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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일본인은 무인도서도 본사 지시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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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 유머’의 무인도편 …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는 감정에 충실



영국 라베트사의 세계 각국 문화소개서 ‘제노포브스 가이드(Xenophobe’s Guide)’ 시리즈가 있다. 한국을 비롯한 11개국 언어로 번역·출판돼 350여 만부가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이다. ‘외국인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외국 여행 가이드’란 역설적 책 제목이 눈길을 끈다.

단기 관광여행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각국 문화의 깊숙한 속내와 해당 국가의 사람은 쉽사리 느끼지 못하는 고유한 습성을 현지화 된 외국인의 눈으로 유머러스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프랑스·독일·스위스·이탈리아·미국 등 23개국을 국민성·민족성·가치관·가족관·매너·에티켓·음식문화·유머·관습·전통 등의 분야로 나눠 소개했다.

2001년 영국 노리치의 한 책방에서 우연히 이 시리즈를 발견하고는 쾌재를 부른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웹서핑을 하다 보면 이 시리즈를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축약한 국민성 유머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국민성 유머란 특정 국가의 민족성, 또는 국민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극단적으로 표현해 웃음을 유발하는 걸 말한다.

태평양 위를 지나던 비행기가 엔진 고장으로 어느 무인도 근처 바다에 추락했다. 살아남은 승객들은 공교롭게도 국가별로 하나같이 남자 두 명에 여자 한 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두 달 후 구조대가 도착해 보니 국가별로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탈리아 남자와 스페인 남자들은 결투를 벌여 이긴 쪽이 여자를 차지한다.

프랑스 남자 중 한 명은 여성과 결혼하고 다른 한 명은 내연남이 돼 ‘기묘한 삼각관계’를 이뤄 행복하게 산다. 독일 남자들 중 한 명은 여성과 결혼하고 다른 한 명은 호적담당 공무원이 된다. 그리스 여자가 부지런히 빨래하고 요리하는 동안 그리스 남자들은 세상 모르고 나란히 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동성애 관계였다.

영국 남자 두 명은 정장을 한 채 넥타이를 풀지도 못하고 자신들을 영국 여성에게 소개해 줄 누군가가 오기를 열심히 기다리는 중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양조장을 차리고 시음을 한답시고 코코넛 위스키를 계속 마셔댄 탓에 질펀하게 취해 함께 온 아일랜드 여성이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옆 동네 영국인들이 여성과 교류가 없는 것이 고소해 웃는다.

아시아존으로 가봤더니 호주 남자 두 명은 다른 나라 남자들에게 한 눈을 파는 호주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싸우는 중이다. 뉴질랜드 남자 두 명은 양을 치기에 적당한 섬을 찾느라고 바쁘다. 일본 남자들은 일본 여성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도쿄 본사에 팩스를 보내고 지침을 기다리는 중이다. 실용적인 중국 남자들은 섬에 벌써 세탁소·식당·잡화점·식료품점을 차려놓고 일꾼을 조달하기 위해 여자를 임신시킨다.

두 명의 미국 남자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미국 여자의 수다와 불평불만에 지친 나머지 동반 자살할 것인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미국 여자는 무인도에 표류한 이후 진정한 여권 운동의 본질, 가사노동의 평등한 분담, 남자 못지 않은 자신의 능력, 여성의 아름다움을 망가뜨리는 무인도의 뜨거운 모래와 야자나무, 마지막 남자 친구가 얼마나 자신에게 잘 대해줬는지에 대해 쉴 새 없이 지껄인다.

벨기에 친구가 e메일로 보내준 국민성 유머의 무인도편이다. 무인도 표류란 극한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각국의 국민성을 비교한다는 설정 자체도 재미있지만 단 몇 줄로 각국의 국민성을 묘사한 재치 또한 무릎을 치게 만든다. 농담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옮긴다면 아마 이렇게 되지 않을까.

라틴 문화권에 속하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는 감정에 충실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인과 스페인인은 감정대로 행동하지만 프랑스인은 주어진 상황에 맞춰 성적 취향을 바꿀 정도의 융통성은 있다. 이에 비해 ‘줄서기의 천재’인 독일인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질서를 부여한다. 영국인들은 무인도에서조차 예의범절과 격식을 중시하는 벽창호로 그려진다.

뿌리깊은 반영(反英) 감정이 있는 아일랜드인은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폴란드인과 함께 주당(酒黨)으로 소문나 있다. 오래 전 한국에서 상영돼 선풍을 일으킨 ‘크로커다일 댄디’에서 보듯 호주 남자들은 ‘마초’ 기질이 다분하다. ‘회사 인간’인 일본인은 본부의 지시 없이는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

중국인의 실용주의는 섹스조차도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술로 이어진다. 오랜 여권(女權) 운동의 역사를 가진 미국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웨버에서 안젤리나 졸리까지 할리우드 영화의 여전사 이미지가 상징하듯 여성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고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돼가는 듯하다.

이밖에 나라마다 다른 국민성의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유머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번지점프를 하러 왔다. 하지만 출발대에 올라가 막상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겁에 질려 망설인다. 이들을 뛰어내리게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미국인 “뛰어내리면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국인 “뛰어내리면 신사가 될 수 있습니다!” ·독일인 “뛰어내리는 게 이 곳의 규칙입니다!” ·프랑스인 “뛰어내리지 마세요!” ·일본인 “다들 뛰어내렸습니다!” ·중국인 “여러분이랑 여러분 물건은 보험에 들어있어요!” ·한국인 “일본 사람도 뛰어내렸답니다!”

냉전 종식 직후인 1990년대 초 영국인 기자가 여러 나라 사람을 상대로 인터뷰를 했다. “실례지만 육류의 품귀현상에 대해 당신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스라엘인 “실례가 뭔가요?” ·러시아인 “육류가 뭔가요?” ·미국인 “품귀가 뭔가요?” ·중국인 “의견이 뭔가요?”



최선·유일의 경영 방식은 없다인터넷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한층 긴밀히 연결돼 지구촌으로 변모했다. 미국에서 탄생해 발전한 경영학은 경영에서 최선의 방식은 단 하나만 존재하며 미국에서 성공한 경영방식은 세계나머지 국가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신념을 전파해왔다. 수평조직, 매트릭스 조직, 인센티브제 등은 서구는 물론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경영 베스트셀러가 다루는 주제다.

이런 미국식 경영기법과 철학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질서에 적극 편입되기를 희망하는 국가들의 경영대학과 비즈니스스쿨에서 학습된다. 미국의 경영교육은 최선의 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통계 분석, 예측 기술, 사례 연구 등 감정을 초월한 정량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방식이 필수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최선의 유일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서서히 무너졌다. 스톡옵션이나 인센티브제 같은 경영방식은 아프리카나 남미는 물론 일부 남부 유럽에서도 통하지 않는다. 이런 경영방식 자체가 개인주의적이고 과제 중심적이며 보편주의를 추구하는 앵글로색슨 문화에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열거한 국민성 유머에서 보듯 같은 서양이라도 국가·지역에 따라 문화의 차이가 있고, 그 문화의 차이가 미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곳에서도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무너뜨린다. 비교문화경영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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