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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은행 국채시장에서 내몰려

생보사·은행 국채시장에서 내몰려

연금 급부 삭감 우려 … 은행 대출 의욕도 떨어져



일본 중앙은행이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양적·질적 금융완화)’를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일본 닛케이 주가가 1만4000대를 회복하는 등 주식시장은 순조로워 보인다.

그러나 금리를 반영하는 국채시장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이시이 준 미쓰비시UFJ모건스탠다드 증권 주임은 “일본은행이 기대한 효과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명목 금리를 인하시키겠다는 목표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리는 완화정책 전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4월 4일 일본은행이 국채 신규 발행액의 70%를 사들인다는 금융완화 정책을 발표한 날 장기금리(10년 만기 신규이자부 국채 이율)는 2003년 이후 최저를 경신했고 이튿날 오전 0.315%로 사상 최저치(스위스 0.36%)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에 급반등해 0.620%를 찍으며 금융완화 전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장기금리 수준은 4월 3일 0.550%에서 5월 30일 0.910%로 올랐다. 일본은행의 의도대로 금리가 내려가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행은 장·단기 모든 영역의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직접 초장기 국채를 매입했다. 기업·가계 대출을 늘리고 부동산·주식 등 위험 자산 가격은 상승시킨다는 계산이다. 이 방식에는 문제가 많다. 국채의 40%는 은행, 20%는 생명손해보험, 10%는 연금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이면 이들의 자금 운용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기관은 생명보험이다. 생명보험은 20~30년 뒤의 보험금 지급을 약속한다. 기간에 걸맞게 20년채·30년채와 같은 초장기 국채가 자금운용에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금융완화로 인해 초장기 국채의 대부분을 일본은행이 사들이면서 생명보험이 살 국채의 양이 제한됐다. 보험 계약만큼의 운용이율을 얻지 못하고 손실을 보는 역차액 문제도 발생한다.

이시이 주임은 “금융완화에 따른 저금리가 지속하면 생명보험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과 마찬가지로 장기 운용이 필요한 연금의 타격도 크다. 일본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길어지면 연금의 운용수익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잇따른 연금 급부 삭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이 받는 영향은 다차원적이다. 은행은 생명보험·연금과 마찬가지로 국채시장에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은행의 본업인 기업 대출이 늘어나는 선순환 방향으로 간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은행은 지금까지 대출을 늘리지 못했다. 일본 기업이 투자 사업을 찾지 못해 자금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출 의욕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는 일본은행 정책위원회의 지적도 있다. 낮은 금리에서는 은행이 대손(불량채권)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리스크가 큰 대출을 꺼리게 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은행은 단기 국채 금리가 너무 낮아 장기 국채 이율을 선호하게 된다. 예금과 같은 단기 조달에 대한 장기채 보유를 늘리면 금리가 상승(국채가격은 하락)했을 때 은행 재정이 나빠진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면 자산이 예금이나 보험 상품에서 리스크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은행·생명보험 등 금융사를 먼저 국채시장에서 내몰아 억지로 리스크를 감수하게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불안을 반영된 탓인지 일본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5월 장기 국채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시장으로 돌아온 투자자가 시장기능에 의해 정리된 때문일까? 아니면 정부통제하의 시장에서 수익 기회는 없다고 본 투자자들이 떠난 때문일까? 선진국 중 최악의 국가채무를 안고 있는 일본에서 국채를 둘러싼 전대 미문의 실험이 진행 중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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