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 도울 대상 우리 스스로 찾는다

임직원이 모금, 수혜자 선정, 지원금 산정까지 주도적으로 참여

강원도 평창에 사는 전모씨는 3월 15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청소 일을 나간 남편 박모씨가 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것이다. 소규모 월세 아파트에서 하루하루 빠듯하게 살아온 부부 사이에서 아홉 번째 아이인 한결이가 태어난 지 열흘 되던 날이다. 전씨는 눈물조차 마음껏 흘릴 새가 없었다.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 지원의 손길을 찾아 군청에 연락을 해봤다. 그러나 “남편 교통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합의금이 있을 경우 차상위 수급자 선정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홉 명의 아이들을 두고 돈벌이에 나설 수도 없는 전씨는 절망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때 KT&G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회사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전씨를 찾아 지원한 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다.

KT&G 춘천 강원본부에서 근무하는 박용주 과장은 지인으로부터 전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다. 도와줄 방법을 고심하던 박 과장은 얼마 전 회사에서 도입한 ‘기부청원제’가 떠올랐다.

기부청원제는 KT&G 임직원들이 주변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연을 사내 전산망에 올리고 이를 추천하는 댓글수가 200개 이상일 경우 심사를 통해 청원 내용을 채택하는 제도다. 기부청원제에 쓰이는 돈은 KT&G의 ‘상상펀드’로부터 나온다. ‘상상펀드’는 2011년 3월 만들었다.

KT&G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월 급여의 일부를 기부한 금액에 회사가 동일 금액을 매칭(Matching)한다. 여기에 추가로 임직원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시간당 1만원으로 환산해 보태는 사회공헌 기금이다. 올해 연간 운영 규모는 약 35억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한다. 기부청원제로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상상펀드 기금운영위원회가 정해진 기준에 따라 기부금액을 결정하는 등 세부 지원사항을 정한다.

평소 기부청원제에 관심이 많던 박과장은 사내 전산망에 전씨의 사연을 올렸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2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KT&G 임직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해 상상펀드 기금운영위원회는 이 청원을 채택하고 의결을 거쳐 전씨에게 긴급 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KT&G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성금인 상상펀드의 수혜자를 이처럼 직접 추천하는 기부청원제를 올해 3월 14일부터 실시했다. 지금까지 뇌종양으로 항암치료 중인 초등학생 김모군, 필리핀 어머니와 함께 살며 심장병을 앓는 초등학생 노모양, 아버지가 사망하고 세명의 동생을 뒷바라지하며 교사의 꿈을 키우는 교육대학생 안모씨, 선천성 평발로 거동이 힘들지만 과학자가 되고 싶은 중학생 송모군 등 7명에게 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했다.

대기업 임직원들이 직접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고 수혜자 선정까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도움이 절실하지만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수혜 대상자를 찾기 쉬워 기부청원제는 한 단계 발전한 신개념 기업 기부문화로 평가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때문에 임직원의 만족도도 높다.

전씨의 수혜자 선정 과정을 지켜본 강원도청은 KT&G 기부청원제의 운영절차 등을 본떠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응출 KT&G 사회공헌부장은 “KT&G의 기부청원제는 모금은 물론 수혜자 선정과 지원금 산정까지 모든 과정에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기부시스템”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자발적인 나눔을 통해 기업과 사회의 상생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