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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중소·중견기업 후계 경영자 ⑤ - 채권 추심업은 신용사회 지킴이

유망 중소·중견기업 후계 경영자 ⑤ - 채권 추심업은 신용사회 지킴이

시장점유율 1위 … “2020년 점유율 20%, 매출 2000억원 목표”



경기가 나쁘면 반대로 호황을 누리는 대표적 업종이 채권 추심업이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개인·기업이 늘수록 채권 추심업체에 위탁하는 채권 추심 물량은 늘어난다. 채권을 위탁 받아 회수 업무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계는 매출이 올라간다. 그렇다고 마냥 경기 불황을 반길 수는 없다.

윤태훈(37) 고려신용정보 대표(부사장)는 “경기침체기에는 부실 채권이 늘지만 채권 회수율도 떨어지기 때문에 추심 비용은 늘고 이익은 박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 같은 큰 정치 이벤트가 있으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부채 탕감 공약을 들고 나오면 채권회수율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연말이 되면 채무를 정리하고 가자는 인식이 있어 채권 추심업체는 보통 4분기 수익이 가장 좋은데 탕감 공약이 쏟아지면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회수율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추심업을 보면 경기 변동을 읽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채권 회수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했다. 불규칙한 경기 변동 탓도 있지만,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이나 사업체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윤태훈 대표의 부친은 이 회사 창립자이자 초대 한국신용정보협회장을 역임한 윤의국(64) 고려신용정보 회장이다. 그는 1991년 회사를 설립해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신용정보·채권추심업을 제도권에 올린 인물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인 박종진 사장과 윤태훈 부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아 경영을 하고, 윤 회장은 대외 활동에 주력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2005년 고려신용정보에 차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전 6개월 정도 전국 지사를 돌며 현장 수업을 했다.

경영관리팀장·본부장을 거친 그는 2008년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다. 당시 매출 기준 국내 1000대 상장사 중 최연소 CEO였다. 고려신용정보는 2001년 말 코스닥에 상장했다. 윤 대표는 “채권 추심업은 터프한 업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채무자 권익 보호 추세에 맞춰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며 “요즘 발생하는 민원의 대부분은 억지성 민원”이라고 했다.

국내에 신용조회·평가·조사와 채권 추심을 하는 신용정보회사는 32개다. 이 중 23곳이 채권 추심업을 한다. 고려신용정보는 국내 채권 추심업체 중 시장점유율 1위다. 2000년대 중반 업계 5~6위에 머물다가 2009년 1위로 올라선 후 2위 그룹과의 격차를 점차 벌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821억원. 윤 대표가 경영에 참여한 2008년 이후 누적 성장률은 56%다. 전체 매출에서 채권 추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다.

윤 대표는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인력 관리가 경쟁 우위 요소”라고 자평했다. 채권 추심업은 얼마나 많은 채권 물량과 노련한 인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이 회사는 KB국민은행·우리은행·시티은행·롯데캐피탈·아주캐피탈 등 금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신용보증기금·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 SK텔레콤·KT 등 통신회사가 주요 고객이다.

회사의 핵심 경쟁력인 추심 인력 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 윤 대표는 “적어도 분기에 한 번은 각 지사에 가서 스킨십을 다진다”고 했다. 고려신용정보는 전국에 민·상사 채권 부문 35개 지사와 3개 영업소, 금융·통신채권 부문 11개 사업부를 두었다. 직원은 6월 말 기준 1739명. 이 중 1100명 정도가 채권 추심 업무를 맡는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급이 강해 연봉 2억~3억원 이상 받는 인력이 수십 명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3월에는 공로를 인정받은 직원 117명이 가족들과 함께 3박5일 일정으로 필리핀 세부에 해외 휴양 겸 연수를 다녀왔다. 12년째 이어오는 인재경영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요즘 신용정보·채권추심업계의 최대 화두는 국회에 계류 중인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공정추심법)’ 이다. 이 법안은 채무자가 변호사나 비영리 민간단체, 채무상담 전문 사회적 기업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추심인이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채권 추심자가 이를 위반하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이 법안은 올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여야 의원들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연기됐다.

이 법안은 강압적인 추심으로 고통 받는 채무자의 방어권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불법 추심이 늘 것을 우려한다. 만약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제도권 채권 추심업계는 한마디로 ‘할 일’이 없어진다. 일반적으로 채권 추심 행위는 설득·권고·독촉을 하는 사실 행위와 압류·경매 의뢰 등 법률 행위로 나뉘는데, 채권 추심업체는 사실행위만 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이 제도는 업계 전반의 존폐와 관련이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적법한 절차를 거치는 추심회사가 채무자에게 연락할 방법이 제한돼 사실상 채권 추심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 대리인을 쓰기 힘들기 때문에 새 제도는 거액 채무자를 보호해주는 회피 수단으로 전락할 소지도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부친이 여의도에 살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올해부터는 채권 추심 용역 수수료에 대한 부가세 면제가 일몰된다. 경영환경이 좋지 않지만 지방세 체납 징수 업무의 민간 위탁이나 채권 추심업체의 채권매입 허용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도 노린다. 고려신용정보는 지난 6월 세계적인 수출보험기관인 아트라디우스와 해외 채권 추심 업무 협약을 맺었다. 국내 수출기업 중 수출 미수금에 대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 고려신용정보가 대신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협약으로 고려신용정보는 중국·미국·일본·유럽 등 40여개 국에서 수출 미수대금 회수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7월 기업 가치관 선포식에서 기업 슬로건을 새로 정했다. ‘신용사회의 지킴이’다. 윤 대표는 “제도권 추심업계는 강압적인 불법 추심업계와는 다르다”며 “금융 인프라의 한 축으로 경제 주체 간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한다는 고려신용정보의 소명과 채권 추심업의 순기능 역할을 강조한 슬로건”이라고 말했다. 비전도 밝혔다. 그는 “2020년 채권 추심 시장 점유율 20%, 연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해 업계 1위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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