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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changers - 머독의 뉴미디어 모험

game changers - 머독의 뉴미디어 모험

밀레니엄 세대를 겨냥한 ‘까칠한’ 신생업체 바이스 미디어 인수
구세대인 머독은 밀레니엄 세대를 끌어안으려고 안간힘이다.



요즘 올드미디어는 신세대를 끌어 안는 뉴미디어에 눈독을 들인다.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왕국 뉴스 코프에 속한 21세기 센추리 폭스는 최근 신생업체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의 지분 5%를 매입했다. 인수가는 7000만 달러. 그에 따라 바이스 미디어의 시가총액은 14억 달러로 치솟았다.

바이스 미디어는 음악, 비디오, 스턴트 저널리즘을 전문으로 하는 신세대 미디어 기업이다. 캐나다에서 음악 잡지로 시작해 도발적인 표지로 악명을 떨치며 페미니스트들의 공격표적이 됐다. 뉴욕으로 옮긴 뒤 바이스 미디어는 음반사를 차렸고 출판업도 시작했다. 런던의 첨단유행을 걷는 구역인 쇼어디치에 술집도 소유한다.

바이스 미디어는 케이블 채널 HBO에서 프로그램도 방영한다. 독선과 편견에 찬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파원들이 세계의 분쟁지역을 누비며 취재하고 종종 자신들이 이야깃거리가 된다. 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과 그의 새로운 친구 데니스 로드먼을 위해 평양에서 농구 게임을 주선했고 그곳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어 HBO에서 방영해 숱한 화제를 낳으며 많은 빈축을 샀다.

바이스 미디어는 주류 매체가 엄두도 못내는 대담하고 노골적인 콘텐트를 능수능란하게 공급한다. 뉴요커지에 실린 프로필 기사에 따르면 바이스 미디어는 2012년 매출이 1억7500만 달러였다. 지난해 포브스지는 바이스 미디어의 시가총액이 ‘언젠가는’ 10억 달러를 넘어서리라고 예측했다.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이 됐다.

시라큐즈대의 블라이어 TV 대중문화 연구소 소장 로버트 톰슨은 “머독이 바이스 미디어에 투자한 이유는 명확하다”고 논평했다. “미디어 제국을 계속 건설하려면 젊은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스 미디어는 이번 거래를 통해 유럽과 인도에 뿌리내린 폭스 브랜드를 발판으로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를 얻었다. “돈 많은 노인네가 제발로 걸어와 7000만 달러를 주겠으니 팔라는데 그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톰슨은 말했다.

물론 머독은 이전에도 참신한 미디어를 매입하려고 거액을 투자한 적이 있다. 2005년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스페이스(MySpace)를 5억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SNS 분야를 지배하자 뉴스코프는 2011년 마이스페이스를 3000만 달러라는 헐값에 매각했다. 머독은 디지털 미래를 겨냥해 아이패드 신문 ‘더 데일리(The Daily)’도 인수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폭스가 제공하는 자금과 미디어 기반은 바이스 미디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밀레니엄 세대를 공략하려면 첨단유행 브랜드가 필요한데 왜 구세대와 동거를 하려고 할까? 실제로 머독은 2012년 가을 바이스 미디어의 존재를 알고 난 뒤 이런 트윗을 날렸다.

“누가 바이스 미디어를 아는가? 신문도 읽지 않고 주류 TV도 보지 않는 밀레니엄 세대를 끌어들이려는 와일드하고 흥미로운 기업이다.” 한 팔로어가 바이스 미디어를 인수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머독은 “천만에! 그들은 주류 모기업을 원치 않는다”고 트윗으로 답했다.

그럼에도 머독은 우리를 놀라게 할지 모른다. 마이스페이스 실패로 그의 뉴미디어 평판에 큰 오점이 생겼지만 그는 지난 몇 십 년동안 미디어 개척 노력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폭스 방송은 ‘못 말리는 번디 가족’ ‘지명수배자’ ‘캅스’ ‘심슨네 가족들’ ‘90210’ ‘패밀리 가이’ ‘글리’ 등의 초특급 프로그램 편성으로 방송계의 첨단을 달렸다. 폭스 뉴스가 출범했을 때 주류 미디어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만 곧 폭스 뉴스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실 기업인수에 투자한 사람들이 실망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윈-윈’이 될 수도 있다. 요즘 반문화 신생업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력이 탄탄한 후원기업이다. 급성장하는 신생업체들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려고 거액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뉴스 코프 같은 기업 말이다. 그런 거대기업들엔 매각이 아니라 매입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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