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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日 자영업자 노후도 살얼음판

Retirement - 日 자영업자 노후도 살얼음판

경기침체로 ‘자영업자 천국’은 옛말 … 국민연금 내는 사람 절반에 그쳐
일본 요코하마 히요시 상점가 거리. 국민연금뿐인 자영업자의 노후는 살얼음판이다.



원래 일본은 자영업의 천국이었다. 한국의 사농공상(士農工商)처럼 무사 중심의 엄격한 신분제도 때문이었다. 신분 상승이 막히자 대부분은 직업을 천직(天職)으로 받아들이며 몰두했다. 중세부터의 시장 기능 중시 정책도 상인 계급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장사를 미천하게 보지도 않는다. 장인 정신의 출발점이다. 그 결과물이 장수 기업이다. 일본엔 창업 1400년을 자랑하는 곤고구미(578년 창업)처럼 장수 기업이 많다. 창업 100년 정도는 명함도 못 내민다.

요즘은 달라졌다. 사람·자본·기술이 대부분 거대 기업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대표 주자인 농민이 대거 샐러리맨으로 탈바꿈했다. 영세 자영업자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가업보단 취직이 선호됐다. 이제 일본의 자영업은 고군분투 중이다. 고령취업자(60~64세)의 자영업 비율은 1962년 62%에서 10%대로 떨어졌다. 경쟁 격화도 자발적 퇴출 압력을 높였다. 쌀시장 개방과 소매업 등의 규제 완화가 악재로 작용했다.



1인 영세 자영업자만 늘어자영업 몰락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있다. 1인 자영업자의 증가다. 자영업자 전체에서 고용 인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율은 1990년 48%에서 2005년 53%로 늘었다(국세조사). 사람을 부릴 정도로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자영업자 숫자는 줄었다. 1300만명에서 900만명으로 급감했다.

전체 숫자는 주는데 1인 자영업자는 더 늘었다. 매출 저하에 따른 소득 감소도 고민거리다. 현재의 소득이 감소하면서 은퇴 이후의 준비는 무방비 상태로 전락했다. 얼추 500만명을 웃도는 이들 중 금전 고민이 없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열악한 근로 조건에도 경제적 보상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자영업자의 노후는 사실상 살얼음판이다. 꼬박꼬박 납부했다면 국민연금만이 유일한 은퇴 이후 소득원일 확률이 높다. 일시 퇴직금도 후생연금(샐러리맨 수령)도 자영업자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그나마 장사를 잘해 목돈을 모아뒀다면 걱정거리는 없다. 몇 대에 걸친 장인정신의 발휘로 단골을 확보했다면 행복한 사례다. 이는 예외적이다.

절대 다수가 경기 침체로 매출을 제대로 못 올린다. 이 와중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어지간한 동네 상권은 대형 경쟁사가 거의 장악했다. 틈새영역이 아니면 생존 자체가 힘들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 낀 전통적인 소매 영업자가 그렇다. 대형과 특화의 중간에 끼면서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했다.

일본 고령 가계의 주된 노후 자금은 연금소득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영업자의 노후는 불안하다. 고령 부부와 무직 세대의 월평균 수입은 22만3459만엔이다. 이 중 92.4%(20만7574만엔)가 연금소득이다. 샐러리맨·공무원으로 은퇴한 세대가 주류다. 국민연금만 의지하는 자영업자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다.

샐러리맨과 비교할 때 당장 연금소득에 큰 차이가 있다. 평균적으로 샐러리맨의 월 노후 연금은 약 20만엔이다. 자영업자는 6만~7만엔에 그친다. 동일한 보험료를 내도 자영업자는 샐러리맨보다 최대 월 10만엔 이상 받을 금액이 적다. 샐러리맨은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는 후생연금도 받는다.

이른바 ‘연금 방정식’이란 말도 인터넷상을 떠돈다. 어떤 직업이 연금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느냐를 방정식으로 푼 것이다. 정답은 ‘공무원>회사원>자영업자’ 순이다. 공무원(국민연금+공제연금+공무원 연금인 직역가산)이 가장 탄탄하다.

회사원(국민연금+후생연금)과 자영업자(국민연금)는 그보다 허술하다. 격차만 보면 공무원과 회사원은 직역가산만큼만 차이가 난다. 회사원과 자영업자는 연금제도 자체가 다르다. 그나마 공적연금만 봤을 때다. 퇴직금을 재원으로 운영해 나중에 받는 연금까지 넣으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샐러리맨이 받는 연금의 장점은 안정성이다. 경쟁이 격화되고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해고 사례가 증가세지만 자영업자보다는 생활 기반이 안정적이다. 장기 근속의 정규직이면 더욱 안정적이다. 봉급생활자가 확보할 수 있는 연금은 훨씬 많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후생연금의 2층 수혜가 가능하다. 여기에 3층의 기업연금까지 있다.

특히 2층(후생연금)과 3층(기업연금)은 기업이 보험료 절반을 내준다. 보험료·급부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도 있다. 자영업자(프리랜서 포함)의 연금 구조는 취약하다. 샐러리맨과 달리 2층(후생연금)과 3층(기업연금)이 없다. 기업의 연금 부담도 없다. 결국 자영업자의 공적연금은 사실상 1층(국민연금)에서 끝난다.

물론 자영업자에게도 장점은 있다. 체력·의지만 있다면 사실상 정년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 50세부터 은퇴 압박이 거세지는 직장인과 다르다. 자금 마련의 재량권도 비교적 폭이 넓다. 본인의 인생 목표에 맞춰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기업연금처럼 세제 혜택이 부가된 연금제도가 갖춰져 선택권도 늘었다. 빈약하지만 국민연금 부족분을 벌충할 보완 장치도 있다. 부가연금·국민연금기금·확정갹출연금(개인형) 등이다. 다만 실효성은 기대 이하다. 근본인 국민연금이 흔들리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부가연금’은 국민연금 보험료에 월 400엔을 추가 납부하면 ‘200엔×부가 보험료 납부 월 수’만큼 추가 연금을 제공한다. 부가연금 보험료를 10년(120개월)간 내면 65세 이후 매년 2만4000엔(200엔×120개월)이 국민연금에 추가된다. 이때 부가연금의 보험료와 지급액은 정액이다.

물가·임금 변동에 따른 변화가 없다. 부가연금으로 추가되는 연금액이 그다지 많지 않다. 40년을 납부해도 9만6000엔(200엔×480개월)에 불과하다. 40년 이상 국민연금과 부가연금을 내는 자영업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경기 부침에도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자영업의 한계를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국민연금기금’은 지급 기간과 연금액에 다양성이 확보된 제도다. 본인의 인생 설계에 맞춰 골라잡을 수 있는 연금이다. 세제 혜택이 존재하고 추후 연금액이 규정돼 노후 계획을 세우는데 유리하다. 부가연금 이상의 연금액을 설정할 수 있으며 종신연금과 유기연금(일정 기간 수급)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다만 유기연금 지급액은 종신연금 지급액을 초과할 수 없다. 보험료는 성별·연령별로 달라지지만 가입 후에는 60세까지 동일 금액을 납부한다.

샐러리맨의 3층 연금을 완성하는 ‘확정갹출연금’도 자영업자의 추가 카드다. 가입 기간 10년 이상이면 60세부터 지급 받는다. 연금액은 연금 형태뿐 아니라 일시금으로도 받을 수 있다. 수급액은 운영 성적에 따라 변한다. 이들 보완 장치는 자영업자의 연금 토대를 최소 2층까지 쌓도록 고안됐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 1층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을 못 받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율은 56.7%다(2010년).

2008년 62.1%보다 떨어졌다. 미납 이유는 장기적인 경기 악화와 연금제도의 불신으로 요약된다. 1인당 약 1만5000엔대의 보험료

조차 못 버는 자영업자에겐 부담거리다. 인구구조 변화로 향후 연금 파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 못 받을 것 같으니 안 내겠다는 얘기다.



못 받을 것 같으니 안 낸다연금 박탈감은 자영업자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인 사망 때 유족연금을 받는 배우자에게도 불리하다. 유족에게 지급되는 대표적인 공적연금은 유족후생연금(후생연금)과 유족기초연금(국민연금)이다. 자영업자라면 유족기초연금만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를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족기초연금은 자녀가 있는 아내 혹은 자녀에게 한정·지급된다. 자녀라도 연금법이 지정한 18세 미만에 한정된다. 결국 자녀가 있어도 18세 이상이면 유족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과부 연금이나 사망 일시금 등 제도 장치가 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합리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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