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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압수보다 환수가 중요

Issue - 압수보다 환수가 중요

추징금 수천억원 될 수도 … 비자금 관련 여부 입증이 과제
검찰 수사관들이 7월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대표인 서울 서초동 시공사를 압수수색한 뒤 관련 서류를 들고 나오고 있다.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동을 걸었다. 검찰은 7월 1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사저에 들어가 재산 압류 절차를 밟았다. 또 일가·친척 5명의 집과 사무실 등 17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이튿날에도 수사진 80여명을 투입해 전 전 대통령의 형 기환씨의 경기 여주군 자택을 비롯해 친·인척 등 주거지 12곳과 장남 재국씨 소유 시공사 관련 회사 1곳 등 13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2004년 대검 중앙수사부가 수사한 차남 재용씨의 조세포탈 사건에 연루된 친구인 류모씨, 재용씨와 동업 관계였던 비자금 관리인 강모씨의 자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반란과 뇌물수수죄 등으로 무기징역형과 함께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 받았다. 이듬해 12월 특별사면되면서 자유의 몸이 됐지만 추징금은 남았다. 현재까지 533억원을 납부했다. 1672억원의 추징금은 아직 내지 않았다. 그는 추징금 선고 뒤 현금·채권 등으로 312억원을 자진 납부했다.

그 뒤 2004년 검찰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돈을 추적하다 부인 이순자씨로부터 대납 형식으로 채권 102억원, 현금과 수표 28억원 등 130억원을 받아냈다. 또 이순자씨 친척 명의의 70억원도 추가로 대납받았다.



비자금 규모 수천억 달할 수도전 대통령은 2003년 본인의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와 3남1녀의 실제 재산은 수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장남 재국씨는 출판사 시공사와 국내 최대 허브 농장인 경기 연천 허브빌리지 등을 가족 소유로 보유했다. 허브농원은 평가액만 250억원이다.

시공사 보유 주식 등을 합치면 재산이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차남 재용씨는 가족 명의로 부동산 회사 BLS를 운영하며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명의로 시가 90억원대의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아파트 3채와 시가 200억원대의 경기 오산 땅 42만㎡ 등을 갖고 있다. 막내 아들 재만씨는 서울 한남동에 시가 120억원에 이르는 빌딩을 소유했다. 딸 효선씨는 서울 연희동 빌라와 경기 안양 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6월 ‘전두환 불법 재산 은닉처 의혹 명세’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은 1988년 퇴임하면서 청와대에서 1000억원을 챙기고, 30명의 재벌 총수로부터 5000억원의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다”며 “친인척 명의로 숨겨 놓은 재산까지 합치면 9334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전 전 대통령이 자녀나 친·인척 등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통해 최소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자금 추적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혹은 은닉자금이 재산 형성의 종자돈으로 사용됐거나 추징금 강제 집행을 피하기위해 돈을 빼돌린 사실이 입증되면 환수 대상이 된다. 전두환 추징법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의 남은 추징금은 1672억원이지만 이 법에 따라 실제 추징 받는 액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전두환 추징법에는 추징액뿐만 아니라 해당 범죄로 형성된 자금을 바탕으로 형성된 추가 재산도 압류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얼마나 더 찾느냐에 따라 추징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환수금 규모는 결국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과 비자금과의 관계를 얼마나 밝혀내느냐에 달린 셈이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는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압류한 걸 얼마나 환수할 것이냐가 문제”라며 “시간이 많이 지나고 변화도 있었기 때문에 다 환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대통령 일가가 대책을 세울 시간이 충분했고 페이퍼컴퍼니 건만 봐도 돈세탁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압수 재산을 다시 돌려주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징금 환수 용두사미 될 가능성도검찰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전씨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채권을 발견했지만 환수하진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남 재용씨 소유의 73억5500만원어치 채권이다. 검찰은 2004년 불법 대선자금의혹을 수사하던 중 재용씨가 가진 167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발견했다.

증여세 포탈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73억원은 ‘전두환 비자금’으로 판명됐다. 자금 출처가 법원 판결로 명확히 드러났지만 추징금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검찰이 채권의 소유권을 전씨에게 되돌리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징금을 환수하려면 압수 재산이 비자금과 연결돼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추적 중인 검찰의 과제는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관리 파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 대통령이 친·인척 등의 차명계좌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장·차남인 재국·재용씨에게 지원한 것으로 보고 일가의 차명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금융 자료를 통해 차명계좌를 파악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7월 18일 “자금 추적을 위해 대검찰청에서 회계분석팀 4명, 계좌추적팀 4명 등 8명을 지원 받았다”면서 “회계·금융 자료 분석이 끝나면 수사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재국씨 소유의 경기 파주 시공사 사옥과 경기 연천의 허브빌리지 등에서 확보한 박수근·천경자 화백의 그림·불상·병풍·공예품 등 수백 점의 예술품 구입 경위와 자금 출처를 캐고 있다. 미술품의 경우 작품마다 무슨 돈으로 샀는지를 일일이 밝혀 추징 가능한 재산임을 증명해야 한다. 검찰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측 전문가를 불러 30곳에서 압수한 미술품 550여 점에 대한 감정을 의뢰한다.

비자금이 재국씨가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전두환 추징금 집행팀장을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로 변경하고 외사부 소속 검사들을 전원 투입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재산 조사를 염두에 둔 교체다. 최근 재국 씨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 코퍼레이션’이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이 알려졌다.

또 일각에선 재만씨가 1000억원대 가치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포도 농장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이곳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주목한다. 검찰은 차명계좌·미술품·해외재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자녀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사해(詐害)행위 취소소송 사해행위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하고자 할 때 채무자가 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려 강제집행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 경우 채권자는 법원에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해 채무자의 재산을 회복하고 돈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채무자가 빼돌린 재산을 되찾아오는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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