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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film - “판에 박힌 중국 여성 배역은 사절”

culture film - “판에 박힌 중국 여성 배역은 사절”

쿵후 영화의 간판스타 장쯔이, ‘일대종사’에서 날렵하고 우아한 무술 선보여
엽문의 일대기를 다룬 ‘일대종사’에서 장쯔이는 궁이 역을 맡았다.



장쯔이(34)는 은막에서가 아니라도 화려하고 매력적이다. 내가 만난 그녀는 디자이너 드레스 차림에 얼굴엔 주름 하나 없었다. 다이아몬드 반지 세트가 손가락을 휘감고 있었다. 와‘ 호장룡’ 영‘ 웅’ 연‘ 인’ 같은 영화에서 발레리나처럼 날렵하고 우아하게 발차기를 날리는 연기로 경력을 쌓아온 여배우를 상상했을 때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가냘프고 우아한 자태를 가진 그녀가 쿵후의 새로운 간판스타가 됐다는 사실은 영화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과 그녀의 연기력 둘 다를 증언해 준다.

최신 영화 ‘일대종사(The Grandmaster)’에서 장쯔이는 2004년 작품 ‘2046’에서 호흡을 맞췄던 왕자웨이(왕가위) 감독과 다시팀을 이뤘다. 영춘권의 대가로 브루스 리(이소룡)의 무술 스승과 멘토가 된 실존인물 엽문(량차오웨이, 양조위)의 일대기를 다룬영화다. 장쯔이가 맡은 팔괘장 전문가 궁이는 엽문과 대결하면서 그와 사랑에 빠진다(송혜교가 엽문의 아내 역할로 나온다). 장쯔이를 만나 쿵후의 새 얼굴로 등극한 소감을 들어봤다.

자라면서 쿵후나 이소룡의 팬이었나?

무술에는 관심이 없고 소녀답게 예쁘고 부드러운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엽문은 중국 문화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다. 우리 모두그를 잘 안다.

무술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쿵후의 간판스타가 됐나?

리앙(이안) 감독이 ‘와호장룡’에 나를 발탁했을 때 나는 언젠가 내가 쿵후 영화의 스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나를 아주 강한 여성으로 봤다.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쿵후를 익히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쿵후는 남자들이 지배하는 무대다. 자신이 성별 장벽을 깬다고 느끼는가?

‘와호장룡’ 다음에 앤절리나 졸리가 주연한 ‘솔트’를 비롯해 여성 액션 영화가 많이 나왔다. 화면에서 강한 여성을 보는 게 좋다. 그냥 흐뭇하다.

‘일대종사’를 찍기 위해 어떤 훈련을 했나?

약 6개월 동안 아주 강도 높게 훈련했다. 왕자웨이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 우리가 무술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영화를 찍기 전에 훈련실에 와서 우리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직 멀었어.”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더 열심히 훈련했다. 이 영화를 찍으려고 세 명의 사부에게서 각기 다른 방식의 쿵후를 배웠다.

‘와호장룡’이 성공한 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었는데 본인이 마다했다.

배역을 선택할 때마다 왜 내가 그 영화를 하는지 아주 신중하게 생각한다. 종종 할리우드에서 대본을 받지만 중국 여배우가 늘 맡는 판에 박힌 역할이다. 그들은 중국 여배우가 쿵후나 액션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훨씬 많은 재주가 있다. ‘게이샤의 추억’은 우리가 쿵후 외에도 진지한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도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 좋은 영화가 있다면 언제든 하고 싶다.

판빙빙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리빙빙은 ‘트랜스포머4’에 출연한다. 할리우드 영화에 중국 배우들이갈수록 많이 출연한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판빙빙은 ‘아이언맨 3’의 중국판에도 나온다. 그들에게는 좋은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진지한 배우라면 그런 영화는 하고 싶지 않을지 모른다. 동기 유발이나 도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역할을 제안 받지만 늘 거절한다. 오래 전에 잭 스나이더 감독을 만났다. 최근에는 바즈 루어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올바로 알아야 한다. 그냥 ‘대형 할리우드 영화라니 한번 하고 싶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2011년 ‘최애’에서 주연을 맡았다. 중국 문화와 영화에서 금기시되는 에이즈를 다룬 영화였다. 영화에서 다루기 어려운 중국의 다른 금기는 무엇인가?

절대 다룰 수 없는 주제가 ‘문화혁명’이다. 또 중국 영화는 동성애를 다루지 않는다. 주제의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에 중국 영화인에게는 매우 힘들다. 역사를 다룰 수 없고 정부를 비판할 수도 없고, 동성애 주제를 건드리지도 못한다. 제한이 많다. 하지만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개방하려고 투쟁한다.

‘와호장룡’ 속편에 출연하는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늘 뜻밖의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여덟 살에 발레를 시작했고 11세부터 15세까지 베이징 무용학원에서 전통 무용을 배웠다. 그 경험이 자신과 경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무용을 배우면서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때는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악 물고 버텼다.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젊고 혈기 왕성했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다. 몸이 견디지 못한다고 해도 억지로 했다. 무용을 하기가 정말 싫었지만 그만두면 체면을 잃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오랫동안 고통을 겪고 훈련했다. 하지만 이제는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면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발레를 하듯이 우아한 쿵후 영화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인생은 언제나 공평하다. 과거에 대가를 톡톡히 치렀기 때문에 지금은 그 과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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