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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인도 위기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해체 전주곡?

Stock - 인도 위기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해체 전주곡?

인도·브라질 위기설에 중국·러시아 경제도 신통치 않아 … 세계 경제의 한 축 흔들
8월 19일 인도 뭄바이 시내의 주식 전광판 앞. 인도 경제는 무역 적자와 루피화 가치 급락, 외국인 투자금 이탈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끈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열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연 평균 8%를 기록한 성장률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5.7%로 떨어졌다.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결코 높은 성장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자금 흐름에도 이상이 생겼다. 꾸준하게 이어지던 직·간접 투자유입이 선진국의 양적완화에도 급감했다. 오히려 일부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급기야 인도가 문제를 일으켰다.

인도 경제가 정상 궤도를 벗어난 건 이미 몇 년 전부터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1%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 소비는 2007년 10%대 증가를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에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는 지난해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재정 적자 비율도 높다. 올해 추정치로 국내총생산(GDP)의 8.3%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무역적자 갈수록 태산가장 심각한 건 수지 부문이다. 지난 한 해 무역적자가 19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재작년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2004년부터 시작된 무역적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가 안될 정도로 확대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2800억 달러 정도 되는 외환보유액은 믿을 게 못 된다. 무역적자를 메우는 것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인도 경제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이 자금을 빼가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방어가 힘들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5월 중순 달러당 55루피였던 환율이 평가절하되기 시작했다. 속도가 굉장히 빨라 7월 초에 60루피를 넘어 현재는 63루피 수준이다. 불과 석 달 사이에 15%의 절하가 이루어진 셈이다. 환율이 절하되자 인도은행은 유동성을 축소하는 정책을 폈다.

투기 세력 탓에 루피화가 약세를 보인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정책은 환율을 안정시키지 못한 채 금리 상승을 유발했다. 콜금리가 7월 19일 7.74%에서 8월 22일 현재 9.3%로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7.94%에서 9.24%로 올랐다.

문제가 되는 나라는 또 있다. 브라질이다.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가 54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4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오죽했으면 현재 집권당의 재집권을 위해서는 퇴임한 룰라 대통령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브라질 역시 경제가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마이너스 0.3%였던 성장률이 2010년에 7.5%로 급등했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2.7%와 0.9%로 떨어졌다. 전망치도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애초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4%와 3%로 예상했다. 이제는 2.1%와 2%로 낮춰 잡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올해 재정적자 예상치가 GDP의 1.2%로 낮다는 정도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자 환율과 금리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연 초 달러당 2.0헤알이었던 환율이 이제는 2.4헤알까지 20% 정도 절하됐다. 같은 기간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8.5%에서 11.4%로 상승했다.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브라질 국채 투자자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다.

올해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4.5%보다 훨씬 높은 6.7%를 기록했다. 물가가 불안하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4월에 기준 금리를 0.25% 인상했다. 5월과 7월에도 각각 0.5%씩 올렸다. 지금은 성장 둔화보다 경제 안정에 주력할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경제 전망이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3년간 경제성장률이 2.6%에 그칠 전망이다.

브릭스는 앞의 두 나라에 중국·러시아를 합친 개념이다. 이미 인도와 브라질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 빠졌고, 중국은 최근 성장률이 떨어져 이제 고도 성장국에서 중간 성장국으로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경제 변동이 심해 믿음을 주기 힘든 나라다.

문제는 이들 경제의 둔화가 브릭스 체제의 해체를 의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미국·유럽연합(EU)·브릭스였다. 따라서 브릭스의 약화는 하나의 축이 무너지는 걸 뜻한다. 그동안 세계 경제 성장의 절반 정도를 브릭스가 담당해 왔다. 미국과 유럽은 경제 규모가 클 뿐 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은 미미하다.



한국은 믿을 만한 신흥국 분류최근 사태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이에 따라 자금이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발생한 걸로 보는 건 잘못된 시각이다. 현재의 문제는 철저히 브릭스 국가의 경제가 나쁜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런 바탕 위에 자금 이탈에 대한 문제가 겹친 것이다.

만일 인도와 브라질 경제가 좋았다면 양적완화 축소에도 큰 문제가 없었을 거다. 그리고 설혹 그런 악재를 노린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됐다고 해도 투자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그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않던 악재를 만난 셈이다. 항상 미국·유럽 경제만 얘기했지 인도를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악재의 신선도가 높은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순간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관심을 가져야 할 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문제를 어떻게 볼까 하는 점이다. 만일 신흥시장 국가 전체의 문제로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매도가 강해질 수 있다. 현재 예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분리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신뢰할 수 있는 신흥시장 국가와 신뢰하기 힘든 국가로 나눌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월별로 적자가 발생한 때가 몇 달에 지나지 않는다. 외환보유액도 충분해 탄탄한 구조도 가지고 있다.

충분히 신뢰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재료로서 현재 상태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자금 이탈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7월과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시장이 이 부분을 한번 경험을 했기 때문에 똑같은 반응이 나오진 않을 것이다. 인도 등이 미치는 악재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게 브릭스 해체의 전주곡이라면 그 영향은 깊고 오래 갈 수 밖에 없는데 그게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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