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Money Tech - 절대수익보다 상대수익 추구

Money Tech - 절대수익보다 상대수익 추구

김지훈 키움자산운용 CIO … 은행·증권주 등 소외주에 관심 가질 만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위기 공포로 아시아 증시가 휘청거렸다. 그런데 오히려 국내 주식시장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가 수두룩한데도 외국인 투자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6월까지 국내 주식을 5조198억원어치 팔아 치운 뒤 세 달째 되돌아오는 추세다.

특히 8월 중순부터 국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김지훈(43) 키움자산운용 운용본부장(상무)은 “금융위기설이 도는 국가들과 달리 한국의 펀더멘털이 탄탄하다는 인식이 외국인 투자가 사이에 있다”며 “몇몇 악재가 도사리고 있지만 수급과 심리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상무는 1996년 한국투자신탁에서 금융권과 연을 맺었다. 이후 신한금융투자(옛 굿모닝신한증권)를 거쳐 2009년 9월부터 흥국투신운용의 최고운용책임자(CIO)를 역임했다. 흥국투신운용에서 ‘흥국알토란공모주채권혼합펀드’ ‘흥국마켓리더스주식형펀드’를 운용했다. 2010년 키움자산운용 설립 때 운용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절대수익률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에 소외된 분야에서 투자 종목을 찾는다. 그의 투자전략은 금융위기 우려 속에서 한국시장을 주목하는 외국인의 눈과 닮았다.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증시로 U턴한 이유는?

“상반기에는 돈이 전반적으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갔다. 더구나 한국은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문제로 외국인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시장은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모호한 위치에 서게 됐다. 그러다 최근 인도·인도네시아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자 오히려 한국이 선진국에 한발 가까운 시장으로 평가 받는 것 같다. 불안한 신흥국 시장에서 빠진 돈이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는 승수효과도 있다. 더불어 그동안 저평가돼 주가가 싸다는 점도 작용했다.”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모호한 위치가 악재라고들 하지 않았나?

“영원한 건 없다. 악재도 시간이 지나면 호재로 작용하는 게 주식 시장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9~10월에 불안 요소가 있지만 외국인 자본은 이슈보다는 추세를 따라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매수세가 이어질 걸로 본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고 후임으로 지목되는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성향을 봐서는 양적완화 축소가 확실해 보인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본에겐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드러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또 중국과 유럽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이 있어 크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은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코스피 지수 고점은?

“1940포인트 정도가 분기점이다. 지금 같은 수급과 투자심리로 봐서는 악재를 이겨내고 뚫고 나갈 것으로 본다. 올해 연말 시점에서 적어도 2000포인트 위에 있을 것이다. 지금은 시장에서 돈을 뺄 타이밍이 아니다. 버티면 수익을 낼 수 있다.”

외국인 투자가의 매수로 대형주가 강세다.

“바닥을 찍고 오르는 단계다. 다만 당장은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럼 또 내려가다가 기대감이 생기면 다시 오르길 반복할 거다. 조선업종을 보면 2003~2004년과 판박이다. 지금은 실제 실적이 아니라 수주 소식만 있다. 그런데 기대감으로 주가는 벌써 올랐다. 그러나 수주 결과가 실적으로 반영되려면 한참 걸린다. 그 전에 발표된 부진한 실적으로 주가가 떨어졌다가 다시 기대감으로 올랐다를 반복했던 게 2000년대 초반이다. 지금과 유사하다.”

중소형주는 올해 중반부터 주춤한데.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으면 중소형주도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 대형주가 충분히 오른 후 중소형주가 뒤따를 것이다. 지금 옥석이 걸러지고 있고 주가도 많이 떨어졌다. 내년 초에는 중소형주 관심이 살아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하는가?

“은행주가 그동안 너무 소외됐다. 증권주도 마찬가지다. 금융업종이 어렵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볼 것은 ‘앞으로 좋아질 것이냐’다. 코스피 지수가 오르고 거래대금이 늘면 이들 주가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종목 사이의 ‘키 맞추기’ 단계라고 본다. 오너 리스크가 있는 그룹도 투자할 만하다. 이들 회사의 펀더멘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투자전략은?

“먼저 환율을 유심히 봐야 한다. 추세 변화 시점에서는 늘 환율이 먼저 반응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원화가 강세인 지금 국내 시장이 괜찮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걸 우리만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이 우리보다 우리를 높게 평가한다. 그럴 때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따라가면 외국인 좋은 일만 시켜주게 된다. 그들의 추세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 시장에서 빛을 보는 종목도 좋지만 긴 시간 그림자 속에 가려있던 대형주 중에서 유망한 종목을 찾아 분할매수 하길 권한다. 채권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앞으로 채권 금리가 많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외로 채권에서 큰 승부가 날 수 있다. 국채 투자를 해보는 것도 괜찮은 시점이다.”

키움자산운용에서 준비하고 있는 펀드는?

“당장은 특별한 상품을 만들기보다 기존 펀드의 수익률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다만 여유가 생기면 인도네시아의 국채나 정부 독점사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려고 구상 중이다.”

헤지펀드 출시 얘기도 있던데.

“정부 규제가 있어 아직은 큰 규모로 운용할 수 없다. 시장에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전략을 차용해 운용하는 펀드의 성과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키움자산운용의 종목 선택 기준은?

“주가가 많이 떨어진 회사를 찾는다. 의외로 시장에 많다. 쭉 살펴보고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촉매제가 있는지 따져본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가치투자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에 남들이 우르르 가는 곳보다는 회자되지 않는 곳에서 종목을 찾는다.”

본인의 투자성향이 반영된 것인가?

“그렇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뜻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게 지론이다. 지금은 수급·외부 요인으로 망가진 회사도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역발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역발상은 아니다. 소외된 원인이 뭔지, 그게 해결 가능한 것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뱅가드 펀드는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이 운용하는 펀드다. 지난해 10월 뱅가드 펀드가 벤치마크를 변경하면서 신흥투자국으로 분류되던 한국이 선진국 집단에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뱅가드 펀드는 이머징 펀드에 속하던 한국물 약 9조4000억원을 올해 1월 초부터 7월 3일까지 1주일에 4%씩 나눠 팔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아이유, 우리금융과 ‘2년 더’ 광고모델 계약 연장

2넷마블, 대형 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24일 오후 8시 정식 출시

3“KB는 다르다”…실버타운 대중화 꿈꾸는 평창 카운티

4CJ올리브네트웍스, hy 논산 신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구축

5롯데칠성음료, 투명 맥주 패키지로 국무총리상 수상

6미국 1020세대, 오리온 ‘꼬북칩’에 푹 빠진 이유

7‘美 상장 임박’ 네이버웹툰, 해외 생태계 안착…‘국경 넘은 작품’ 60% 증가

8‘웰다잉 시대’ 상조업 두드리는 생보사…하지만 2년째 답보, 왜?

910만전자·20만닉스 간다더니 ‘뚝’…“반도체 비중 줄여야할까?”

실시간 뉴스

1아이유, 우리금융과 ‘2년 더’ 광고모델 계약 연장

2넷마블, 대형 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24일 오후 8시 정식 출시

3“KB는 다르다”…실버타운 대중화 꿈꾸는 평창 카운티

4CJ올리브네트웍스, hy 논산 신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구축

5롯데칠성음료, 투명 맥주 패키지로 국무총리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