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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다가올 상승장,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에 투자하라

Money Tech - 다가올 상승장, 경박단소(輕薄短小) 산업에 투자하라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 … 헬스케어·유통·온라인 주목



김영호(49)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올 4분기에 국내 증시가 재조명 받을 것”이라며 “상승 폭은 10~15%로 2200포인트 정도가 상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엔저 영향이 약해지고 중국의 성장률이 7%대로 유지돼 외국인이 다시 한국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시점이 됐다”고 내다봤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전신은 1998년 출범한 IMM투자자문이다. 대우증권·대우경제연구소 출신인 김 대표가 합류한 2003년 5월 무렵 주식이 주력인 자문사로 방향을 틀었다. 2008년까지는 투자자문사였기 때문에 공모펀드를 설정하지 못했고 연기금·생명보험사·공제회 등 기관 자금을 운용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 후발주자이지만 수익률은 선두 그룹에 속한다.

특히 지난해 설정한 지 1년이 넘은 14개 주식형 펀드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중국 국부펀드인 CIC에 이어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도 이 회사에 자산을 맡겼다. 이런 덕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가운데서도 현재 운용자산이 8조원대로 늘었다. 김 대표가 이 회사에 합류할 당시 운용자산은 400억원이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실적이 널뛰는 동안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제갈공명펀드와 칭기스칸펀드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수익률은 철학을 믿고 견디는 인내의 대가”라며 “철저한 포트폴리오 위험관리가 꾸준함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운용 철학도 중요하지만 그걸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임직원이 지분의 70% 넘게 가진 독립계 운용사”라며 “그만큼 임직원 스스로 운용 철학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사들은 흔히 주가의 변동을 위험으로 정의하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투자한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를 위험으로 간주한다. 김 대표는 펀드를 운용할 때 “수급에 따른 단기적인 가격 등락보다는 기업 이익의 성장성과 가시성이 있는 종목의 내재가치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회사는 모든 펀드의 트래킹 에러(tracking error, 추적오차)가 7%를 넘지 못하도록 설계했다. 수익률의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김 대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지나치게 큰 위험(변동성)을 떠안지 않는 게 트러스톤의 운용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운용과 리서치의 화학적 결합을 강조한다.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가 모여 만든 ‘모델 포트폴리오’를 운용에 75% 이상 반영하도록 했다.

올 초 김 대표는 1분기 주가가 1800포인트도 위험할 정도로 좋지 않을 것으로 봤다. 1분기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분석이었다. 주가가 1분기에는 떨어지고 2~3분기를 지나 4분기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 그림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1분기 주가는 1800포인트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3분기에도 횡보하다가 4분기에 완만하게 오른다는 예측이다. 예상 주가는 2200포인트다.

하반기 주가 상승의 근거는?

“엔저 영향이 일단락됐다. 이미 주가는 엔저 악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15엔까지 간다 해도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추경예산이 편성됐고, 금리도 한 차례 더 내릴 거라는 기대가 있다. 미국은 양적 완화를 진행 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내렸다. 한번 더 내리면 실질적인 제로금리다. 세계적으로 돈을 풀고 있어 글로벌 유동성과 경기 회복의 힘에 떠밀려서라도 시장이 충분히 위로 갈 여력이 있다고 본다.”

다른 상승 요인을 꼽는다면?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일본 시장의 호황으로 일본 주식에 많이 투자했다. 니케이지수가 상승하면 일본 주식의 비중이 커져 자동적으로 재조정이 필요한 시기가 온다. 그 수요가 한동안 소외된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다.”

증시 회복에 위험 요소는?

“올해 말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이다. 동전의 양면이다. 미국 경제가 계속 좋아진다는 신호이면서 계속 풀린 돈을 거둬들인다는 뜻이다. 돈의 힘으로 경기를 살렸기 때문에 양적 완화 종료 논의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경기가 조정 받을 수 있다.”

북한 리스크도 여전히 민감한 사안 아닌가?

“북한 리스크는 제한적이다. 최근 스위스 출장을 다녀왔다. 17번의 미팅 중 16번 북한 관련 질문이 나왔다. 그런데 막상 북한 때문에 투자를 안 할거냐고 물어보면 전부 그건 아니라고 답한다. 북한에 대해서 관심은 있지만 그게 외국인의 투자를 좌우할 주요 변수는 아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우려하는 변수는 무엇인가?

“외국인들도 한국의 수출경제 구조를 잘 알고 있다. 중국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과 엔저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걸 가장 걱정한다. 하지만 엔저는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성장률 기대치도 낮춰야 한다. 7% 후반의 성장률이 뭐가 문제인가.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성장률이 둔화되는 건 당연하다.

둔화 자체보다 소비로 경제정책이 전환된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철강·화학·조선·건설산업이 빛을 봤고, 소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의료·음식료·엔터테인먼트 부문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직 이런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크지 않아 시장을 이끌지 못할 뿐이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디플레이션 우려도 있다.

“엔저와 중국 성장률 둔화, 뱅가드 벤치마크 변화 같은 악재에도 외국인들은 한국 채권을 계속 매수했다. 한국 경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채권 쪽에서 훨씬 빨리 돈이 빠졌어야 한다. 주식 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을 보면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다. 여러 차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한국 경제가 선방한 가운데 오는 짧은 둔화기로 보는 것이 맞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초반으로 떨어졌다고 봤을 때 이 성장률을 앞으로 5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쁜 구조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상승장을 기대한다면 어떤 업종에 주목해야 하는가?

“중후장대를 빼고 경박단소로 넘어가야 한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벼운 분야가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특히 중국 소비와 관련된 업종을 추천한다. 아직 헬스케어·유통·온라인 산업은 포화된 내수에 한정돼 있다. 여기서 해외 진출로 이익을 늘리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 쪽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이익이 늘면 주가는 정당화된다.”



트래킹 에러
펀드의 수익률과 펀드가 추종하는 지수인 벤치마크 수익률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 트래킹에러가 작다는 것은 펀드 수익률이 벤치마크 수익률을 잘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트래킹에러가 크다는 것은 펀드 수익률과 벤치마크 수익률 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이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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