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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추경 가능성 작아

2차 추경 가능성 작아

올 하반기 3%대 성장률 기대 … 총량 성장보다 균형 성장 시급



현오석(63)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월 31일 ‘1박2일 경제 현장 방문’ 길에 한 기업인을 등에 업는 이벤트를 벌였다. 전북 새만금 OCISE 열병합발전소 건설 현장이었다. 김재신 OCISE 사장을 업은 그는 “업고 다니면서 도와드릴 게”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투자하는 사람·기업은 업어줘야 한다”고 했다. 8월 2일 현 부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접견실에서 그와 마주앉았다. “즉흥적으로 퍼포먼스를 한 건데 다행히 체중이 많이 안 나가는 분이었다”며 웃었다.

정책 당국자가 현장을 찾으면 뭐가 좋습니까?

“우선 정책을 제대로 세워도 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요소가 개입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현장 점검이 중요하죠. 둘째 정책을 세울 때 현장에서 접하는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현장에서 소통을 하면 정책을 세울 때 지평이 넓어집니다. 미국이 재정을 많이 풀었지만 경기 활성화가 잘 안 되는 건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고 빚을 갚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현장에서 부딪쳐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워요.”

현장 방문의 구체적인 수확을 꼽아 주시죠.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이 어렵게 사람을 뽑으면 대부분 1년 안에 떠납니다. 그래서 장기 근속자를 우대하는 방안을 세제 개편 안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상속세·증여세 문제로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인을 위해서는 가업 승계가 용이하도록 세법을 손질하려고 합니다.”

하반기 우리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2분기에 전기 대비 1.1% 성장해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 흐름을 끊었습니다. 하반기엔 지난해 대비 3% 정도의 성장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올해 연간 2.7% 성장을 이야기했는데 상저하고(上低下高) 형 성장을 유지할 거로 봅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중국의 성장률 둔화 가능성 등이 복병이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국내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요?

“우리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 단기 외채 비중 감소 등으로 기초 체력이 좋은 편입니다. 그동안 취한 거시 건전성 조치도 효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그래서 다른 신흥국에 비하면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 움직임이 중국의 성장률 둔화, 일본의 아베노믹스 관련 우려 등 다른 위험 요인과 결합한다면 시장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요? 우리나라는 중국의 성장 둔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중국은 완전한 시장경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자본이 개방되지 않아 정책적으로 어느 정도 조정이 가능한데 지금 어떻게 보면 의도적인 성장 축소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수출 중심에서 소비 즉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 둔화라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수출과 내수를 구분하지 않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과거 중국에 부품과 반제품을 수출했다면 앞으로 농산 가공품 등 내수시장을 직접 겨냥한 소비재를 수출하는 겁니다. 중국의 이런 변화는 우리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중국내 한국기업의 제3국행이나 국내 유턴이 활발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유턴 기업에 어떤 인센티브가 있나요?

“임금 상승, 환경 관련 규제 등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이미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로 옮겨갔습니다. 고도화된 산업의 경우 유턴 기업이 생기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들 기업에 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정책을 도입했고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는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 우리 기업이고 밖으로 나가는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입니다.”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엔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나요?

“미국의 경기 부양책도 그렇지만 아베노믹스의 골자는 세 가지입니다. 재정적자를 많이 내는 한편 금융 쪽에서 돈을 많이 풀고, 더불어 엔저를 지속하는 것이죠. 그런데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한 이 세 가지를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큰 틀에서 일본의 구조조정에 달린 문제입니다.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일본의 내수 기반이 확대되면 세계 무역 규모가 커지고, 그에 따라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거로 봅니다. 상반기에 겪은 것을 토대로 할 때 하반기 엔저의 충격은 덜할 거로 내다봅니다.”

이 정부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을 낙관하나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하겠다는 건가요?

“고용률 70%는 일하는 방식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봅니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 과제입니다. 물론 고용률 70% 달성의 기본 정책은 성장이고요. 다만 같은 수준의 성장을 하더라도 고용의 형태를 바꿔보겠다는 거죠. 여기서 양질의 의미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당사자가 원해서 선택하는 것과 4대 보험 등에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죠. 주부들 가운데는 전일제 근무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공공 부문의 대체 교사가 이런 일자리의 좋은 예입니다. 대체 교사제 같은 걸 기업에 강제할 순 없지만 가령 세제상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습니다. 과거엔 전일제 근무자를 기준으로 고용자 수를 따졌는데 시간제 일자리를 고려해서 셈할 수 있겠죠.”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습니다. 창조경제 확충의 복안이 뭔가요?

“창조경제는 3가지 면에서 지식경제·혁신경제 등과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분야를 특정하지 않습니다. 과거엔 생명공학·LCD 등 12개 분야 하는 식으로 규정을 했었죠. 둘째 과거보다 융합을 강조합니다. 일례로 싸이의 말춤이 거둔 성과는 서비스·정보산업·엔터테인먼트가 융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창업을 통해 달성한다는 겁니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실현하려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에서 국민의 창의성에 기반을 둔 선도형으로 성장 모델을 전환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예를 들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대상에 서비스업을 추가하고 특수관계가 없는 정상적 인수·합병(M&A) 거래에 대한 증여세를 면제해 주기 위해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죠.”

세수 부족 해결을 위한 2차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2차 추경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는 겁니까?

“추경을 할 만큼 큰 규모의 세수 부족은 없을 거로 봅니다.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거죠.”

현 부총리는 11년여 전 재정경제부 장관 특별보좌관을 마지막으로 정부를 떠났다. “당시 좌절감을 맛봤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을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으로 있던 그를 경제부총리로 그 자리에 앉혔다. 그가 기억하는 박 대통령과의 첫 조우(遭遇, 본래 이 말은 신하가 뜻에 맞는 임금을 만난다는 의미다)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전 SBS가 방영한 프로그램 ‘미래한국리포트-착한 성장사회를 위한 리더십 편’ 녹화장이다.

착한 성장사회란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고 사회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질 높은 사회를 의미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연구팀과 1년 간 준비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문제들을 적시하고 그 해법을 제시했다. 플로어엔 대선 주자 시절의 박 대통령이 있었다.

5공화국 말 경제부총리를 지낸 고 정인용씨는 “관운이란 윗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새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의원 시절 박 대통령의 지론이었다. 이 날 현 부총리의 발표는 박 대통령이 그를 부총리로 낙점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 중진들이 “난제를 해결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를 흔들 때도 대통령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습니다. 경제팀에 방향을 제시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내비게이션이라면 운전자가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1960~70년대 경제기획원 장관이 부총리이던 시절엔 기획원에 정보와 지식이 몰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대응,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현안이 복잡다기해 특정 부처가 단독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부총리가 과거처럼 경제팀을 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경제팀장 격이지만 저는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 결정, 공동 대응의 수평적 리더십을 지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령 논리적으로 타당한 정책도 이해당사자 간에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으면 집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협업을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정책을 집행하려면 전략이 있어야 하는데 전략은 혼자서 선택하기 어려워요. 셋째 과거와 달리 정책을 결정할 때 국내 사정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요?“저성장의 장기화 흐름입니다. 이러다가 자칫 경제 주체의 자신감이 약해지고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그 결과는 저성장의 고착화입니다. 나름대로 이 저성장의 고리를 끊을 가능성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정부 부처 간 칸막이가 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래서 협업이 중요합니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일자리 목표를 달성해 보겠습니다. 그러자면 정부와 민간도 협업을 해야 합니다.”

이 정부의 복지 공약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복지 확대보다 성장 잠재력 확충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입장인가요?

“성장과 복지는 대립적이기보다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보육·양육 지원 확대, 대학생 반값 등록금 지원 등 다양한 복지 수요에 대응해 맞춤형 복지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기초연금 도입과 관련해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재정적 지속가능성, 미래 세대의 부담 등을 고려한 나머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다 보니 그런 지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위원회가 제시한 원칙을 감안해 앞으로 정부가 현행 기초노령연금보다는 개선된 안을 만들 겁니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을 도입했고 이를 주도한 비스마르크 총리는 우파 성향이었습니다. 양극화가 극심한 지금 박근혜정부가 복지정책의 근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저성장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복지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많은 정책이 평균 성장, 평균 소득 등 평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평균 소득은 대기업의 성장만으로도 높일수 있습니다. 이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대안은 전 국민을 일렬로 세울 때 중앙에 위치한 중위수(中位數)를 기준으로 하는 겁니다. 계층·지역 간의 균형 성장을 기하는 ‘포괄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목표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죠.”

현 부총리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고교(경기고)·대학(서울대) 후배이다. 경제학 박사학위도 같은 대학(미 펜실베니아대 대학원)에서 받았고 두 사람 다 KDI 원장을 지냈다. 김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현 부총리는 “한은과의 정책 공조가 원활하고 정부의 추경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패키지로 시행돼 성장률이 올랐다”고 밝혔다. 이들은 6월 초 이른 아침 서울 명동의 하동관에서 곰탕을 들면서 배석자 없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김 총재와의 만남을 정례화하기로 했나요?

“정례화보다 일상적으로 만나고 언론에도 노출시키자고 했습니다. 김 총재가 파를 안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그 날 제가 곰탕에 파를 떠 드렸어요. 표정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전 곰탕 좋아하는데 김 총재는 양식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침엔 샐러드바 여는 데가 없어서, 호텔 가기는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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