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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HEALTH - MERS는 제2의 SARS 아니다

FEATURES HEALTH - MERS는 제2의 SARS 아니다

WHO는 ‘전 세계에 위협을 준다’고 경고하지만 이동 속도가 느리고 전염성 거의 없어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MERS. 이 호흡기감염 바이러스로 전 세계에서 26명이 사망했다.



5월 말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깜짝 선언에 적지 않은 사람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주로 중동 지역에 나도는 기이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호흡기감염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위협”을 준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그녀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 그 바이러스는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가까운 사촌 격이다. 사스는 2002년 중국 남부와 홍콩에 별안간 나타나 급속히 확산됐다. 결국 8000명 이상이 감염돼 775명이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스의 깜짝 출현(그리고 더 갑작스러운 소멸)의 정확한 이유는 바이러스학자, 공중보건학자 그리고 대재앙 예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되는 이슈다.

새 바이러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을 뜻하는 약자 MERS로 불린다. 출현하는 속도가 그와는 전혀 달랐다. 약 1년 전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남자가 그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다. 몇 달 뒤 또 다른 감염자가 중태에 빠졌다. 당시 하지(무슬림의 전통 성지순례)를 위해 수백만 명이 몰리면서 전염 가능성이 높아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리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한 기타 전문가들은 경계를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다행히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당시 여전히 유사 사스로 불리던 그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하지만 최근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5월 들어 프랑스에서 두 건의 감염이 발생했다. 첫째 환자는 두바이 여행을 다녀왔다. 걱정스러운 점은 둘째 감염이 프랑스 병원의 같은 병실 환자에게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 두바이 여행자가 바이러스를 옮긴 셈이다.

무엇보다도 두 환자 모두 이미 앓고 있던 질병으로 인해 면역체계가 약화된 상태였다. 가장 최근의 MERS 관련 통계는 발생 49건에 사명자 26명이다.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전체 환자의 절반가량), 프랑스·튀니지·카타르·영국·독일·요르단·아랍에미리트에서 감염자가 보고됐다.

5월말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대가족 내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구체적으로 28명으로 이뤄진 대가족 구성원 중 4명이 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최초 감염자는 복합 질환을 앓던 70세의 원로였으며 MERS로 목숨을 잃었다. 더 젊고 건강한 3명의 친척은 살아남았다. 모든 감염자가 남자였다.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3명이 어떻게 병에 걸렸는지, 그리고 나머지 가족 구성원 24명(그리고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 관계자 124명)은 왜 멀쩡한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천천히 이동하며 1년마다 나타나는 이 유행병은 이 특정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비교적 약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하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MERS가 제2의 사스로 발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겁을 주는 걸까? 챈은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캐나다에서 의학을 전공한 그녀는 홍콩의 고위 공중보건 당국자였다. 1997년 H5N1 조류인플루엔자 파동, 그리고 MERS와 관련해선 2002~03년 사스 파동을 담당했다.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그녀의 대응은 처음에는 약간 불안정했다. 발생 초기 그녀는 공개석상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태연한 미소를 지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은 조류인플루엔자가 두렵지 않으며 실제로 그날 저녁에 치킨을 먹을 계획이라고 국민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허풍은 영화 ‘조스’의 미덥지 않은 시장이 보인 태도와 다를 바 없었다. 시장도 똑같이 허풍을 떨며 사람들에게 물에 다시 들어가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별 볼일 없는 자신의 해안 도시에 관광객들이 계속 찾아오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백상아리가 출몰하든 말든 상관 없었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챈은 곧 조류인플루엔자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그리고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닭 수백만 마리의 살처분을 강행했다. 아마도 그것이 전염을 막은 핵심적인 개입조치인 듯하다. 그리고 그녀는 공중보건 세계에선 강경발언과 강경조치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배웠다.

그녀는 똑같은 강경대책으로 MERS에 맞설 준비를 했다. 단지 그 적수가 그렇게 무서운지는 확실치 않다. 문제는 요즘 정말 세상이 시끄럽다는 점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독극물 리신이 담긴 편지를 받았다. 시리아는 일촉즉발의 화약고다. 유럽 연합과 그들이 중시하는 유로가 흔들린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좋아한다. 새 슈퍼맨 영화가 곧 개봉한다. 동성애자들이 합법적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모두가 이미 목청껏 소리를 질러대고, 모두가 녹용 스프레이나 비아그라 또는 개인 트레이너나 인생 코치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개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겠는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챈은 열려 있는 유일한 길을 택했다.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언어로 정말 크게 고함을 쳐서 약간이라도 눈길을 끄는 방법이다. 예상대로 언론매체들이 미끼를 물었다. 임무 완수다.

이 같은 쇼맨십을 보여준 그녀를 탓해선 안 된다. 그녀의 직분은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에 사람들이 대비하도록 하는 일이다. 가끔씩 한번 이상 위협을 과장한다는 뜻이다. MERS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은 불행히도 부질없는 행동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조만간 정말로 또 다른 무시무시한 유행병과 WHO의 발표에 진지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또 다른 이유를 만나게 될 듯하다. 그때 가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들의 경험이 MERS 파동으로 더 예리해져 큰 효력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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