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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5060세대 쇼‘ 와레트로(일본 고도성장기 향수)’에 지갑 열다

Retirement - 5060세대 쇼‘ 와레트로(일본 고도성장기 향수)’에 지갑 열다

돈 많은 은퇴 세대 겨냥한 추억 마케팅 활발 … 한국도 ‘58년 개띠’ 수요 눈돌릴 때



‘아베노믹스’가 도마에 올랐다. 우려한대로 국채 금리가 상승한 탓이다. 실물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물가 상승+경기 침체’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길게 보면 방향성은 맞다. 경기를 살리자면 물가가 불가피하게 오르게 마련이다. ‘디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의 자연스런 전환 결과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아베노믹스를 평가하긴 이르다. 소비는 꿈틀댄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Wealth Effect)’다. 대개 고가 소비에 한정되지만 일본으로선 희소식이다.

주목할 건 소비 증가의 주체다.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는 그 핵심 세력으로 ‘50~60세의 민간 부문 직장인’을 지목했다. 자산 효과와 더불어 소득 증대 기대감이 이들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에서 일컫는 현재 소비를 즐기려는 시간선호 현상을 반영한 결과란 해석이다. 5060 세대의 직장인이면 대개는 간부다. 생애소득 중 클라이맥스를 찍는 고액 연봉자가 많다.

30~40년을 회사인간으로 살며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답게 소득 수준이 만만찮다. 물론 은퇴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생활비가 모자라진 않지만 허리띠를 졸라맨다. 그럼에도 이들 은퇴 예비군은 ‘추억’ 관련 상품에 선선히 지갑을 연다. 왕년에 즐긴 재화·서비스를 재현해 이들을 타임머신 속으로만 안내하면 지갑을 쉽게 열 수 있다.



청년·노인층에도 추억 마케팅 먹혀1958년생이 주력이다. 1958년생은 일본 소비시장의 유력 고객이다. 닛케이MJ에서 CEO 그룹의 소비 연령대를 조사했더니 51.7세로 나왔다(2010년).

당시 기준으로 역산하면 1958년생이다. 2005년 조사 때(43.4세)보다 8세가 늘어났다. 이를 토대로 2015년을 추정하면 60세 정도다. 결국 광의의 5060세대로 압축된다.

이들은 노인과 청년을 연결하는 가교 세대다. 이들에게서 앞뒤 세대의 소비심리를 읽을 수 있다. 5060세대를 사로잡을 도구는 추억이다. 추억으로 소구하면 이들 세대의 선배인 노인그룹까지 아우를 수 있다. 은퇴 세대를 추억으로 공략하는 건 유력한 사업거리다. 히트상품 중 추억이란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다. 향수를 자극해 매출을 늘린 사례는 부지기수다. ‘재출시’ ‘부활’ 등이 마케팅 단골 단어로 활용된다.

추억 마케팅의 핵심은 쇼‘ 와레트로’다. 1926~1989년 쓰인 일왕(日王) 연호인 쇼와(昭和)와 영어 단어 회고(Retrospective)를 합쳐 만든 신조어다. 2000년대 이후 급부상한 쇼와레트로는 옛날을 그리거나 회고할 때 자연스레 쓰일 정도로 일반화됐다. 쇼와시대는 현대 일본을 만든 전성기다. 특히 쇼와레트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경제 회복과 성장기로 해석된다.

전쟁이 끝난 뒤 희망·열정이 넘치던 쇼와 30년대(1955~1964)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긍정적 분위기와 역동적 에너지가 모여 고도성장의 주춧돌을 세운 시기다. 쇼와 30년대는 학생운동과 환경오염으로 혼란을 겪은 쇼와 40년대(1965~1974)와도 구분된다. 추억은 추억이되 30년대에 비해 40년대 기억은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그중에서도 1958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실상 쇼와레트로의 절정기다. 『쇼와 33년』이란 책까지 있다. 시장·경제 상황만 봐도 1958년엔 에너지가 넘쳤다. 1958년 6월부터 42개월간의 이와도 호경기가 성장 불씨를 지폈다. 중화학 중심의 수출 전략에 힘입은 고도성장이 시작된 것이다.

구매력이 늘면서 ‘삼종(3種)의 신기’라는 냉장고·세탁기·흑백TV가 확대·보급됐다. 마법으로 불린 인스턴트 라면과 캔 맥주·자판기도 이때 나왔다. 사회적으로도 남달랐다. 쇼다 미치코(正田美智子)가 민간인 최초로 황태자(현 125대 천황)와 결혼해 ‘미치코 붐’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 국민을 TV앞에 모은 역도산의 레슬링도 화제였다. 무엇보다 1958년 말엔 일본 경제의 자존심인 333m의 도쿄타워가 준공돼 자부심을 고취시켰다.

추억을 파는 쇼와레트로는 다양하게 진화했다. 우선 몰락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활 카드와 일반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된다. 쇼와를 모티브로 한 박물관·테마파크가 크게 늘었다. 요코하마 라면박물관이나 오다이바 재현 거리 등은 관광코스로 안착했다. 도쿄 인근의 소도시 오우메(靑梅)도 빼놓을 수 없는 쇼와거리다.

쇼와 덕에 부활한 지자체도 있다. 오이타(大分)현 분고타카다(豊後高田)시가 대표적이다. 쇼와레트로 덕분에 부활 도시의 대명사가 됐다. 이 곳은 다른 지방 소도시처럼 최근까지 철도 폐선과 자동차 보급 증대, 점포 대형화, 인구 고령화 등의 악재로 몰락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민관이 뭉쳐 쇼와거리를 재현해 침체에서 탈피했다. 간판·건물을 옛날식으로 바꾸고 각종 도구·전시품 등도 시간여행에 맞게 꾸몄다. 덕분에 관광객뿐 아니라 정주 인구까지 늘었다.

쇼와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도 많다. 쇼와상품의 선두 주자는 ‘하이볼’이다.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만든 산토리의 하이볼은 쇼와 출생자를 비롯해 2030세대의 여성 고객 사이에서도 인기 절정이다. 비싼 술이란 이미지를 깨고 취급 술집이 늘면서 위스키 판매까지 덩달아 늘었다. 은은한 맥주 맛의 청량음료 ‘홉비’의 인기도 쇼와레트로의 결과다. 가난한 시절 홉비와 소주를 섞어 먹던 기억을 떠올리는 중년 고객이 급증했다.

1958년 일본 최초로 맥주를 캔에 넣어 출시한 아사히맥주는 시판 당시 포장·캐치프레이즈를 그대로 되살린 한정판을 내놔 인기를 모았다. 쇼와 시절 음료 부활은 중·장년의 추억과 청년층의 호기심이 합쳐진 결과다. 특히 청년층에게 더 강력하게 먹혔다. 최초의 탄산음료 세대로 알코올을 탄산과 섞어 먹는데 익숙한데다 과거를 경험하려는 공감 의식이 발휘된 덕분이다. 특히 긴무기(산토리) 등 맥주업체는 쇼와시대 이미지를 시리즈로 묶은 광고로 상당한 효과를 봤다.

서비스시장도 쇼와 추억이 주요 무기다. 하토버스의 여행 아이템을 보자. 도쿄 관광의 선두 주자인 하토버스는 3~4년 전부터 쇼와레트로가 반영된 기획 코스를 내놔 빅 히트를 기록했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출시한 ‘쇼와 시절 명가이드와 가는 도쿄 반일 코스’가 대표적이다.

퇴직한 50대 이상 여성 가이드가 당시 요금 250엔만 받고 도쿄 관광을 즐기는 코스다. 600명 정원에 5만명 넘게 신청해 화제를 모았다. 여세를 몰아 쇼와레트로 수요를 반영해 추억 명소에서 그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관광객과 함께 부르는 여행 코스가 성공했다. 열차 분위기를 1950~60년대로 바꾼 케이한전철의 쇼와레트로 맥주열차도 관심을 끌었다. 오오츠(大津) 시내를 하루 한차례 왕복하며 차내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는데, 차내에 우체통·다이얼전화 등 소품을 곳곳에 배치해 만족감을 높였다.



주류·관광·전자제품 시장서 각광기계·제조업도 빠지지 않는다. 기계·제조업에 쇼와 시장은 내수 회복의 주요 변수로 이해된다. 가령 과거 과거 오토바이 시장을 떠난 고객을 다시 불러 모으려는 혼다의 ‘리턴 라이더(Return Rider)’ 마케팅이 그렇다. 사양화된 일본 오토바이 시장의 출구 전략은 과거 오토바이를 즐기던 중년 고객들로 압축된다. 체력은 떨어져도 오토바이를 타려는 욕구는 여전하다. 이는 승차감과 안전성이 강화된 오토바이 개발로 이어졌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카메라도 과거와 현대를 잇는 문화수용체로서 기능을 내장한 제품이 나왔다. PEN시리즈(올림푸스)가 대표적이다. PEN시리즈는 1960년대 대중 카메라로 등장해 히트한 전설적 상품이다. 이게 지금 디지털카메라로 부활했다. 디자인은 초기 모델이지만 젊은이에게도 통하도록 세련감을 더했다.

쇼와레트로는 인구 구조와 자산 보유를 감안할 때 은퇴 인구가 늘수록 우호적이다. 업계로선 중대한 미래전략이다. 물론 단순한 추억 복제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계속 진화해 소비 욕구에 부응하는 기능과 디자인까지 갖춰야 한다.

해외 공략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쇼와레트로는 과거 영광과 미래 불안이 두 축이다. 삶이 힘들수록 옛날 잘 나가던 시절을 반추하려는 심리가 강해지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추억시장도 잠재력이 있다. 한국에도 ‘1958년생 개띠’로 상징되는 800만명 은퇴시장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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