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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 그림자금융 시스템이 촉발한 차이나쇼크

ECONOMY - 그림자금융 시스템이 촉발한 차이나쇼크

이번 기회에 소비와 서비스 위주로 경제체질을 바꾸려는 의도인 듯



6월 중순에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일으키더니 그 다음주에는 중국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금융시장의 충격파는 인터넷의 입소문과 똑같은 속도로 퍼져나간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멀지 않은 장래에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할지 모른다고 6월 중순 벤 버냉키 의장이 말했다. 그 직후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집단으로 경기를 일으켰다. 주식과 채권 매물이 시장에 쏟아졌다. 주가지수가 미끄러지고 금리는 뛰어올랐다.

6월 24일 시장이 다시 주저앉았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다시 주식과 채권을 내던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시아, 더 구체적으로 중국이 문제다. 중국은 경제성장의 전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해마다 7~8%의 성장을 보이며 2012년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미국이 ‘중국의 열등생이 되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지난해의 일이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수십 년간 스스로를 옭아맸던 족쇄를 벗어 던지고, 자본주의를 발견하고, 글로벌 시장에 빗장을 열고, 생산을 통해 번영으로 향하는 과정을 걸어왔다. 상당부분 그 덕에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물론 주로 정부가 소유하고 통제하는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불안정하고 취약하고 미숙하며 툭하면 부패상을 드러냈다. 2003년과 2009년 중국 은행들이 위기에 처했었다. 그때마다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구제해주곤 했다. 덕분에 파티가 계속됐다.

근년 들어 환경이 달라졌다. 첫째, 2008년과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수출 이외의 연료에 성장을 의존하게 됐다. 바로 신용대출이다. 해외로부터의 주문이 감소함에 따라 중국의 경제 당국자들은 기업시장, 주택시장, 금융부문 전반에 융자를 쏟아 붓는 방법으로 경제활동을 촉진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에 따르면 중국의 신용대출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25%에서 오늘날 200% 가까이 증가했다. 2009년과 오늘날의 중국 경제 규모를 비교할 때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부시-그린스펀(당시 FRB 의장) 시절의 미국과 비슷하다. 그들은 신용과 주택 붐을 조성한 뒤 그것을 번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오늘날의 중국과 2001~2007년의 미국 간에 잠재적으로 위험한 또 다른 비유가 있다. 2008년 이전 미국에는 사실상 두 개의 금융 시스템이 있었다. 은행 시스템은 음으로 양으로 정부의 규제와 지원을 받았다. 그 뒤에서 그림자금융 시스템(중앙은행의 규제와 감독을 받지 않는 금융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투자은행(리먼브러더스·베어·스턴스), 비우량주택담보 대출기관들, 그리고 AIG 같은 대형 보험사 등이었다.

실제로 규제나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비대하게 몸집을 불렸다. 미국 그림자금융업계의 구성원들은 상호간에, 그리고 자본시장과 제도권 은행으로부터 미친 듯이 돈을 빌려주고 빌렸다. 그리고 2007년과 2008년 이 같은 시스템의 슬로모션 붕괴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거기에 2008년 가을 대형 그림자 은행(리먼) 한 곳의 파산을 최종적으로 허용한 정부의 조치가 맞물렸다.

소문내지는 않았지만 중국에도 공식적인 정부 주도의 금융부분 외에 그림자금융 시스템이 있다. 중국의 그림자금융 시스템은 신탁회사, 투자업체, 주식중개사, 비공식 대출기관, 다른 업체와 그들의 고객들에게 신용을 제공하는 회사들로 이뤄진다. “2012년 말 중국의 그림자금융 신용대출 규모가 총 3조7000억 달러로 GDP의 44%에 달한다고 스탠더드&푸어스가 추산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도 모른다. 중국 금융시장의 투명성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주 사이 그림자금융 시스템이 채무불이행과 금리상승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정부는 구제를 서두르지 않는 듯하다. 지난 3월 취임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에게 다른 속셈이 있다는 설이 제기된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투자·부동산·신용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를 소비와 서비스 위주의 경제(즉 미국에 좀더 가까운 체제)로 체질을 바꾸려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림자금융 시스템의 규모가 줄어들면 그 과정이 더 빨리 진행된다. 따라서 베이징과 상하이 금융시장에서 떠오르는 메시지는 정부가 중국의 그림자금융 시스템을 구제하리라고 기대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적어도 아직은 말이다.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 글로벌 경제에 나쁜 소식이다. 첫째, 이미 연간 7.6% 선으로 떨어진 중국 경제성장률이 더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중국의 수요에 의존하게 된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준다. 브라질의 대두 농가, 호주의 철광석 광부, 미국의 대학 당국 등이 그 피해를 보게 된다.

둘째, 정부가 금융 시스템의 한 귀퉁이를 파산하게 방치할 때는 항상 예견하지 못하고 의도하지 않은 커다란 결과가 따른다. 2008년 미국의 예가 그 증거다. 신용대출은 믿음을 뜻하는 라틴어 어원 credo에서 파생됐다. 신용은 대단히 감정적이고 심리에 좌우된다. 대출금이 상환되리라는 확신 아래 사람들이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때만 신용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한다. 그 믿음이 깨지면 시장은 얼어붙는다.

중국은 대체로 그런 사실상의 은행 인출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유사시에는 정부가 국유기업과 은행들의 부채를 떠안으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당국자들이 체면을 살리고, 신뢰를 유지하고, 경제성장을 계속하려면 그렇게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처음으로 중국 경제당국이 개혁을 위해 약간의 시스템 붕괴를 허용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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