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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수도권 알짜토지 개발 물꼬 청신호

Real Estate - 수도권 알짜토지 개발 물꼬 청신호

신도시·택지개발지구 용도변경 기간 절반으로 … 도시 토지이용 제한도 대거 풀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7월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규제개선 중심의 2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 934번지 일대의 1만8353㎡는 1990년대 초 평촌신도시 개발 당시 시외버스터미널로 조성될 예정이었다. 안양시가 1992년부터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 터미널 건립에 나섰지만 인근 주민의 반대로 표류하기 시작했다. 평촌신도시가 준공된 지 18년이 넘도록 나대지로 남았다. 인근 주민의 불법 경작지로 전락한 이 부지의 용도를 바꿔 다른 시설을 유치하려해도 2016년까지는 불가능하다. 신도시의 계획 변경은 준공 후 20년 간 제한을 받는다.

이 같은 계획변경 제한은 2002년 터진 이른바 ‘파크뷰 사태’ 후 나왔다. 파크뷰 사태는 경기도와 성남시가 분당신도시 백궁·정자지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해 특혜 분양한 사건을 말한다. 2002년 한 시민단체의 폭로로 촉발된 이 사건은 ‘제2의 수서비리’로 불렸다. 사태가 커지자 정부는 유사한 의혹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의 토지용도 변경을 준공 후 10~20년(신도시는 20년, 일반 택지지구는 10년)으로 제한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호재평촌신도시가 1995년 말에 준공됐으니 시외버스터미널 부지의 토지용도 변경은 2년 후 가능하다. 하지만 내년부터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7월 11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2단계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의 용도변경 제한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신도시 계획변경 기간은 20년에서 10년으로, 택지지구는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다.

터미널 부지 소유주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요지의 신도시나 택지지구의 알짜 토지인데도 용도변경이 불가능해 미매각 용지로 방치된 곳이 적지 않다”며 “용도 변경 후 다양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어 지역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가 7월 11일 발표한 2단계 투자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입지 규제를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한 것이다. 신도시·택지지구의 토지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계획 변경 제한기간을 단축한 것 외에도 도시 주변지역(계획관리지역)과 일부 도시지역(상업·준주거·준공업지역)의 토지이용과 관련한 각종 제한을 풀어줬다.

그동안의 토지이용방식은 용도지역별로 입지가 가능한 건축물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이었다. 이를테면 계획관리지역에는 단독주택과 음식점·숙박시설(조례가 허용하는 지역), 공장(공해 공장 제외), 운동·관광휴게·종교시설, 문화·집회·방송통신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다.

이러한 허용 건물이 아니면 개발이 불가능해 기업이나 개인이 투자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는 법에서 금지한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지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이 적용된다. 이렇게 바뀌면 계획관리지역에는 아파트와 공해 공장, 3000㎡ 이상의 판매시설, 업무·위락시설 등 금지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은 신축할 수 있다.

네거티브 방식이 도입되는 용도지역은 도시지역의 상업·준주거·준공업지역과 비도시지역 중 중소기업의 입지 수요가 높은 계획관리지역이다. 이들 4개 지역의 규모는 전 국토의 약 12%에 달한다. 특히 전국적으로 1만1975㎡에 달하는 계획관리지역의 개발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계획관리지역은 도시와 인접해 있어 도시로 편입될 수 있는 곳을 따로 관리하기 위해 지정한 구역을 말한다. 전국 17개 시도 중계획관리지역이 가장 많은 곳은 경상북도(2273㎢)와 강원도(1688㎢)다. 경기도도 1400㎢에 달한다. 산업단지와 공장지역 등 이미 수요가 갖춰진 곳에 관심을 보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책에서 부동산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도시 내 준공업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다. 그동안 주택·숙박·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상업지역에서만 허용됐고 준공업지역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다. 하지만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으로 앞으로 준공업지역에도 300가구 이상의 주택과 중소형 호텔 등을 결합한 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다.

정부는 내년 3월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도심의 노후화한 준공업지역에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판매시설, 중소형 호텔이 한데 들어설 수 있는 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국 준공업지역의 36% 가량이 몰린 수도권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전국 17개 시도 중 준공업지역이 26㎢로 가장 많다. 영등포구가 9.1㎢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구로구(6.52㎢)·금천구(4.4㎢)·성동구(3.22㎢) 순이다.

이에 따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과 구로구 구로동, 성동구 성수동 등 노후화한 준공업지역에 복합단지 개발이 가능해져 토지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과거 도시 외곽이었던 서울의 준공업지역이 지금은 도심이 됐지만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이 슬럼화되고 노후지역 정비 요구가 급증했다”며 “주거와 상업기능을 확보하면 사업성이 높아져 개발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준공된 신도시와 택지지구의 계획변경 제한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된 것도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계획변경 제한기간에 묶여 팔리지 않고 남은 땅에다 상업시설이나 산업단지를 들일 수 있다. 수혜 대상은 1990년대 중반에 준공된 1기 신도시 5곳과 2000년대 초·중반에 완공된 택지지구 72곳이다.

1기 신도시는 이번 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완공된 지 오래돼 사용계획을 변경할 미매각 토지가 많지 않다. 1기 신도시의 사업 시행자인 LH에 따르면 일산과 산본신도시에는 미매각 용지가 없다. 평촌은 여객터미널 부지 1필지만 남아있고, 분당의 경우 중심상업지구의 공원 용지 3필지(879.5㎡)가 아직 팔리지 않았다. 중동신도시는 파출소 용지 2필지(1197㎡)가 남아 있다.

2003년 9월에 완공된 경기도 부천 상동지구를 비롯해 전국 72개 택지지구가 이번 대책의 수혜 대상이다. 2000년대 중반에 완공된 경기 용인 신갈과 죽전, 인천 서창, 경기 파주 교하 등은 계획변경 제한기간이 2~3년 남았지만 10월께부터 제한기간이 줄어들면 용도변경이 가능해진다.

2008년 말에 준공돼 제한기간이 5년이나 남은 경기 화성 향남, 용인 동백, 고양 풍동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는 의외로 개발되지 않은 자투리땅이 많고 미매각 용지가 적체돼 있다”면서 “일자리가 없는 택지지구의 공동주택용지는 개발 수요가 없기 때문에 상업·업무용지나 산업용지 등 자족시설 용도로 변경할 경우 팔려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땅값 상승에 난개발 우려도이처럼 입지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땅값 상승을 부추기고 난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땅값이 오르면 개발 부담이 커져 정부가 기대한 투자 활성화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배 대표는 “계획관리지역의 개발이 활성화하려면 땅 값이 안정돼야 하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토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1990년대 준농림지역에 대한 규제를 풀어 지가 상승을 초래했던 전철을 답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점을 의식해 정부도 개발행위 허가 기준, 성장관리방안 수립, 경관 심의 등을 통해 비도시지역 난개발과 문화재 주변 경관 저해 등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김현아 연구위원은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도 불법·편법적인 용도변경이 많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많아 학계와 부동산 업계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컨센서스가 있다”면서 “산업구조가 바뀌고 융·복합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입지 규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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