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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넘어 치유하는 병원으로

치료 넘어 치유하는 병원으로

심혈관 질환 권위자로 연구논문 200여 건 … 환자 편의 위주의 원스톱 진료 확대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하 서울성모병원) 로비는 9월 4일 외국인 손님들로 붐볐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57개국 69명의 주한 외교관들이었다. 이들은 병원 내부를 둘러보며 관계자들로부터 주요 의료기술과 첨단 진료 체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행사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웰빙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 정책은 보건·복지 콘텐트를 활용해 세계 여러 국가들과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대형병원을 대표해 주한 외교관들의 견학 장소로 선정됐다.

이 병원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09년 재개원했다. 연면적 19만㎡에 지상 22층, 지하 6층으로 지어진 병원은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1332개 병상을 갖춰 2011년 기준 외래환자 156만명, 입원환자 41만3000명이 다녀갔다. 수술 건수도 3만2000건을 기록했다. 서울성모병원 19대 병원장에 9월 1일 취임한 승기배(58) 원장은 20년간 1만번 이상의 심장질환 관상동맥성형술(스텐트 삽입술)을 시술한 심혈관 질환 치료의 권위자이다.

활발한 연구 활동으로 200여건의 논문을 SCI 저널에 게재했다. 세계 최고 권위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지(NEJM)’에 4건의 논문을 등재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쳤다. 교수 재직 시절에는 심혈관센터, 응급실 흉통센터를 건립해 병원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탰다. 취임 후 첫 인터뷰를 9월 4일 했다.

대형병원이 어려운 시기에 병원장으로 취임했다.

“국가 경제가 어렵고, 저수가와 의료보장이 강화되면서 병원 경영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위기에 놓인 다른 대형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비상경영체제 하에 있다. 한편으로는 의사로서 진료와 연구가 아닌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는 데 대한 기대감도 있다. 우리 병원이 가진 뛰어난 의료진과 의료기술, 훌륭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주력하겠다.”

병원 경영의 남다른 철학이 있다면?

“치료를 넘어 치유를 할 수 있는 병원으로 거듭나겠다. 우리 병원은 가톨릭 정신에 입각해 생명을 존중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육체적 고통은 물론 정신적 고통까지 치유한다는 이념을 갖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는 적자 구조 때문에 시행을 꺼리는 호스피스나 가정간호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특히 호스피스 분야는 1998년 국내 종합병원 최초로 시설을 세우기도 했다. 가정간호 역시 가톨릭 성당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 저소득층과 노인·장애인들에게 의료혜택을 꾸준히 제공한다. 항상 이웃을 돌보는 마음으로 전인적인 치료를 하는 병원을 만들겠다.”

중점을 둔 진료 분야와 발전 계획은?

“조혈모세포이식센터·안센터·심혈관센터·장기이식센터가 대표적이다. 특히 조혈모세포이식센터는 다른 종합병원 등 3차 의료기관들에서 의뢰한 환자가 몰려 백혈병의 4차 의료기관으로 불릴 만큼 수준이 높다. 국내 최초로 인공 각막이식수술에 성공한 안센터 역시 연간 국내 이식 수술의 50% 이상을 담당한다. 심혈관센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급성심근경색 평가와 심장혈관 수술 적정성 평가에서 2년 연속 1등급을 받았다.

장기이식센터는 1969년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에 성공한 이후 신장이식 2000회, 간이식 700회를 달성했다. 이처럼 우리 병원에는 70여년의 가톨릭 의료기관의 진료 노하우를 집약해 특화한 각종 집중육성센터가 있다. 이들 센터가 갖춘 우수한 의료진·첨단장비 등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 받는 센터로 키우겠다.”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우리 병원은 올 6월 한국표준협회가 총 29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에서 1위를 차지했다. 종합병원 부문 1위는 물론이고 서비스 업종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항공사·호텔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 동시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편의성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내가 심혈관센터장으로 재직할 때 ‘심장 원스톱 클리닉’을 도입했다. 심혈관 질환에 대한 진단은 한 두 가지 검사로 불충분한 경우가 많아 다른 검사의 결과까지 기다리려면 일주일 이상 소요되기 일쑤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오는 환자들은 여러 번 병원을 오가기 어려워 불편한 점이 많았다.

원스톱 클리닉에선 환자들이 당일에 진료와 검사를 모두 받을 수 있게 했다. 환자들의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이 경험을 살려 진단과 수술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환자 편의를 제공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전 진료과에 적용할 계획이다.”

해외 환자 유치와 의료관광이 보건의료 산업의 블루오션인데.

“지난해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 수가 1만8000명이 넘는다. 최근 2년 간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서울성모병원은 일찍이 국제진료센터를 열어 국내 거주 외국인뿐만 아니라 해외 거주 환자에게도 신속·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제헬스케어 표준화를 위해 2010년 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획득했고, 올해 좋은 평가를 받아 재인증에 성공했다.

미국·러시아·아랍에미리트(UAE)·몽골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오는 환자들을 위해 영어·일어·중국어·러시아어가 가능한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와 간호사를 배치했다. 특히 작년 5월부터 UAE 아부다비 보건청, 군병원과 협약해 이 나라 환자를 우리 병원으로 신속히 송출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한국에 입국한 순간부터 출국까지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 중동권 환자 유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자선 진료와 봉사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

“지난해 기준으로 3710명에게 총 31억원의 자선진료 금액을 지원했다. 그중 약 3억1000만원이 러시아·몽골·중국·방글라데시 등 12개국 112명에게 돌아갔다. 이를 통해 페루에서 불치병으로 판명됐던 뼈암 환아가 우리 병원에서 완쾌돼 고향으로 돌아갔다.

몽골에서 코 없이 태어난 아이가 인공 코 수술 지원을 받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메디컬코리아 나눔의료행사에도 매년 참여해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초청해 무료 진료를 한다. 교직원들 역시 매월 두 차례씩 봉사 활동을 나가고, 자선모금에 적극 동참해 뜻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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