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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한숨 돌린 김승연, 한숨 쉰 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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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대법 파기 환송으로 ‘감형 기대’ … 최태원, 항소심서 동생까지 법정 구속 ‘최악’



변호인단을 대거 교체하며 막판 역전을 노린 두 그룹 총수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천명한 법원 앞에서 초호화 변호인단은 속수무책이었다. 다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번 더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실낱 같은 기회를 잡았다. 1심 진술을 완전히 뒤집으며 반전을 노린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은 항소심에서 참패했다. 한화·SK그룹의 비상경영 체제는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전망이다.

9월 26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환 대법관)는 김승연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이 확정한 배임죄 대부분은 유죄로 인정하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일부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놓고 해석은 분분하다. 일각에선 감형·집행유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2심 직후 교체된 변호인단(화우·율촌)은 기존 재판에서 놓친 김 회장에 유리한 부분을 발견하고 상고심에서 주장했는데, 적법한 상고 이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환송심에서 이 부분을 다시 다투면 원심보다 유리한 판결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화 측은 ‘유리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 얘기는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한화 측 변호인단이 유리한 파기 환송이고 배임액이 줄어 집행유예가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아는데, 기본적으로 김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 판결은 항소심과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부실 계열사에 불법적 지원을 지시하는 행위는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이 안 된다고 분명하게 (판결문에) 써줬다”고 했다. 한화 측은 그동안 계열사 지원은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부분은 세 가지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유통 등이 한유통·웰롭 등 위장 계열사에 8994억원을 지원하고 지급보증한 혐의에 대해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은 ‘기존 지급보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급보증을 또 섰다면 배임죄 성립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한화석유화학이 소유한 부동산을 계열사에 공시지가 수준으로 싸게 팔아 27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에 대해선 1·2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은 배임액수 계산이 잘못됐다며 재산정을 요구했다. 변호인단이 “배임액이 줄어들어 감형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하지만 또 다른 파기 환송 건은 김 회장에게 불리하다. 계열사인 드림파머 명의로 대출받은 578억원을 위장 계열사를 분할해 만든 또 다른 계열사 아크런에 줘 웰롭 부채 전액을 떠넘긴 혐의에 대해 1·2심은 무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은 한화석화에서 웰롭에 저가 매각한 전남 여수 소재 부동산 가격을 재평가해 드림파머의 손해액을 다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원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부분이 유죄로 바뀔 수 있고, 배임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1심에서 위장계열사 지급보증 부분을 무죄로 해도 징역 4년이 나왔는데, 이 부분이 유죄가 되면 형량이 더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배임액수가 줄어도 감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대법원 양형 기준은 횡령·배임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권고형량 5~8년, 감형해도 4~7년으로 하게 돼 있다. 환송심을 해도 김 회장의 배임액이 300억원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승연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 벌금 51억원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는 김 회장이 끼쳤다고 판단한 손해액이 1심보다 1200억원 줄면서 징역 3년(벌금 51억원)을 선고 받았다. 김 회장은 건강 악화 이유로 오는 11월 7일까지 형집행이 정지된다.



SK 사건, 김원홍 전 고문이 최대 변수김 회장 상고심 이튿 날 열린 최태원 SK 회장 선고 공판은 직전까지 변수가 속출했다. 선고를 하루 앞둔 9월 26일 밤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전격 송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는 밤 늦게 김씨의 신병을 넘겨받아 인정신문(인적사항을 묻는 것)만 마치고 서울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한 후 27일 오전부터 조사를 벌였다.

1심에서 회삿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은 7월 30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원홍은 믿었던 사람인데 배신을 당했다”고 최후 진술했다. 항소심 공판이 있던 오전 9시경 최 회장 변호인단은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세우기위해 변론 재개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 선고를 충분히 심리했다며 공판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결국 SK 측이 기대했던 막판 변수는 없었다. 서울고법 형사 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최태원 회장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최재원 부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최 부회장은 법정 구속됐다.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에 처했다. 재판부는 “최재원의 자백, 김준호의 진술, 그 밖의 각종 정황 증거를 통해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최고 경영자가 기업 윤리를 등한시하고 개별 기업의 투명한 의사결정 절차를 무시한 채 지위를 이용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 채권자와 주주에게 피해를 끼치고 신뢰를 떨어뜨린 것은 엄정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들이 허황되고 탐욕스러운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심지어 “진실과 거짓을 뒤바꾸고 법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법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듯 믿었다”고 판시해 소위 ‘괘씸죄’가 반영됐음을 시사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펀드 조성이나 선물 투자를 누가 지시했느냐는 것이었다. 1심에서 최 회장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펀드 자금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김원홍에게 배신당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최 부회장 역시 1심에서는 자신이 펀드 출자와 인출을 모두 주도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에서는 “횡령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들의 진술 번복이 재판부의 신뢰를 잃은 결정적 이유라는 말이 돌았다.

선고 공판에 앞서 재판부는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원홍 전 고문의 투자 제안을 받은 최 부회장이 자금 조달 방법을 강구하고 최 회장의 승낙을 얻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죄의 무게 추가 최 회장 주도에서 형제공모로 바뀐 것이다.

결국 두 형제 모두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변수가 남기는 했다. 최 회장 측에서 공판 전날 긴급 송환된 김원홍 전 고문의 증언 없이 선고가 이뤄졌다는 것을 문제 삼아 상고해 대법원이 받아들이고, 일부 파기 환송을 받아내면 김승연 회장처럼 또 한 번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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