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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THE SCIENCE OF MIND - ‘우리 마음 속에 소시오패스가 산다’

FEATURES THE SCIENCE OF MIND - ‘우리 마음 속에 소시오패스가 산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칭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내밀한 고백



M E 토머스는 자칭 ‘냉혹한’ 변호사다. 큰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로스쿨을 졸업하고, 굴지의 법률회사에 취업하고, 그뒤 교수가 됐다. 하지만 또한 살인 환상을 품고, 친구의 개인적인 문제로 자신의 재미가 방해 받을 때는 가차없이 관계를 끊고, 여가 시간에는 “사람들을 파멸시킬” 계략을 꾸민다고 한다. 그녀는 성공과 실패의 가느다란 경계선 위에 걸터앉아 있다. 그녀의 성공을 낳은 원동력이 동시에 주기적으로 몰락을 초래하기도 한다.

M E 토머스는 소시오패스(sociopath,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다. 사람은 누구나 그와 같은 성향을 갖고 있다. 토머스는 저서 ‘소시오패스의 고백(Confessions of a Sociopath)’에서 익명을 사용했다.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풍자하고, 주도 면밀하게 짜여진 인격의 가면을 벗어 던진다. 소시오패스가 단순히 연쇄살인범의 병증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문제임을 입증하려는 시도다. 성공하고 사회에 잘 적응한 듯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른 강도로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이 같은 주장을 한 건 토머스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껏 가장 개인적인 주장임은 분명하다. 심리학자 마사 스타우트는 2005년 저서 ‘이웃집 소시오패스(The Sociopath Next Door)’에서 미국 전체 인구 중 4%가 소시오패스라고 경고했다.

지난 봄에는 언론인 존 론슨이 ‘사이코패스 테스트(The Psychopath Test)’에서 교도소로부터 기업 이사회까지 사이코패스에 대한 조사 결과를 자세히 소개했다(사이코패스는 소시오패스의 임상용어나 다름없으며, 두 용어가 종종 구분 없이 쓰이기도 한다). 2012년 9월 ‘인성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한 조사는 ‘겁 없는 지배(fearless dominance)’로 불리는 사이코패스 기질의 정도 순으로 미국 대통령의 순위를 매겼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와 존 F 케네디가 선두를 차지했다.

소시오패스는 부정직·매력·심리조종·나르시시즘 그리고 가책과 충동억제의 결핍 같은 특성으로 나타나는 성격장애다. 1980년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가 개발한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개정판(PCL-R)은 널리 알려진 사이코패스 진단법이다. 어떤 범죄자가 가석방 기준에 부합하는지 또는 사형에 처해야 할 정도로 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제기하는지 판별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헤어는 사이코패스가 교도소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2년 전 로슨이 인용한 글에서 헤어는 이렇게 평했다. “교도소에서보다 기업 고위층에서 사이코패스를 만날 가능성이 4배는 더 크다.”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1970년대 30여명의 젊은 여성을 살해)는 통상적으로 사이코패스의 대명사로 간주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시오패스 스펙트럼에서 현실세계의 더 전형적인 표본으로 버니 메이도프(미국 최대의 금융사기범)를 꼽는다. 2011년 2월 ‘뉴욕’ 잡지와 인터뷰에서 메이도프는 교도소 심리치료사에게 자신을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던 일을 떠올렸다. “당신은 절대 소시오패스가 아니다”고 치료사가 그에게 대답했다고 한다.

“당신은 도덕관이 있고 가책을 느낀다.” 물론 메이도프가 전 세계의 수많은 투자자, 헤지펀드, 그리고 자선단체의 자금 650억 달러를 날린 일을 실제로 후회했을지 모른다. 그의 가족에 극심한 치욕과 배신감을 불러일으켜 아들 하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사람을 조종해 금전적 보상을 얻어내려면 냉혹함·부정직 그리고 충동억제 결핍이 일정 정도 요구된다. 그리고 이는 모두 사이코패스의 본질적 특성이다.

토머스는 저서에서 아버지를 끔찍이 싫어했으며 아버지가 허리띠로 때릴 때도 절대 울지 않았다고 썼다. 그리고 “처음으로 반복적으로 꾼 꿈이 아버지를 맨손으로 죽이는 내용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녀가 살인의 환상을 품은 대상은 아버지뿐이 아니다. 사용 금지된 승강기를 이용했다고 자신을 나무란 워싱턴 DC 지하철 직원의 뒤를 밟아 목을 조르고 싶은 욕구에 휩싸였던 일을 그녀는 설명한다. 그뿐 아니라 십대 시절 주머니쥐 새끼가 풀장에 빠졌을 때 구해줄 수 있었는데도 익사시키려 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토머스는 연쇄살인자가 아니다. 그리고 대다수 소시오패스는 살인을 하지 않는다고 그녀를 비롯한 학자들은 강조한다. 대신 토머스는 자신이 가장 즐기는 소시오패스 취미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타인의 감정을 조종하려 무척 애를 썼던 일을 책에서 설명한다. “대다수 사람들보다 내 가슴이 더 검고 차갑다는 점을 안다. 어쩌면 그것이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까닭인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썼다.

스테파니 멀린스-스웨트는 오클라호마 주립대 심리학과 조교수다. 이른바 성공한 소시오패스, 즉 감방에 잡혀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했다. “누군가 스펙트럼의 극단에 있다면 나쁜 조짐이다. 우리는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려 한다”고 스웨트가 말했다. “하지만 누군가 극단적인 사이코패스일 경우라도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단정하진 못한다.”

토머스가 자신의 블로그 SociopathWorld.com의 글들을 책으로 엮어 내기 전에 그녀의 출판 에이전트가 의사의 진단을 받아보라고 제안했다. 텍사스 A&M 심리학과의 존 에든스 교수가 토머스를 평가했다. 소시오패스가 법원명령 없이 임상진단을 받으려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여성의 경우는 교도시설 말고는 그 증상에 관한 리서치가 없기 때문에 특히 오진이 나오기 쉽다.

따라서 에든스는 헤어 PCL-R의 심사 버전을 포함해 갖가지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뒤에야 그녀가 실제로 소시오패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신의 진단에 확신을 갖고 있지만 “어떤 사람이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일정 부분 모래밭에 자의적인 선을 긋는 격”이라고 주장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소시오패스의 특성을 지닐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시오패스 같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상습적인 범죄자라면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다시 감방을 찾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하지만 무자비하고 조작적이고 법대로 살지만 공감능력이 결여된 시민에 대해서는 사실상 알려진 치료법이 없다. 그리고 정말 치료법이 필요할까? 이는 종종 성공에 직결되는 특성들이다.

정신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없이 전선에서 귀환할 수 있는 군인, 환자에게 동정심은 없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목숨을 살리는 일류 외과의사, 큰 도박을 불사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월스트리트 투자자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토머스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접촉해오는 모든 잠재적인 소시오패스에게 진단을 받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교도시설 외에는 가능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그 결과를 안다 해도 실질적인 혜택이라곤 마음의 평화뿐이라고 경고한다.

토머스는 치료법 대신 몇 가지 대안을 찾아냈다. 자신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첫째 요인으로 몰몬주의를 꼽는다. 구체적으로 누구나 변할 수 있다는 몰몬교 교리와 대인관계의 필요성 덕분이다. 블로그도 치료 효과가 있다. 날마다 소시오패스에 관한 글을 올리고 답변을 한다. 따라서 사실상 규칙적으로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분석하게 된다.

“과거에 내 자신이 정상이고 멀쩡하며 무슨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 좌절을 겪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게 원래 내 자신의 모습임을 스스로 상기시켜 한다. 나는 사람심리를 조종하는 성향을 타고났다. 나는 자기기만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이다.”

소시오패스의 잠재성을 지닌 독자들과 교류하면서 비슷하게 반사회적인 사람들로 이뤄진 하위문화를 만나게 됐다. 그들과는 우정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즐기는 심리조작 게임을 할 수 있다. 어쨌든 소시오패스는 스웨트의 말마따나 주로 “남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면에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토머스가 소시오패스일지 모른다는 점을 거론한 건 로렌이 처음이었다(토머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로스쿨 재학 중 어느 해 여름 함께 인턴으로 일했다. 토머스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살피며 어떻게 행동할지 실마리를 얻는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얼마 전 가족 상을 당한 한 친구를 두고 짜증을 냈다. 친구를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서 속상하거나 화난 것이 아니었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예전처럼 즐겁고 재미있지 않아 불만이었다. 로렌은 책을 읽고 토머스가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잔인한 게임을 한 사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심리조작의 표적이 되지 않았던 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서로 다른 도시에 살면서 주로 지적인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친구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토머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했듯이 자신을 “파멸시키려” 했다면 그녀와 완전히 절교하는 수밖에 없으리라고 로렌은 말한다.

“그녀는 연인과 헤어진 뒤 울면서 전화할만한 친구는 분명 아니다 … 나는 보수적인 지역에서 동성애자로 자랐다.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이 어떤지 안다”고 로렌이 말했다.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시오패스로 커밍아웃해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죄인 취급을 받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커밍아웃’이 토머스가 기대했던 만큼 해방감을 주지 않는 듯하다. 토머스는 책의 출간 당시 법과 교수였지만 지금은 자리가 “허공에 떠 있다”고 설명한다. 소시오패스를 강단에 계속 서게 할지 학교 당국이 저울질하는 중이라는 의미다.

토머스가 자신의 진짜 신원이나 학교명을 밝히려 하지않기 때문에 이를 학교 당국에 확인할 순 없었다. 하지만 소시오패스라고 밝힌 일로 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을까? 토머스가 자신의 질환 때문에 차별을 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는 아마도 대단히 어려울 듯하다고 노동 전문 변호사 제시카 캐스틴이 설명했다.

“어떤 질환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한두 가지 주요 일상활동에 큰 제약이 있어야 한다”고 캐스틴이 설명했다.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소시오패스라는 사실이 주요 일상활동에 영향을 준다고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해하기론 소시오패스는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토머스는 2~3년마다 이른바 ‘인생의 좌절(life destruction)’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거짓말이나 심리조작으로 인한 일자리나 대인관계의 주기적인 와해를 가리키는 말이다. 토머스는 2008년 이 같은 일을 겪은 뒤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마음 속에서 문제의 근원을 찾아보기로 작정했다. 이번 책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이번에 또 한번 인생의 좌절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책을 쓰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관해 생각해 봤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라기로 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 책이 다른 길을 열어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다면 더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계산된 모험이었으며 지금 당장은 나의 오산인 듯 상황이 나빠 보인다.” 그러나 토머스는 소시오패스답게 결과는 개의치 않았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좌절을 겪게 된다고 해도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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