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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 월세 징수·시설 관리 스트레스 해방 / 세입자 - 전문 서비스 받고 보증금 부담 줄여

집주인 - 월세 징수·시설 관리 스트레스 해방 / 세입자 - 전문 서비스 받고 보증금 부담 줄여

일본과 부동산 시장 상황 비슷 … 한국 특유 전세 제도가 시장 확산에 걸림돌



#1. “고객님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주택관리사 OOO입니다. 이번 달 월세가 입금되지 않아 안내 전화 드렸습니다.” “아! 깜박했네요. 오늘 중에 입금할게요. 그런데, 싱크대에서 물이 새는데 수리를 해주세요. 그리고 옆 방에서 밤에 너무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놔서 잠을 잘 못 자요. 해결 좀 해주세요.” “네. 내일까지 수리 전문업체를 보내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옆방 고객님께도 주의 당부 문자를 보내겠습니다.”

#2. “김 사장님, A원룸 담당하는 OOO입니다. 7월 말에 101호와 203호 임대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데요, 계약 연장 때 주문하실 내용이 있으신가요?” “보증금을 올리거나, 안 되면 월세라도 인상했으면 하는데요.” “알겠습니다. 세입자 분들을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결과에 따라 계약 연장 또는 퇴거 조치하겠습니다.” 주택임대관리업이 정착했을 때를 가상해 봤다.

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되면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 모두에게 혜택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렇다. ‘주택임대관리업 도입으로 임대인은 임대료 체납 등 악성 임차인 퇴거 문제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임대인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임대인의 불성실한 시설 관리를 보완하고 임대인으로부터 임차인의 재산 소실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대 보증금을 낮출 수 있어 임차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집주인은 수수료나 임대료 일부를 전문관리 업체에 지급하고 자신이 소유한 주택·빌딩을 전문관리 업체에 맡기면 세입자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 세입자는 집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집주인과의 갈등을 덜면서 전문회사로부터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임대인의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임차인에게는 부담이 되는 보증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집주인인 직접 주택을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직접관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월세 계약 형태가 외국의 주택임대와 달리 보증부 월세라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외국은 월세 보증금이 보통 한두 달치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월세가 연체될 것에 대비해 일반적으로는 20~30개월치의 보증금을 받는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을 낮추면 월세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임차인은 초기 과도한 보증금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집주인은 보증금을 안전 장치로 생각하고 낮추기를 꺼린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 할 때도 ‘반전세(보증부 월세)’를 선호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개념 달라주택임대관리업이 도입되면 집주인은 세입자가 월세를 체납하더라도 매월 안정적인 임대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택임대관리업체와 계약할 수 있다. 임차인은 초기 월세 보증금 부담을 두세 달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임대관리업체는 임대인에게 매월 임대료를 보장하는 대신 세입자를 직접 관리하면서 공실이 발생할 때 단기 재임대를 통해 더 높은 월세를 받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이번에 개정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에는 임대관리업체가 임대인에게 계약한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주택임대관리업은 기존 주택관리업과 무엇이 다를까 주택관리라고 하면 일반인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떠올리기 쉽다. 우리나라 주택법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공용시설 관리를 위해 주택관리를 의무화한다. 이를 수행하는 업을 주택관리업이라고 한다.

최근 온갖 비리가 드러나며 사회 문제가 된 일부 아파트 관리업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택임대관리업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주택임대관리업체는 전·월세 아파트·오피스텔·기숙사·다세대주택 등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시설 관리보다는 임차인을 모집하고 계약·관리·퇴거 등 집주인과 세입자 간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를 주로 한다.

아직 도입되지 않은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주목 받는 것은 우리나라 주택시장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인 가구는 자가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집을 빌려 사는 것을 선호한다. 전세보다는 월세 비중이 크다. 주택 매매 가격이 정체·하락하면서 기존 전세가 월세로 급격히 전환한 것도 이른바 ‘월세 시대’를 앞당긴 배경이다.

이처럼 임대주택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주택 임대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세의 경우는 일상적인 관리가 거의 필요가 없는데 비해 월세는 매월 임대료를 징수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각종 불편사항이나 수리 등에 대한 요구가 일상화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월세 주택은 제도권 내에서 운영하는 장점이 많지 않아 대부분 주택임대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비제도권에 머물렀다. 임대사업자로 전환되더라도 일부 세제혜택을 보는 것에 비해 종합소득세·건강보험료 등 공적 부담금이 많았다. 국내 임차주택 중 비제도권 임대주택은 전체의 80%인 650만 가구가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주택 관리를 집주인이 직접 수행하거나 중개나 시설관리 등 일부 업무만 공인중개업소·시설관리업체에 위탁한다. 그동안 서울 강남지역 등에는 임대주택을 관리해온 업체들이 있었지만 주택임대관리 시장에 대한 임대·임차인의 이해가 부족하고 관련 법규가 없어 영세한 규모에 머물러 있다.

외국에는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발달한 곳이 많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도 기관보다는 개인 임대인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은 민간 임대주택의 85%를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임대관리는 전문회사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중에서 주택임대관리업체가 관리하는 주택은 80% 수준인 약 900만 호에 달한다.

일본은 주택임대관리업체가 위탁관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브리스(sub-lease : 단기 재임대)라는 방식으로 적극적인 임대공급자 역할을 한다. 이러한 회사들은 임대주택의 개발과정에서부터 임대인과 합동개발방식을 택한다. 이때 임대인들은 상속·증여 때 세금을 감면 받게 되며, 서브리스 회사와는 30년 계약으로 고정임대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엔 70만 가구 관리하는 대형업체도주택임대관리 시장이 열리면서 일본에서는 다이토 켄타쿠·레오팔레스21·세키수이 하우스·스타츠·다이와리빙 등 기업형 주택임대관리회사가 등장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1위인 다이토 켄타쿠가 관리하는 임대주택은 70만 호에 이른다.

2~3위인 레오팔레스21과 세키수이 하우스는 각각 55만 호, 49만 호를 관리한다. 일본에서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급성장한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주택 분양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대대적인 임대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을 폈다. 또한 저출산·노령화와 1~2인 가구의 증가 등 인구구조도 빠르게 변했다.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 머물면서 주택을 사고 팔아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임대주택을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가 늘었다. 최근 우리나라 상황과 유사하다. 아직 개장도 하지 않은 주택임대관리 시장에 기대가 큰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제도나 시장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임대주택 시장은 월세 중심이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세 제도가 중심이다. 같은 월세 형태라고 해도 일본에는 높은 보증금이 없다. 또한 우리나라는 임대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땅값이 비싸 임대주택 개발이 쉽지 않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비제도권 임대인이 대다수고 공인중개업소들이 제한적인 임대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임대 사업자가 임대관리업체에 위탁관리 수수료나 임대료 일부를 지급하는 것을 꺼릴 가능성도 크다.

기업형 주택임대관리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월세 시장이 얼마나 형성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월세시장이 형성되려면 소득수준에 비해 월세 임대료 비율이 20% 이하 수준이어야 한다. 미국·일본은 소득대비 월세임대료 비율(RIR)이 15~20%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소득 3분위 이상에서는 20% 정도 수준으로 나타나 월세 수용 가능성이 있다.

월세와 더불어 높은 보증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증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다. 우선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현행 전환율을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전환율이 시중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월세로 전환할 때 월세부담을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증금을 보증보험으로 대체해 최대한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

월세 주택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경우 증가하는 각종 부담을 줄여주는 세제개편이나 금융지원도 필요하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 임대 투자자의 수익률을 높여줌으로써 적극적 임대공급자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주택임대관리회사도 임대인과 동일한 시장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혜택을 부여해 육성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전반적인 임대관리 확산을 통해 임대주택의 관리비를 낮추고, 공실위험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시장투명성도 높여 이러한 비제도권의 지하경제를 줄이는 제도적 장치로서 주택임대관리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택임대관리업을 도입하려는 근본적인 목적은 임대주택 시장활성화에 있다. 민간 투자자가 임대주택 시장에 적극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한 방편이다. 정부는 일정한 자본금과 인력을 갖춘 주택임대관리업자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재무적 투자자가 임대 주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임대 위탁을 유인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주택임대관리업은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보조 수단이다.



임대주택 활성화 근본 대책 필요현대경제연구원 정우석 연구위원은 “민간 사업자의 임대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4·1 부동산 대책에 들어있는 ‘토지임대부 임대주택’ ‘준공공임대주택’ 제도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준공공임대주택은 민간주택이면서도 장기 임대 의무기간과 임대료 인상률 제한을 적용 받는 공공성이 강한 임대주택을 말한다. 대신 재산세·양도소득세 감면과 주택기금 융자를 받을 수 있다.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은 임대주택 사업자가 토지를 빌려 임대주택을 짓는 것을 말한다.

또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거나 금융 지원을 하는 인센티브 방안이 필요하다.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전화하는 가구에 대한 보증·대출을 지원하고, 소득에 비해 월세 부담이 큰 저소득층 가구에 임대료를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제도도 신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 연구위원은 “사적으로 방치돼 있는 민간 임대주택 시장의 선진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형 임대사업을 활성화해 산업의 표준화·전문화·대형화를 유도하고 임대주택 시설물의 유지·보수와 관련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을 방지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처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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