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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HEALTH - 섹스 슈퍼박테리아?

FEATURES HEALTH - 섹스 슈퍼박테리아?

약물내성을 가진 임질이 발견됐지만 언론에서 떠들듯이 치명적인 질병은 아닌 듯



감염병 세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최신의 강력한 카바페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장내세균(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중국의 H7N9 조류 인플루엔자,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사 바이러스의 뒤를 이어 최근 하와이에서 고도의 약물내성 임질(highly drug-resistant gonorrhea)이 발견됐다. HO41로 명명된 그 변종은 2011년 일본에서 처음 확인된 지 2년만에 미국에 이르렀다.

의사와 공중보건학계보다 언론계가 더 흥분한 듯하다. CNBC와 데일리 메일이 재빨리 관련 뉴스를 전하며 자연요법 의사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신종 임질이 단기적으로 에이즈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the new gonorrhea could be a lot worse than AIDS in the short run)”고 주장했다.

“그 박테리아가 더 공격적이며 빠른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the bacteria is more aggressive and will affect more people quickly).” 그는 나아가 임질 환자들이 패혈증(sepsis)으로 며칠 내 사망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아버지 부시(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감염병을 치료해 왔지만 임질로 죽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임질이 극히 불쾌하고 비극적인 감염인 건 맞다. 여성 수천, 어쩌면 수백만 명의 불임을 초래했다. 그리고 극히 드물게 혈액으로 침투해 심장판막의 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망과는 거의 무관하다. 2008년 미국에서 82만 명이 새로 임질에 감염됐다. 물론 그 중에서 한두 명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미국에서 임질을 비롯한 기타 모든 성병으로 인한 비용이 한 해에 160억 달러에 달한다. 비용은 엄청나지만 이 특정한 병균 감염의 치사율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선동적인 논평을 한 의사를 비난하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 슈퍼버그 관련 스토리에 언론이 보이는 듯한 병적인 집착을 지적하고 싶다. 걱정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와 관련된 증상을 다룬 의학 기사를 소개한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즉 MRSA로 불리는 ‘슈퍼박테리아’다. 의사들은 병원 내의 그 문제에 경계심을 나타내며 영국 의학저널에 이렇게 썼다.

“현 단계에서 병원 내 감염의 과반수가 궁극적으로 치료 불가능한 포도상구균으로 유발될 가능성이 있는 듯하다.” 그 글은 1961년 발표됐으며 MRSA에 관한 최초의 공개 보고 사례다. 작성자들은 나아가 정확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해 그와 같은 소중한 신약을 잃는 건 비극이다(it would be a tragedy to lose such a valuable new drug by lack of foresight).”

비극은 분명하지만 그 동안 계속 되풀이됐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비극이다. 항생물질은 알고 보면 항상 제 명을 단축시킨다. 감염병 분야의 권위자인 리처드 웬젤 박사의 말을 들어보자. “앞날이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새로운 항생물질의 뒤를 이어 내성 세균의 자연선택, 그리고 더 강한 신약의 긴박한 필요성이다(a predictive scenario [has] emerged: a novel antibiotic followed by the selection of resistant organisms and an urgent need for a still newer drug).” 설상가상으로 항생물질이 강할수록 내성이 더 빨리 나타날지 모른다. 약한 박테리아를 더 빨리 죽일수록 자연내성을 지닌 소수 돌연변이가 더 빨리 주도권을 쥐고 경쟁 없이 영양분을 섭취하며 증식할 수 있다.

우수한 약일수록 더 빨리 사라진다는 이런 아이러니는 뒤집을 방법이 없다. 죽음과 세금처럼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섹스를 하고 싶어하며 지금도 하고 앞으로도 항상 하리라는 사실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이 신종 임질은 결핵이나 인플루엔자 같은 다른 질병보다 통제하기 더 어렵다. 이 같은 이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2012년 유타주의 임질 감염자가 74% 증가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더는 인간이 지닌 본능적 충동을 외면할 도리가 없다.

현재의 작은 임질 소동에서 놀라운 측면이 있다면 의학계 지도자 그룹인 미국성병관리자연맹의 반응뿐이다. 그들은 최근 워싱턴으로 몰려가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그들이 요구한 금액은 5400만 달러였다. 약물내성 임질 같은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액수인 듯하다.

어쩌면 그 알량한 5400만 달러로 어디선가 어떤 과학자가 한 두 가지 물질의 화학구조를 바꿔 치료효과가 있는 새 항생물질을 발견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돈으로 어떤 항생제를 만들어내더라도 1년 또는 10년 뒤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임질이 내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임질이나 다른 어떤 내성 미생물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하지 못한다. 이따금씩 승리할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병원체가 승리한다. 병원체의 ‘룰’에 따라 진행되는 시합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승산이 없다. 언론의 과장보도는 부족한 예산만큼이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중보건 당국자와 제약업체들,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이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현실이 유감스러울 뿐이다(It is a pity that public health authorities and drug manufacturers and everyone in between seem resistant to the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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