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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ACTIVISM - 미궁에 빠진 중국 인권운동가의 미래

FEATURES ACTIVISM - 미궁에 빠진 중국 인권운동가의 미래

극적인 탈출 후 뉴욕대에서 연구원 자리 얻은 시각장애 변호사 천광청, 미국 우파 연계설에 휘말려



중국 인권운동가 천광청의 미래가 다시 불확실해졌다.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중국을 탈출한 지 1년 만이다. 천에게 방문연구원직(펠로십)을 제공한 뉴욕대(NYU)가 천을 지지하는 우익 의원·기독교 인권단체와 불화를 빚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변호사 천광청은 가택연금 중 2012년 4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동안 극적으로 탈출해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산둥성 린이시 동스구촌의 자택에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담장을 넘어 탈출했다. 이미 4년의 감옥 생활과 19개월의 가택연금으로 몸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20시간 동안 도주한 끝에 난징의 여성인권운동가 허페이룽과 만나 그의 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향했다. 베이징에 도착한 뒤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흘 동안 숨어 지내다가 중국에서 유일하게 안전한 장소는 미국대사관뿐이라고 판단, 4월 26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 들어갔다.

베이징의 미 대사관으로 피신한 뒤 천의 미국 난민 신청으로 미중 관계가 긴장됐고 국무부 관리들은 천이 직계가족과 미국으로 갈 수 있도록 허용 받기 위해 일주일 동안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5월 2일 천은 중국 정부로부터 신변 안전과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받고 6일간 머물던 미국대사관에서 나왔다.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그의 미국 유학을 허용했다. 미국의 유명한 로스쿨이 천을 책임진다는 조건이었다. 뉴욕대(NYU)가 그 역할을 떠맡아 천에게 방문연구원 자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 천은 NYU가 학교를 떠나라고 강요한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중국 정부의 “끊임없는 엄청난 압박”에 NYU가 굴복했다고 주장했다. NYU는 극구 부인했다. 사실 그동안 천을 지지하는 다양한 단체들과 NYU 사이에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과 중국계 기독교 인권단체는 NYU가 천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며 중국과의 긴장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 하원 외교위원회 인권 소위원장인 크리스토퍼 스미스(공화당)는 “NYU가 국무부의 묵인 아래 천을 홀대했다”고 말했다.

스미스 의원은 천이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 머무는 동안 전화로 의회 청문회에 증언하도록 주선했고 그가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중국 정부와 미묘한 협상을 하던 국무부에는 큰 골칫거리였다. 스미스는 수년 동안 천이 처한 상황과 그가 추진하는 운동(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낙태 강요에 반대하는 운동이다)에 관해 청문회를 열었다.

천이 미국에 도착하자 NYU는 그가 의회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고 천이 학교측의 충고를 무시하고 의회 증언을 한 뒤엔 논쟁을 피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스미스 의원은 주장했다. 스미스는 2012년 8월 천이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그에 대한 압력이 더 거세졌으며, 천이 2013년 4월 9일 스미스의 인권 소위원회에서 증언한 직후 NYU가 그에게 학교를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4월 11일 그는 학교 당국에 불려가 퇴교를 강요받았다. 지금도 그의 조카가 고문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인 인권 운동가를 그렇게 대해선 안 된다.”

스미스에 따르면 NYU의 경호원들이 천의 모든 일정을 통제하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스미스는 천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인과 운동가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그들이 막았다고 믿는다. “NYU에서 내가 그와 이야기할 때는 늘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 나는 ‘잠시라도 우리 둘만 있게 해 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로 거부했다.”스미스는 NYU가 상하이 캠퍼스 개교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고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천을 내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천의 NYU 입학을 주선한 제롬 코언(83) 법학교수는 스미스의 주장을 일축했다. 코언은 스미스가 중국과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고 반낙태 정책을 도모하기 위해 천을 이용하려는 단체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천의 발언을 저지했다는 스미스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 나는 천이 미국 정치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는다. 그들은 천을 낙태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운동의 간판얼굴로 만들려고 한다. 그들이 천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그 때문에 천은 지지를 많이 잃었다.”

NYU와 우익 인권단체는 천을 두고 오래 전부터 실랑이를 벌였다. 천이 미국에 도착했을 때부터 스미스는 환영행사 참석을 거부당했고 그를 개별적으로 만나지도 못했다. 코언은 천이 스미스와 보수 기독교 단체인 ‘차이나 에이드’의 밥 푸 회장 같은 인사들에 의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푸 같은 친구들이 없다면 천은 NYU가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나는 NYU에 25년 동안 재직하면서 늘 중국을 비판해왔다. 그래도 나를 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든 주장은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한다. NYU가 천의 퇴교를 강요한 사실이 확실히 있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NYU는 상하이 캠퍼스 개교라는 사업 문제가 있음에도 천을 과감히 받아들이는 위험을 무릅썼다고 코언은 강조했다. 천도 NYU 방문연구원 과정이 1년 기한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코언은 말했다. NYU는 천에게 교직원 아파트를 제공했고, 매주 생활비를 지급했으며,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도움을 줬다. 코언은 “사람들은 모든 미국 대학이 재정적인 이유로 중국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고 생각하지만 NYU가 천을 받아들인 동기는 재정과 무관했다”고 말했다.

존 베크먼 NYU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국이 NYU에 압력을 넣었다는 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천의 NYU 방문연구원 자격 종료는 중국 정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모든 펠로십에는 기한이 있다. 우리를 표적으로 한 이런 주장은 터무니없고 참으로 안타깝다.”

코언은 “국무부는 그를 자유롭게 해주었는데 그에게 먹이를 주는 손을 그가 물었다고 농담했다”며 국무부를 공격하는 것이 공화당에는 이익이 되겠지만 천 자신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스미스와 푸는 중국 정부가 구금돼 있는 천의 친척(천의 조카는 집안 침입자와 싸운 뒤 살인미수로 체포됐다)을 석방시키려는 협상을 할 생각이 없도록 상황을 만들고 있다.

천의 ‘경호원’이란 특히 미국을 잘 모르는 그가 외출할 때 길을 안내하도록 NYU가 제공한 도우미들이었다고 코언은 말했다. 스미스와 푸는 중국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려 애쓰지만 모든 중국 비판자들이 그런 전략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교육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할 이유가 많다는 점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맞춰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인들을 동참시켜야 한다.”

지난 6월 코언은 천이 푸에게서 제공 받은 아이패드에 스파이웨어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코언과 스미스·푸 사이의 불화는 극에 달했다. 푸는 일반 가게에서 아이패드를 구입해 바로 전달했을 뿐이라며 코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천과 자주 만나는데 NYU의 처우에 대한 불만은 천이 직접 제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천은 갈수록 NYU가 중국 정부의 강한 압력을 받는 것 같다고 내게 말했다. 또 그가 중국 인권문제에 관해 말하거나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거나 의회에서 증언하려 할 때마다 NYU가 방해하려고 했다.” 푸는 천의 돌출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동원한 NYU의 전술이 아주 다양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2012년 7월 천이 의회에서 증언하러 워싱턴에 갔을 때 그와 NYU 경호원들이 종적을 감췄다고 푸는 말했다.

“그날 천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완전히 실종됐다. 결국 천이 불참한 가운데 청문회가 열렸다. 지금도 그날 그가 어디로 갔는지 누가 그를 협박했는지 모른다.”

천이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당)과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에게 NYU와 중국의 압력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자 NYU는 더욱 몸이 달았다고 푸는 말했다. 또 지난 4월에 수여하기로 예정됐던 의회 황금메달을 천이 거부하도록 NYU가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증언하기 하루 전 NYU는 회의를 열고 그에게 의회 황금메달을 받으면 중국 정부가 격분할 것이라며 수상을 거부하라고 종용했다.”

푸는 자신이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거나 낙태반대 운동을 도모하려고 천을 이용한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우리는 정당과 무관한 인권단체다. 물론 나는 기독교 목사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 정치에 개입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규정은 정치 개입을 금지한다. 증거가 있으면 대보라고 코언에게 말하고 싶다.”

천이 기독교 우파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코언의 주장은 모두가 천에 관해 알고 있는 바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푸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천은 의지가 강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한다. “천이 조종당한다는 주장은 그의 인격과 지능에 대한 모독”이라고 푸는 말했다. “천은 낙태 찬반 논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천은 7월 15일 NYU 아파트를 비워야 한다. NYU는 얼마 전 천의 생활비 지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는 자서전 ‘중국생사서(中國生死書)’의 출판 계약 선금을 받았고 “부유한 민주당원의 기부를 받았다”고 푸가 말했다. 또 천은 프린스턴을 비롯해 몇몇 일류 대학의 펠로십 제안도 받아들일지 고려중이다.

천의 원래 계획은 중국으로 돌아가 변호사 일을 하며 친지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지난한 해 동안 중국 정부는 천과 협상하기보다 그의 지지자들을 체포하고 친척들을 기소하려는 노력을 배가했다. “이제 다른 대학이 천 같은 인물을 받아들이기가 더 곤란해졌다”고 코언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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