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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자산가격 뛰면 선진국 금융완화 주춤할 것

Stock - 자산가격 뛰면 선진국 금융완화 주춤할 것

낮은 물가 덕에 선진국 금융완화 정책 이어져 … 증권시장 이상 호황



물가는 상태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다. 물가가 오르는 것이다. 오랜 시간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인플레=물가’로 인식된다. 인플레 현상은 1960년대 중반 이후 20년간 특히 심했다.

두 번째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이다. 인플레이션과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지난 100년간 중요한 디플레이션 사례가 두 번 있었다. 1930년 대공황이 지나치게 많은 생산을 감당하지 못해 일어났고, 지금까지 일본 경제는 20년 넘게 물가 하락에 시달린다.

마지막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다. 물가가 오랜 시간 낮은 상승률을 유지하는 경우다. 특별히 물가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조건이다.

1990년대 미국 경제가 디스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예다. 당시 미국 경제는 낮은 물가와 높은 성장을 동시에 누렸다.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고용 부담이 줄어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것이다.



디스플레이션 당분간 이어질 듯정부가 금융정책을 펼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물가다.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 공급을 늘리다 보면 물가가 오르게 마련이어서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면 정책 효과가 반감되는 건 물론 정책이 중단되기도 한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낮은 물가 덕에 어렵지 않게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 상황이 계속된다.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1.1%에 그쳤다. 우리나라와 유럽도 1.2%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지역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떨어졌다. 당분간 이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물가가 오를 구조가 아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국가가 세계 경제에 참여하면서 생산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 구조가 정착되면서 인플레보다 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개방 확대로 신흥 국가 제품이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걸림돌도 거의 사라졌다. 이런 완충 작용 확대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고 각종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도 심각한 물가 불안이 나타나지 않았다.

물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면서 선진국 정부의 금융정책이 더 과감해졌다. 일본은 물가 목표를 정해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확장 정책을 계속할 계획이다. 미국도 물가 수준을 금리 결정 요인으로 삼았다. 정책 당국이 당분간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가능한 정책이다.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은 주가 상승 요인이다. 현재 선진국 주식시장은 경제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 유럽 경제가 6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시장도 올 들어 스무 번 넘게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각국 정부가 물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금융정책을 강하게 편 덕분이다. 이 구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 시장으로서는 긍정적인 변화다.

문제는 자산 가격이다. 소비자물가가 낮아도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 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양적완화가 과연 비용만큼 효과를 발휘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구사하면 일본은 국내총생산의 7%, 유럽과 미국은 각각 6%와 4% 정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완화 정책이 불씨를 살리려던 실물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자산 가격만 오르면 반대 정책을 폈을 때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요 자산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인 건 명백한 사실이다. 우선 채권이 그렇다. 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채권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그 영향으로 미국 정크본드 시장이 활황을 보였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이 신용도와 관계없이 무조건 매수에 나서는 양상이 벌어졌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주가가 계속 오르면서 경제의 기초 체력과 격차가 벌어졌다. 금융자산만큼은 아니지만 최근 부동산 가격도 꿈틀댔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경기 회복 조짐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이지만, 금융완화 정책이 상승 요인이란 점에서는 채권이나 주식과 다를 게 없다.

앞으로 선진국 금융 정책에서 자산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가는 상승률이 낮아 당분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경제는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요인은 돼도 이를 축소할 수 있는 요인은 못 된다. 오직 자산 가격만이 정책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가 관리에 부담을 느낄 정도로 자산 가격이 오르면 금융완화 정책이 바뀔 수밖에 없다. 아직은 정부가 자산 가격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다. 따라서 완화된 금융 정책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구도가 당분간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도한 주가 상승 경계해야선진국 주식시장이 계속 상승세다. 3월 15일 이후 스무 번이 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미국 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13.7배 수준이다. 2000년 이후 평균치 정도다. 이익도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직 가격 부담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 PER도 13배 수준이었다. 당시는 16배이던 PER이 꾸준히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식시장에는 버블이 생겼고, 해소 과정에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따라서 주가가 계속 오르면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조처가 내려질 수도 있다. 가능성이 큰 건 아니지만, 경계할 부분이다.

아직 조정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오히려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 국내 시장과 선진국 시장의 주가 차별화가 심해 격차를 좁히기 위한 시도가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선진국 시장이 계속 상승할지 여부나 국내외 시장의 가격 차가 줄어들지 여부 모두가 가격에 대한 시장의 판단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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