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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 버냉키의 후임은 누구?

FRB - 버냉키의 후임은 누구?

2014년 1월 FRB 의장 임기가 끝나면 물러날 듯 후임은 재닛 옐런 부의장이 유력



한 상징적인 인물의 미래를 둘러싼 추측이 인터넷에서 난무한다. 그가 한 시즌 더 남을까? 아니면 이미 짐을 싸는 중인가? 그렇다면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드라마 중 하나의 주인공 역할을 누가 물려받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 이야기다. 프린스턴대 교수 출신인 그의 2기 임기가 2014년 1월 만료된다. 그가 3기째 연임할 것이냐가 시장의 관심사다.

FRB 관측통들의 추정은 연임하지 않는다는 쪽이다. 어쨌든 그는 힘들고 고된 시기를 지나왔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2008~09년의 대불황, 그뒤 불규칙하고 실망스러운 회복기를 헤쳐왔다. 단기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끌어내리고 대규모 자산인수를 실시했다.

이젠 실탄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긴축정책을 중단해달라고 의회에 거듭 탄원했지만 묵살당했다. 그리고 버냉키는 부시의 지명을 받아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우파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움을 샀다. 이제 FRB 독자적으로는 더 손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프린스턴대가 분명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의 목표 중 하나는 FRB의 투명성 확대였다. 전임자 앨런 그리스펀은 의도적으로 모호한 표현을 써서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이 그의 진의를 해석해야 했다. 지금은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거기서 FRB의 역할이 더 커졌다. 그런 점을 인식한 버냉키는 진로를 더 명확하게 설정하려 애썼다. 그가 이끄는 FRB는 새로운 조치를 취하기 오래 전에 시장에 알린 뒤 아주 신중하게 일을 진행한다. 갑작스러운 투매를 막기에 유리한 방식이다.

그러나 임기를 불과 7개월 남겨두고도 버냉키는 자신의 거취에 관한 입장표명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의중을 점치는 일은 가능하다.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버냉키는 제로금리 정책을 종료할 때까지 남아있지 않을지 모른다는 뜻을 내비쳤다. “내가 세상에서 출구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전엔 그가 자신의 임기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과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막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3월엔 “대통령과 논의하긴 했지만 현 단계에선 정말 할 얘기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와 같은 발언은 숨은 의미 찾기에 익숙한 FRB 관측통들까지 머리를 긁적이게 만들었다.

4월엔 캔자스 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연례 잭슨 홀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말했다. 세계화 전도사 토머스 프리드먼이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을, 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를 건너뛰는 격이다. FRB 관계자는 “개인 일정상의 상충”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FRB 관측통들은 행간의 의미를 추론했다. “우리 모두가 추측하는 것을 시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리건대 경제학 교수이자 페드워치(FedWatch) 블로그의 운영자 팀 듀이가 말했다. 1월에 그가 물러난다는 추측 말이다.

5월 말 프린스턴대 졸업식 연설에선 퇴진 시나리오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인상을 줬다. “최근 교수 휴직 후의 내 신분에 관해 대학 측에 문의 편지를 써보낸 뒤 이런 답장을 받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프린스턴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교수 정원보다 유능한 지원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이 연설문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주석이 따랐다. ‘기자 분들에게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건 농담입니다. 내 프린스턴대 휴직은 2005년으로 끝났습니다’).”

연설에는 어느 쪽으로든 해석될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드라마를 펼쳐나가라”고 그는 프린스턴대 졸업생들에게 조언했다(최근의 금융정책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앞으로 수년간 지켜볼 의사가 있다는 신호일까?). 반면 버냉키는 그 동안의 어떤 공식석상보다 더 나사가 풀리고 느긋하고 나아가 해방된 모습이었다. 그와 같은 태도가 교단 복귀론에 힘을 실어줬다.

그의 후임으로 전 재무장관들인 래리 서머스, 팀 가이트너 같은 거물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하지만 거기엔 신경 쓸 필요 없다. FRB에는 계속성이 필요하다. 재닛 옐런 부의장은 FRB 내 버냉키의 믿음직한 측근이었으며 학문적 조건(예일대 박사, 버클리대 교수)과 정치 경력(클린턴 백악관)을 갖췄다. 그녀는 자연스러운 후임자이며 이번 여름 잭슨 홀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다. 그녀가 후임으로 임명된다면 몇 가지 측면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한다.

첫째, 여성이라는 점과 둘째, 민주당원이라는 점이다. 지난 4반세기 동안 경제정책 수립과정에서 손꼽히는 희한한 특징이 한 가지 있었다. FRB 의장을 지명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클린턴과 오바마 모두 공화당 전임자가 선택한 공화당 경제학자를 그냥 재임명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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