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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평생 일자리’로 노인 빈곤 퇴치

Retirement - ‘평생 일자리’로 노인 빈곤 퇴치

연금 받는 시점 늦춰지면서 고령 근로 필수 … ‘65세 정년’도 충분하지 않아
일본 도쿄 신주쿠 부근 공원의 홈리스. 노후 빈곤을 막는 유력한 해법인 고령 근로는 가계 소득을 늘릴 뿐 아니라 경제·사회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1. 이무라(井村)조선은 일본 시코쿠 도쿠시마현의 작은 조선업체다. 고된 3D 업종이지만 ‘잔업 제로’를 실현해 고령 근로자가 일하기 좋은 회사다. 정년은 없다. 그만둘 의사가 관건이다. 근로자 평균 연령은 53세다. 70세를 넘긴 직원도 적잖다. 회사는 고령 근로자의 충성심이 높고 청년 사원의 모범이 되기에 고령 근로를 반긴다. 잔업을 없앤 것도 고령 직원을 위해서다. 하루 8시간 일하는 77세 정규직까지 있다. 후배 사원 지도가 업무다. 월 평균 27만엔을 받는다.

#2. 84세 A씨는 코료우 병원의 촉탁 직원이다. 하루 8시간 일하는 간호사로 평균 월급이 25만엔이다. 72세의 또 다른 간호사 B씨는 파트타이머다. 시급 1480엔으로 월 20만엔대를 번다. 알코올 의존 치료 병원답게 전문 직원이 많다. 나이를 이유로 퇴사하는 걸 낭비로 보고 고령 근로를 추진한 결과다. ‘숙년 파워의 완전 연소’를 위해 1992년 정년제를 없앴다. 65세 때 퇴직금은 주되 이후 고용 연장을 실시한다.

두 가지 고령 근로 사례는 일본의 고령·장애자고용지원기구(JEED)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이란 슬로건으로 전국에서 찾아낸 모범 사례 100개사 중 두 곳이다. 이 조직은 2008년부터 해마다 고령 취업 대표 기업을 뽑아 발표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 모범 기업의 고령 근로와 소득 수준이다. 65세 계속고용조차 힘든 마당에 정년을 70세로 늘리거나 아예 폐지한 기업이 태반이다. 소득 수준도 의외로 높아 고무적이다.

이들 고령 근로 주인공은 빈곤한 노후와 거리가 멀다. 이 정도 월급에 공적연금을 더하면 넉넉한 생활이 가능하다. 근로 의지·능력만 있으면 정년이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사라진다. 정년 연장 등 계속고용이 고령 인구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회사 규모가 크지 않고 사업모델이 탄탄하지 않은데도 이렇듯 고령 근로자를 대우한다는 것 자체가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노사 쌍방의 높은 만족도 덕분이다. 결국 은퇴 대국의 노인 빈곤을 줄이자면 근로소득 유지·확보가 가장 유력한 카드라는 점을 재차 증명해준 사례다.



4세 간호사, 77세 조선근로자 …정년 연장은 퇴직 시점인 정년 연령을 연장하는 것이다. 인구 변화, 재정 악화로 과거 정년 제도의 효력이 떨어지면서 이를 적절하게 수정·적용하자는 취지다. 일본뿐 아니라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대다수 고령 국가의 공통 화두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고령 인구의 노동 활용과 세수 확보, 성장 활력 등을 이유로 본격화됐다. 가계 입장에선 소득 확보가 중시된다. 먼저 정년제부터 보자.

일본의 정년 제도는 메이지시대 말기에 일부 대기업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게 유래다. 이후 1920년대부터 정년제 도입 사례가 증가해 1935년에는 대기업의 절반 정도가 55세 정년을 도입했다. 정년제가 확산된 것은 1950년 전후지만 중소기업의 도입 비중은 여전히 낮았다. 고도 성장기 이후 대기업은 거의 대부분 제도화했으며 중소기업에도 점차 확산됐다. 60세 정년은 1980년 법제화됐고, 1998년 이후에는 60세 이상 정년제가 의무화됐다. 실현 여부를 떠나 지난 4월부터는 65세 정년이 시작됐다.



정년 70세로 늘린 기업 많아정년 연장의 경제적 합리성은 다양하다. 국가 전체로는 적극적인 고령 노동력 활용으로 구조적인 저성장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다. 세원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재정 운영도 가능하다. 요컨대 일본 경제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내수 침체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고령화로 잉여인간화의 대표 집단이 된 고령자에게 새로운 인생 모색과 삶의 만족감을 증가시키는 심리적인 장점이 있다. 특히 연금 지급과 취업 기회 등에서 ‘노소(老少) 대결’이 벌어지는 마당에 갈등 조정 카드가 될 수 있다. 청장년 근로자도 조만간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은 무엇보다 고령 인구가 간절히 원하는 문제다. 실제 각종 설문결과를 봐도 정년 이후 계속고용을 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고령자의 고용·취업 실태에 관한 조사(2010)’를 보면 고령 인구의 취업 희망률이 높다. 근로소득 확보 차원이다.

취업 이유 1순위가 경제적 소득 확보(73%)다. 삶의 보람과 사회 참가(23%)나 시간 여유(12%) 및 건강생활(12%) 등 비경제적 이유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 고령 근로가 금전 이유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 비율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다. 생활 향상(7%)보다는 생활 유지(89%)라는 현실적인 답변이 많았다.

한국 상황도 비슷하다. 국민연금연구원이 50세 이상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를 보면 금전 차원의 자력생활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40%에 그쳤다(2013년). 그러니 연령 무차별적인 적극 근로를 원할 수밖에 없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 노인(65~69세)의 고용 비율(해당 연령 인구 대비 취업자)이 1위다. 무려 41%로 일본(36.1%)보다 높다.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불안해 생계 취업에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일자리의 질은 낮은 편이다. 현역 시절의 계속고용이 보장되지 않으니 단순 노무직 등이 고작이다. 일본은 65세까지 정년 연장이 보장됐지만 이걸로 끝난 건 아니다. 노인 인구의 체감 바람(희망 정년)은 65세 이상이 압도적이다(주간지 동양경제·2010년).

자영업·영세기업 등에 종사할수록 70세 이상까지 일하고 싶은 의욕이 높다. 구체적인 이유는 연금 수급 연령을 늘리기 위해서다. 일찍 은퇴하면 연금이 적고 받는 기간이 줄어든다. 한국의 생계 이유보다 좀 더 구체적이다. 실제 정년 연장에 찬성하는 이유는 연금 수령 공백 벌충(40%)과 연금 부족분 벌충(45%) 때문이다. 근로 보람, 건강 유지, 사회연대 등은 소수 의견이다.

일본의 60세 이상 취업자 대다수는 연금 수급자다. 연금 수급자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추가적인 근로 소득 확보에 나선 것이다. ‘고령자 취업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금 수급자이면서 취업자인 경우는 남성 45%, 여성 25%로 매년 증가세다(후생성·2010년). 이들 중에는 특히 국민연금만 받는 농민 등 자영업자와 현역 시절 중소·영세기업 근무자나 파트타이머 등 저액 연금자가 많다.

연금 수급자지만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빈곤층이다. 이들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한 정년 연장 여론이 형성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고령자의 취약한 소득상황을 한층 위기 상황으로 내모는 건 연금개혁 때문이다. 연금개혁에 따라 공적연금의 지급 개시 연령이 늘어나면서 설상가상 고령자의 자금 사정을 한층 악화시켰다. 일본 정부는 공적연금의 정액 부문(1994년 개정)과 보수비례 부문(2000년 개정)의 지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연금 수급 연령 65세로 높여현재는 정액 부분 65세와 보수비례 부문 61세일 경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형태든 기존 세대보다 연금 수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런 공백을 막는 조치가 정년 연장이다. 아직 일부지만 계속고용을 넘어 65세까지의 정년 연장, 정년 폐지 도입 기업도 존재한다.

문제는 미래다. 연금 수급 때까지 버티기 위한 65세 계속고용만으로는 부족하다. 올해부터 후생연금(보수 비례)의 지급 개시 연령이 올라가 2025년이면 65세 이전에 연금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 70세까지 추가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고령 근로의 연착륙 문제가 장수 대국에서 더욱 중요해졌다. 60세 정년 연장의 첫 발을 겨우 뗀 한국으로선 일본 사례를 더욱 주도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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