리드차(HV) ‘프리우스’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였다. 도요타 관계자는 “현지에서 도요타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매우 높다”며 “리콜 사건 이후 떨어진 판매량이 다시 급격히 늘었다”고 이야기한다. 도요타는 리콜을 계기로 신차 구입 후 2년 간 정기 점검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도요타 케어’를 도입했다.

물론 시장 확대의 혜택이 일본 자동차 회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LA 맨해튼 비치 근방의 미국 포드 대리점 매니저는 “2년전부터 판매가 꾸준히 늘었다”고 말했다. ‘1갤런에 47마일’과 같이 대부분의 신차에는 연비 성능이 표시된다. 더 이상 뛰어난 연비는 일본 자동차 업계만의 자랑거리가 아니다.

포드 판매점에서 얼마 멀지 않은 한국 현대자동차 판매점의 매니저는 “중·소형부터 고급차까지 모든 차종이 잘 팔린다”며 “일본 제조사에 고객을 뺏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는 전년 대비 20% 가량 늘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가을 연비를 과장해 표시한 혐의가 드러나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직후 과장된 연비만큼의 금액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서비스를 즉각 실시해 피해를 최소화했다.



혼다의 미국 현지화 실험2000년대 중반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나 중형 세단은 일본 자동차 회사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대차가 ‘일본차 킬러’로 떠올랐다. 미국 GM이나 크라이슬러도 파산의 위기를 거쳐 되살아났다. 이와무라 테츠오 혼다 북미총괄부사장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세계 상위 제조사들간의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도요타는 2011년 초 주요 자회사의 부사장 이상이 참여하는 ‘노스 아메리칸 이그젝티브 커뮤니티’를 설립했다. 현지 법인 간에 생산과 판매에서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도요타는 현지 소비자의 요구를 잘 파악해 현지 개발 비중을 늘리고, 이를 판매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 비율은 이미 70%를 넘어섰다.

미국 도요타 관계자는 “엔저로 돌아섰다고 해서 판매 장려금을 더 많이 주고 점유율을 높이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환율에 따라 크게 이익이 변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을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혼다는 내년 초 멕시코에 새 공장을 가동한다. 생산 능력은 연간 20만대다. 같은 해 미국 시장에 투입될 신형 ‘피트’와 도시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여기서 생산한다. 이와무라 부사장은 “새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로 미국 시장 전체의 가격 구조를 바꾸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멕시코 생산의 최대 이점은 값싼 인건비다. 미국의 4분의 1가량인데 임금이 계속해서 오르는 중국보다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일부 미국 제조사나 독일 폴크스바겐 등은 이미 멕시코에 진출해 혜택을 누렸다.

다음 단계는 멕시코에서 조달한 부품을 미국 공장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4월 미국 혼다는 LA 외곽 트랜스에 있는 본사 기능을 오하이오주 매리힐즈로 옮겼다. 1982년에 일본 자동차 업계 최초로 현지 생산을 시작한 곳이다. 이 지역에는 공장 외에도 개발 거점이 있다. 여기에 본사 기능을 집중시켜 시너지를 낸다는 게 혼다의 계획이다. 의사 결정과 현지화 속도가 훨씬 빨라지리라 내다본다. 개발부터 생산 기능까지 모두 갖추었을 때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혼다의 미국 내 개발 인력은 약 1800명에 달한다. 2016년 출시 예정인 차기 시빅은 미국이 중심이 돼 개발한다. 세계 시장에서 팔리는 차를 일본이 아닌 해외에서 개발하는 것은 일본 자동차 회사 중 처음이다. 물론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은 일본에서 개발하지만 차체나 외장 설계, 양산 체제 구축 등은 모두 미국 현지에서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미국과 멕시코를 수출 거점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 시장의 회복은 틀림없이 희소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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