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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올 여름 최고의 괴물 스릴러

Culture - 올 여름 최고의 괴물 스릴러

세트 디자인과 괴물 특수 효과 탁월 … 로봇 vs 괴물의 대결 볼거리
‘퍼시픽 림’에서 나이프헤드 괴물과 싸우는 집시 데인저 로봇.



이번 여름 상영작들은 기대 이하다.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은 물을 먹었고, ‘화이트하우스다운(White House Down)’은 세련미가 떨어졌다. ‘론 레인저(The Lone Ranger)’는 일찍이 탈선하고 말았다. 물론 몇몇 속편은 재미있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 3’에서 영리하고 위트 넘치는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에선 상쾌한 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눈길을 끌었다. ‘월드워 Z’에서 좀비들이 날뛰는 몇몇 주도 면밀한 장면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그리고 브래드 피트의 멋진 금발도).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수작은 없었다.

멕시코의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로봇 vs 괴물 대작영화 ‘퍼시픽 림(Pacific Rim)’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그 영화가 도전한 장르를 감안할 때 그만한 수준에서 성공한 게 기적에 가깝다. ‘트랜스포머’ 시리즈 풍의, 비틀린 금속 덩어리의 또 다른 멍청한 활극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리얼스틸(Real Steel)’은 인간이 조종하는 전투 로봇이라는 영화적 장치에 오점을 남겼다.

그리고 매튜 브로데릭이 출연했던 ‘고질라’를 누가 기억이라도 하는가? 하지만 ‘퍼시픽 림’은 그래도 왠지 신선한 느낌을 준다. 대단히 박진감 넘치며 12살 때 친구와 전설의 로봇 싸움 놀이(Rock ‘Em Sock ‘Em Robots battle)를 하던 태평한 오후를 떠올리게 할지도 모른다. 현재 12살이라면 다른 최신 모델 완구를 떠올리겠지만 말이다.

때는 2020년. 인류는 지난 7년 동안 카이주와 큰 희생이 따르는 전쟁을 치러왔다. 거대한 양서류 용처럼 생긴 그 괴물들이 태평양 바다 밑바닥의 갈라진 틈에서 솟아나와 홍콩·마닐라·샌프란시스코·도쿄 그리고 기타 해안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수백만의 인명이 희생됐다.

이 괴물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가 뭉쳐 25층 높이의 거대한 로봇을 개발한다. 예거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미사일, 칼 달린 팔, 플라즈마 라이플(plasma rifle, 일종의 광선총)이 장착됐다. 인간 조종사 2명이 로봇을 통제한다. 드리프트(Drift)라는 과정을 통해 조종사들의 사고가 로봇(그리고 서로)과 동기화된다.

그러나 카이주가 진화하며 예거를 하나씩 쓰러뜨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각국 정부는 예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전 세계 해안을 따라 거대한 벽을 쌓아 올리기로 결정한다. 자금조달 시한이 불과 8개월 남은 상황에서 예거 지휘관 스태커 펜터코스트(이드리스 엘바)가 정예 조종사 팀을 구성한다.

괴물들의 대양 출입구를 겨냥한 마지막 공격을 위해서다. 조종사는 롤리 베켓(찰리 허냄)과 모리 마코(기쿠치 린코) 등으로 이뤄진다. 예비역 예거 조종사인 미국인 베켓은 5년 전 캐나다 앞바다에서 카이주와 싸우던 중 동생인 부조종사를 잃었다. 모리도 그 바다 괴물에 대한 사적인 원한이 있다.



블록버스터지만 출연진 다채로와델 토로는 세트 디자인과 괴물 효과의 거장이다(‘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와 ‘헬보이’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측면에서 ‘퍼시픽 림’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괴물들은 무시무시하고 매혹적이다. 일부는 곤충을 닮고, 또 일부는 갑각류나 양서류 그리고 상어처럼 생겨서 유연하게 이동한다.

또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고질라’와는 달리 괴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고질라’는 발과 발톱 영상으로 끊임없이 관객들을 감질나게 만들었다. 한편 로봇들은 ‘아이언 자이언트(The Iron Giant)’가 ‘맥워리어(MechWarrior)’를 만난 격이다. 베켓과 모리가 조종하는 ‘아날로그’ 예거인 집시 데인저는 아름답게 만들어진 아르데코풍 보초 로봇이다. 이 로봇들은 일본 아니메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Neon Genesis Evangelion)’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알려졌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와는 달리 전투 장면은 신나고 만족스럽게 꾸며졌다. 로봇의 주먹치기·찌르기·쏘기·짓밟기가 모두 필요한 동작이다. 그리고 액션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유조선을 휘두르는 카이주를 향해 집시 데인저가 서서히 다가서는 장면, 또는 로봇이 괴물 중 하나의 목을 칠 때 모리가 “아버지를 위하여!”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관객은 박수갈채를 보내게 된다. 게다가 로봇들은 드리프트 사고연결 기법을 통해 인간의 조종을 받는다. 그 때문에 로봇들이 인간과 같은 특질을 지닌 듯 보인다. 따라서 관객은 로봇의 모든 동작에 몰입하게 된다. 이 로봇들에겐 영혼이 있다.

국제적인 출연진은 대부분 TV 드라마를 통해 가장 잘 알려졌다. ‘선즈 오브 아나키(Sons of Anarchy)’의 허냄, ‘루터(Luther)’의 엘바,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It’s Always Sunny in Philadelphia)’의 찰리 데이 모두 용감하다. 찰리 데이는 괴짜 과학자로 재미있는 유머를 제공한다. 델 토로 영화의 단골 배우 론 페럴먼도 있다. 하니발 차우라는 이름을 가진 암시장의 카이주 장기 거래상이라는 흥미로운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분노의 질주(Fast and the Furious)’ 시리즈가 있기는 하지만 출연진이 이처럼 다양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드물다. 따라서 이들 무작위로 구성된 듯한 일본인, 영국 흑인, 미국인, 호주인 배우 그룹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치는 모습은 신선해 보인다. 한 가지 사소한 논란거리가 있다면 허냄과 기쿠치의 애정 관계와 관련된 문제다. 성적 긴장이 팽팽하게 흐르지만 수위를 넘는 성행위는 없다. 지금은 2013년이다. 금발의 전형적인 미국 캐릭터와 섹시한 일본인 캐릭터의 애정표현을 볼 수 있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이른 아침, 랩가수 카녜웨스트가 트윗을 날렸다. “어제 ‘퍼시픽 림’ 시사회를 봤는데 내가 본 사상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물론 웨스트는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 여름 들어 지금까지 개봉된 가장 스릴 넘치는 블록버스터 영화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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