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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황금알 낳는 거위가 미운 오리새끼로

Real Estate - 황금알 낳는 거위가 미운 오리새끼로

시세차액은커녕 추가 분담금에 울상 … 청산금 소송도 급증



서울 남가좌동의 ‘DMC래미안e편한세상’은 3293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가재울뉴타운3구역을 재개발한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형은 2009년 말 4억8000만원에 일반 분양했다. 같은 평형의 조합원 분양가는 4억3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중대형 평형에서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조합원들은 지난해 말 입주 때 약 10%의 추가 분담금을 내면서 실제 조합원 분양가는 4억7300만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 1500만원을 포함하면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 분양가와 비슷해졌다. 이 아파트는 미분양을 소진하기 위해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할인 분양도 실시했다. 일반 분양가가 조합원 분양가보다 저렴한 경우도 더러 발생했다. 한 조합원은 “사업 청산 때 조합원들이 추가로 돈을 더 낼 수도 있다”면서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이 크지만 남 좋은 일 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조합원 분양가 더 비싸기도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 재개발 사업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조합원들은 큰 돈을 들여 새 집을 지어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커녕 미분양에 따른 추가 분담금 부담에 울상이다. 돈이 된다며 너도 나도 수주 전에 뛰어든 건설사도 막상 분양이 코앞에 닥치자 미분양 우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 분양가에 공급했지만 팔리지 않자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분양에 나섰다. 고분양가로 대규모 미분양 부담을 떠안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조기에 일반 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

곧 분양을 앞둔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1구역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평균 1788만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분양한 왕십리2구역의 평균 분양가(1940만원)에 비해 약 8%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애초 조합 측은 일반 분양가를 1900만원 초반대에 책정했지만 4월 관리처분계획변경총회를 열어 분양가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6억3000만원대에 일반 분양할 예정이던 전용면적 84㎡형의 가격이 5억9000만원대로 떨어졌다.

1구역조합이 분양가를 낮춘 건 2구역에서 미분양이 대량 발생해 가격을 20% 가량 깎아 파는 걸 지켜본 후다. 1구역의 일반 분양 물량은 607가구로, 2구역의 495가구보다 많다. 1구역은 지하철역이 2구역에 비해 멀지만 청계천과 가까워 주거환경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분양가를 낮춘 건 미분양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발생하면 할인 분양이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이 추가로 든다”면서 “차라리 분양가를 낮춰 조기에 일반 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를 낮추는 재개발 사업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아현4구역을 재개발한 ‘공덕 자이’ 역시 인근 재개발 아파트에 비해 분양가를 낮춰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총 1164가구 중 212가구를 일반 분양하는 이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860만원이다. 지난해 초 공급한 인근 3구역의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2035만원)에 비해 약 8% 가량 저렴하다.

특히 공덕 자이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평형대의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대신 미분양 가능성이 있는 중대형은 싸게 공급하는 전략을 택했다. 59㎡ 5억1480만원, 84㎡ 6억7930만~6억9990만원, 114㎡ 8억3140만원선으로 59와 84㎡ 대의 가격은 아현 래미안 푸르지오와 비슷하지만 114㎡형은 훨씬 저렴하다.

7월 초 분양하는 DMC가재울4구역(가칭)은 59㎡는 1600만원 대 초반, 84㎡는 1500만원대 후반, 112㎡는 1500만원 초반대에 분양가를 책정했다. 이에 따라 84㎡형의 일반 분양가는 최저 4억8000만원이다. 2009년 말 분양한 인근 3구역 DMC래미안e편한세상의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4년 간 오른 물가를 감안하면 분양가를 내린 셈이다. 특히 DMC래미안e편한세상의 같은 주택형 시세가 5억5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 체감 인하율은 더 커진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물가를 감안하면 분양가가 올라야 정상이고 조합원 분양가와 일반 분양가가 1억원 정도 차이가 나야 하는데 요즘처럼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꿈도 못 꾸는 일”이라면서 “그나마 이 가격에 잘 팔려야 하는데 물량이 많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DMC가재울4구역은 총 4330가구 중 1550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아파트 대신 돈으로 달라”이처럼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라 지분을 아파트 대신 돈으로 받으려는 청산금 소송이 최근 급증했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청산금 소송 접수 건수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던 2006년에는 단 한 건도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16건으로 늘었다.

전국적으로 청산금 소송도 2006년 4건에서 지난해 32건으로 7년 새 8배로 늘었다. 법원 측은 조합원 여러 명이 모여 한 번에 소송을 낸 경우도 한 건으로 집계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돈으로 청산하려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청산금 소송이 늘어난 건 주택시장 불황으로 재개발·재건축 분양권이 예전만큼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가재울3구역처럼 사업 장기화로 조합원들이 되레 손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해서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뉴타운 재개발 사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2002년 은평·길음·왕십리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35개 지구 257곳의 뉴타운 구역이 지정됐다. 사업이 진행돼 현재 입주를 완료한 곳은 28개 구역에 불과하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주민 간 갈등이 증폭되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출구전략을 시행했다.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재개발 지구를 해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5월에 창신·숭인뉴타운이 주민 요청에 따라 뉴타운 개발 대상에서 처음으로 해제됐다.

창신·숭인지구 뉴타운 해제에 따라 나머지 34개 지구, 243개 구역에서도 뉴타운지구 해제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지구해제에 따른 매몰비용을 지원할 예산이 부족해 주민들로서는 진퇴양난이다. 뉴타운 해제를 위한 서울시 예산은 올해 14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국고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뉴타운 구역 해제는 과거 현실을 무시한 지방자치단체의 과욕과 최근 수년 동안 계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주택경기가 살아나는 게 급선무지만 해제를 앞둔 구역의 선택지인 대안정비사업의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전히 개발이익이 중심인 과거의 개발방식에 젖은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려면 또 다른 성공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매몰비용문제가 있는 구역 해법은 주택 경기가 살아나는 것뿐”이라며 “더불어 이제는 정비사업도 개발이익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자기 돈을 들여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청산금 재건축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현금으로 지급받는 돈.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 48조는 ‘토지 소유자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철회한 경우 등에 대해 시행사가 청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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