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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성공이 일본에 더 큰 재앙?

아베노믹스 성공이 일본에 더 큰 재앙?

성공이 초래할 네가지 부작용 … 일본 국채시장 벌써 혼란 조짐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이코노미스트는 별로 없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이코노미스트는 별로 없다. 기껏해야 “지켜보자” 정도가 우호적인 반응이다. 경제성장 측면에서는 어떨까? 올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한국보다 높은 2.8%로 전망된다. 언뜻 아베노믹스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성공하면 실패할 때보다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데 근본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궁극적 목표는 엄청나게 쌓인 예금을 풀어 일본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예금은 과거처럼 일본 가계에 속한 게 아니다. 일본 가계의 저축률(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1.9%에 불과하다. 미국(3%)보다 낮고 한국(2.8%)보다도 떨어진다. 일본 전체 민간 예금 가운데 기업 예금(기업 보유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70%가 넘는다. 1980년 40%에서 해마다 증가했다. 따라서 일본의 저축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돈이 기업으로 넘어갔을 뿐이다.

일본의 진짜 문제는 뭘까? 아베 정권이나 많은 분석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적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투자해서 현재의 난관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평균 고정 설비투자는 GDP의 10.5%였다. 이에 비해 일본은 14%에 달한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미국의 GDP 성장률은 일본보다 해마다 평균 1%포인트 가량 앞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4월 기고에서 “일본의 기업 예금은 될성부른 투자 기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여년 동안 저금리 때문에 기업이 너무 많은 자금을 쌓아놨고 만성적인 과잉 투자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수익률이 계속 떨어졌다.

일본 기업은 부분적으로 이 같은 과잉 자본을 해외에서 해결했다. 해외 자산을 매입하거나 해외 현지 공장을 지었다. 일본 재무성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이래 일본의 해외 현지 투자 규모는 수출 규모를 넘어섰다. 예컨대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본 자동차의 70%는 현지 생산 차량이다. 흥미롭게도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일본 기업들은 엔화 약세를 바라지 않는다. 톰슨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이미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에 엔 약세가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에 따른 원가 인상 요인만된다는 것이다.

금융 부문의 과잉 자본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일본이 해외에 보유한 자산 규모는 약 6조7000억 달러에 이른다(일본은 약 3조 달러 규모의 순채권국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자·임대 소득으로 경상수지는 지난해 중반까지 해마다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에서 ‘소득수지’로 분류되는 이 같은 자본 소득은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해외에 투자하는 것)’에 따른 자본 유출분보다 많을 만큼 규모가 컸다.

여기에 일본의 인구 고령화와 감소 추세가 심각하다. 일본 정부의 장기 인구 추이 전망에 따르면 2040년 일본 노동력 인구가 2010년의 70% 수준인 5790만명에 불과하다. 또 현재 1억3000만 명인 인구는 2050년 8000만명으로 줄어든다.

주식·부동산 시장을 부양시켜 일본 내 자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개인의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일본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월 말 현재 6.5%에 불과하다. 2007년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31.9%로 증시 부양 효과가 큰 편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증시를 부양해도 실제로 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다. 이에 비해 일본 금융회사는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본 증시가 장기간 부양된 상태로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일이다.

현재까지 일본 증시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며(6개월 동안 일본 내국인들은 순매도), 이들이 썰물같이 빠져나가는 순간 증시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만성적 과잉 투자·생산이 문제이 같은 상황에서 아베노믹스의 성공, 즉 투자 확대와 인플레이션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첫째, 기존의 과잉 투자가 더욱 과잉이 된다. 따라서 전체 자본의 수익률이 떨어지며, 기업의 재무구조를 더욱 압박한다. 따라서 투자 증대에도 고용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둘째, 인구 고령화와 감소로 대중의 절대 소비액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 확대에 따른 생산 증가는 물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킨다. 이미 일본 국민의 저축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추가로 소비할 여력도 없다.

셋째, 이 같은 난관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엔화를 약세로 만들어 과잉 생산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는 주변국과의 무역 마찰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효과는 1~2년에 그치고 만다. 수입 국가에서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 때문에 엔화 약세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워서다. 더구나 일본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수출 기업이야 혜택을 보겠지만, 전체 일본 경제를 부흥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넷째, 투자 활성화와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은 시중금리(실질금리)를 상승시킨다. 따라서 대출 금리가 오히려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은 투자 유인을 상실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미 연간 0.6%의 금리도 버거워 도요타자동차는 예정된 회사채 발행을 취소했다.



재정 악화, 수입 물가 상승만 부를 수도아베노믹스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 과잉 투자·생산의 가중과 그에 따른 기업 재무구조 악화, 그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일본 정부의 재정 악화로 귀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해결하기 위해 정말로 야심차게 10% 소비세율 인상을 관철한다면, 일본 국민의 실질 생계비만 올려 삶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GDP가 증가하지 못한다면 세율을 높이더라도 오히려 세입이 줄기 때문에 일본 재정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만일 아베노믹스가 실패한다면, 일본은 상당한 진통을 겪겠지만 지난 수십 년 간의 안온한 디플레이션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일본 국채시장은 벌써 혼란에 빠졌다. 근본적으로 아베노믹스의 근간인 일본 중앙은행의 ‘혁명적 질적·양적 완화 통화정책’은 한편으로는 국채 금리를 내리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2년 내에 2%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겠다는 모순된 목표를 안고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5월 29일 발표한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이 같은 상치된 정책 목표 탓에 일본 경제가 혼란을 빚는다고 지적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무차별적으로 돈을 풀어 2년 내에 2%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국채 금리(10년물 기준)는 2%를 상회해야 한다. 이보다 금리가 낮다면 채권 보유자들은 앉아서 손해를 본다. 따라서 2% 이하의 금리에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라면 서둘러 국채를 팔아야 한다. 현재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1% 미만이며, 이나마도 0,5%에서 많이 오른 것이다. 그러니 국채 시장에서 빠져나가려는 투자자들로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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