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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솔솔~ 피어 오르는 재건축 경기 바닥론

Real Estate - 솔솔~ 피어 오르는 재건축 경기 바닥론

잠실주공5단지·개포주공 가격 오르고 거래 늘어 ‘나홀로 상승’ 어렵다는 의견도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서울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값이 올 초보다 20%(공급면적 112㎡ 기준) 가까이 올랐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상가 1층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박준 사장은 요즘 인터넷 홈페이지의 팝업창을 매일 같이 업데이트한다.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의 시세가 하루가멀다 하고 바뀌어서다. 8월 들어 아파트 시세의 방향은 우상향이다. 최근 들어서는 1주일 새 4000만~5000만원이나 올랐다.

8월 셋째 주에 10억4000만원 선이던 공급면적 112㎡형의 가격이 넷째 주 들어 10억8000만~11억1000만원으로 올랐다. 올 초 9억25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7월 송파구 아파트값이 1년 전보다 평균 3.98%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값이 오르는 이유는 뭘까. 재건축 때문이다. 총 3930가구 규모의 잠실주공5단지는 1978년에 입주했다. 오래 전에 재건축 연한을 채웠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아직 조합도 설립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4월 최고 50층의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사업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7월에는 추진위원장을 새로 선출했다. 연내 조합 설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내년에 사업계획승인과 관리처분인가 받는 걸 목표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재건축이 완료되면 잠실은 물론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들썩인다. 4·1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가격이 잠시 올랐다가 6월 말로 취득세 한시 감면 조치가 끝나면서 가격 조정과 함께 거래가 감소했다. 8월 들면서 달라졌다. 한달 새 잠실주공5단지와 개포주공 등 주요 단지별로 시세가 적게는 4000만~5000만원, 많게는 1억원 정도 상승했다. 집주인이 호가를 올려도 추격 매수가 따라붙었다. 이는 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거래가 늘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각에서는 ‘재건축 경기 바닥론’도 솔솔 나온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과 거래 동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주택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풍향계’ 역할을 해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큰 시세 차익도 기대하기 힘들지만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여전히 부동산 투자 1순위로 꼽힌다.

편리한 교통, 우수한 학군, 풍부한 편의시설 등을 갖춘 강남권으로 입성을 원하는 대기 수요가 두터워 투자 가치가 높다. 사실상의 강남권으로 불리는 위례신도시가 있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강남권에서 나올 수 있는 신규 분양 물량은 재건축 단지 밖에 없어 희소가치가 있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 속도 붙어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는 데는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는 심리와 사실상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나 다름없는 8·28 전월세 안정 대책 등 자가 보유를 촉진하려는 정부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 말로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조합·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서두르는 것도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서울시의 ‘미래지향적 공동주택 조성방안’에 따라 한강변에는 5층짜리 저층 아파트가 배치되지만 총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서는 잠실역 인근은 50층 높이의 주상복합으로 지을 수 있게 되면서 투자 가치가 급상승했다.

한강변 재건축 단지 중 50층 높이로 신축할 수 있는 곳은 여의도와 잠실지역이 ‘유이(有二)’하다.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을 할 경우 일반분양가가 3.3㎡당 최소 3500만~4000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2롯데월드 등 개발 호재가 반영되면 재건축 후 시세가 3.3㎡당 5000만원을 호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서울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도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개포 재건축 5개 단지 중 개포2·개포3·시영 3개 단지가 7월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1단지와 4단지는 조만간 건축심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축심의를 통과하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등 2단계 절차를 거쳐 이주를 시작할 수 있다. 차질없이 진행되면 내년 말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단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추진위 단계인 개포주공4단지는 10월께 조합설립 절차를 거쳐 곧바로 건축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사업속도를 내면서 가격이 오르고 거래도 늘었다. 1단지 42㎡형의 경우 7월 6억원이던 시세가 8월 말 6억6000만원으로 10% 가량 올랐다. 50㎡형도 같은 기간 7억3000만원에서 7억6000만~7억7000만원으로 뛰었다. G공인의 한 관계자는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면 추격 매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강세를 보인다”며 “사업이 본격화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라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있는 올 하반기에 매수해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강변에 있는데다 대지 지분이 넓어 강남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블루칩’으로 통하는 반포주공1단지도 사업 속도를 낸다. 기존 가구 수만 3590가구에 달하는 이 아파트는 규모가 너무 커 3주구와 1·2·4주구로 분리해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중 2100가구 규모의 1·2·4주구는 6월 말 조합설립을 끝내고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따낸다는 목표다.

3주구 역시 추진위 설립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재건축이 이뤄지면 반포주공 1단지 1~4주구는 총 8000여 가구가 들어선다. 중대형 평형이 많은 반포주공1단지도 올 들어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현재 17억원 선을 형성한 105㎡형은 연초 대비 1억원 가량 올랐다.

서울 압구정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도 시동을 걸었다. 4월 현대·한양·미성 등 압구정동 일대 24개 단지 중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은 미성2차를 제외한 23곳이 일제히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강남구청은 9월부터 현지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강남구청은 올해 안에 안전진단을 마무리 짓고 내년 초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으면 추진위 설립 등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추진위를 설립한 단지가 압구정 일대에서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총 24개 단지 1만355가구로 구성된 압구정 지구는 강남은 물론 국내를 대표하는 ‘부촌’이다. 그러나 ‘반포 자이’나 ‘삼성동 아이파크’등 신흥고가 주택에 다소 밀려나는 모습이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도 재건축 사업의 시동을 걸었다.





가격 하락에 정부 대책 맞물려‘강남역 재건축 5형제’로 불리는 서초동 우성 1~3차와 무지개·신동아도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시공사를 선정한 우성3차는 6월에 조합원 분양을 마무리하고 관리처분을 남겨뒀다. 우성2차도 8월부터 조합원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두 단지는 이르면 내년 초 이주·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 단계인 우성1차도 조합 설립을 서두르고 있고, 무지개 아파트는 내년 초께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강남 3구는 아니지만 준강남권으로 분류되는 강동구와 과천시의 재건축도 관심 대상이다.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가 7월 시공사 선정에 성공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부분 종 상향에 성공한 둔촌주공아파트도 5월 초 재건축 정비 계획을 확정했다. 조합 측은 올해 말까지 건축심의를 통과해 사업 계획을 승인 받을 계획이다.

5개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천주공아파트는 대부분 시공사 선정을 끝내고 건축심의 등 다음 절차를 밟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6단지가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1·2·7-1단지도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유일하게 도급제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7-2단지는 9월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9월부터 강남·서초구에서 일반 분양에 나서는 재건축 아파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강남권에 신규 분양 물량이 드문데다 대기 수요가 두터워 비교적 양호한 청약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9월 서울 잠원동에서 잠원대림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잠원’을 선보인다. 총 843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126가구다. 3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고 백화점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가깝다. 잠원지구 내 첫 재건축 물량인데다, 84~104㎡의 중형대이어서 높은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라 계약 후 바로 전매할 수 있다. 분양가는 3.3㎡당 3000만원을 조금 넘는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도 줄 이어대림산업은 강남구 논현동 옛 경복아파트와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한신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e편한세상 경복’과 ‘e편한세상 반포한신’을 10월과 11월에 각각 분양한다. 총 368가구 중 55가구의 일반분양을 하는 e편한세상 경복은 분당선 연장선과 내년 개통 예정인 9호선 환승역 선정릉역을 걸어서 5분 내 이용할 수 있다.

올해 개통될 지하철 9호선 삼정역이 들어서면 더블 역세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다. 총 1487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e편한세상 반포한신은 일반분양분이 667가구에 달하고 평형대도 59∼230㎡로 다양해 선택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단지여서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4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장은 “강남지역이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여서 신규 분양하는 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일반분양가가 만만치 않게 비싸다”며 “3.3㎡당 3000만원이 넘을 경우 중소형은 어느 정도 팔리겠지만 중대형은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투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주택경기와 아파트 가격의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다. 최근의 가격 상승은 재건축 사업이 가시화된 데 힘입은 바가 크지만 전셋값 상승과 정부 대책에 따른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 내내 지속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강남권에는 여전히 대기 수요가 많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은 있지만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된 만큼 당분간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8·28 전월세 안정 대책에도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심리가 여전하다. 또 월세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이 전환하는 등 주택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 시장도 ‘나홀로’ 상승세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앞으로 강남 지역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은 재건축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려면 단기적 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몇 단지가 사업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부분 입주까지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이상 걸린다. 과도한 빚을 내 매입하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특히 내년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인가 받지 못하는 단지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김정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고점을 찍은 2006년에 비해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다른 지역보다 여전히 높다”며 “과거처럼 2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실수요 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순형 소장도 “과거에는 짧은 기간에 집값이 급등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단기 투자처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시장 변동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금융비용을 들여가며 매입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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