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FEATURES ENVIRONMENT - 잉크빛 바다의 보석 호주 대보초를 구하라

FEATURES ENVIRONMENT - 잉크빛 바다의 보석 호주 대보초를 구하라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역. 산업화와 반환경적 농업으로 훼손 위기… 사랑과 관심으로 시급한 관리 필요해



레이디 엘리엇 섬은 공중에서 보면 광대한 산호해(호주 북동부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초록색 원반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섬에서 가까운 청록색 수면 밑 17m에서 보는 광경은 경이로움 그 차체다.

장완흉 상어가 재빠르게 옆을 스쳐 지나가자 등골이 오싹해진다. 몸집이 자동차만하고 펜케이크처럼 넓적하게 생긴 쥐가오리들이 연달아 ‘클리닝 스테이션’(cleaning station: 청소 물고기들이 달라붙어 기생충을 제거해주는 곳)으로 향한다. 바다거북과 붉은 바다거북은 우아한 몸짓으로 느릿느릿 헤엄쳐 지나간다. 어디선가 혹등 고래가 내는 울음 소리는 겨울 바다의 섬뜩한 발라드처럼 들린다.

이날 대보초(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호주 퀸즈랜드주 동쪽 해안에 있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역) 남단에서 나와 함께 다이빙을 즐긴 친구 한 명은 생애 최고의 다이빙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산호 성과 산호 정원, 산호 운하를 봤다. 거대한 물고기떼도 봤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광경이었다. 상상 속의 대보초 모습 그대로였다. 그런 광경을 직접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레이디 엘리엇 섬은 호주 그린존(가장 높은 등급의 보호구역) 안에 있으며 2600km에 이르는 대보초 최남단의 산호섬으로 알려졌다. 비행기 조종사 피터 개시가 2005년 이 섬을 대보초 해양공원 당국으로부터 임차해 절제된 친환경 리조트로 개발했다.

건강한 산호초와 풍부한 해양생물을 자랑하는 레이디 엘리엇 섬은 지난해 9월 대보초 지역에서는 최초로 탁상 여행가들이 구글 스트리트 뷰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캐틀린 시뷰 서베이(PC 등을 통해 바닷속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젝트) 조사팀의 매핑 작업 덕분이다.

지난 7월 다시 레이디 엘리엇 섬을 찾은 그 팀은 자신들의 경험을 담은 방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다른 그룹 프로젝트 만타 역시 7월에 이 섬을 방문해 쥐가오리 약 300마리를 발견했다. 이 지역에서 과학자들이 발견한 쥐가오리 개체수 중 최대치다. 이 섬의 리조트 총지배인 앤드리어스 서퍼는 “이 지역에서 해양생물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지역의 건강한 산호초와 풍부한 어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보초 지역 내에서도 매우 특별한 곳이다.”

사실 지난 한해 동안 대보초에 대한 긍정적인 뉴스 보도가 별로 없던 차에 보기 드물게 좋은 소식이다. 이 소식은 또 이 지역이 인간의 손에 훼손될 경우(현재의 예측이 맞는다면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지를 상기시켜주는 계기가되기도 한다.



대보초를 위협하는 요인대보초는 올해 바람직하지 못한 두 가지 뉴스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첫 번째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역인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유네스코는 호주 정부가 산업화에 따른 갖가지 위협으로부터 이 지역을 보호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대보초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6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연례총회에서 호주 정부가 건강한 환경을 살리려는 의지를 증명할 시간을 1년 더 주기로 했다.

그러나 대보초 지역의 운동가들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전혀 뜻밖의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호주와 미국의 합동 군사훈련 도중 계획이 어긋나는 바람에 전투기 두 대에서 226kg짜리 폭탄 네 개가 산호초 근처에 투하됐다. 당초 폭격 연습 지점에 민간 선박들이 지나고 있어 폭탄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되돌아가던 전투기들이 연료 부족으로 폭탄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긴급 투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투기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호초에서 50m 이상 떨어진 지점에 비활성화된 폭탄을 투하했다. 하지만 환경보호론자들에겐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애초에 세계 최고의 경이로운 자연환경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그렇게 위험한 군사훈련을 실시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현재 유네스코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호주의 광업 붐과 연계된 5개의 항만 개발 계획이다. 초대형 항만을 건설하려면 대대적인 해저 토사 준설 작업이 필요하다. 호주 녹색당의 크리스틴 밀른 대표는 이 작업이 “세계자연유산을 준설 폐기물의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석탄과 가스를 수송하는 거대한 상선들의 고속도로로 둔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퀸즈랜드 자원위원회는 광업이 바다 건강을 훼손시킨다는 비난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 위원회는 지난 7월 대보초와 호주의 지속적인 번영에 관한 “기록을 바로 잡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퀸즈랜드 자원위원회 CEO 마이클 로슈는 7월 말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보초의 미래 건강과 관련해 두 종류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보호하려는 모든 호주인의 순수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보초의 건강을 위협하는 진짜 요인들로부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기회주의적인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든든한 자금줄을 쥔 국제 운동가들이 퀸즈랜드주의 주요 수출산업을 악마 같은 존재로 묘사하며 비난한다.”

“항만과 선적이 이 지역 생태계에 큰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증거를 보여주는 기록들은 많다. 대보초와 이 지역의 최근 역사에 잠시나마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로슈가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이 지역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을 설명하면서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책임을 돌리는 “기후변화”라는 단어의 사용을 피한 채 빙빙 돌려가며 말했다. 그는 기상이변과 가시면류관 불가사리의 급증, 형편없는 수질이 대보초 훼손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의 말이 옳다.

호주 해양보존협회는 잘못된 토양 관리로 매년 1700만t의 오염된 농업 유출수(그 중 1400만t은 비료와 살충제로부터 나온다)가 퀸즈랜드주의 강에서 대보초로 흘러든다고 주장한다. 이 유출수가 가시면류관 불가사리에 영양분을 공급해 개체수를 급증시키는 한 요인이 된다. 가시면류관 불가사리는 매일 자기 몸무게만큼의 산호초를 먹어치운다.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는 지난 8월 1일 어떻게 하면 대보초가 이런저런 위협에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사상 초유의 시설을 가동했다. 과학자들이 수온부터 바다의 산성화까지 다양한 조건을 조절할 수 있는 수조 안에서 실험이 이뤄진다. AIMS의 CEO 존 건은 314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이 국립 해양 시뮬레이터(SeaSim)가 바다 환경의 보호책을 조기에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가시면류관 불가사리의 퇴치가 SeaSim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불가사리의 개체수가 주기적으로 급증하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농업 유출수 속의 영양분 때문인지 아니면 더 복잡한 요인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 어류의 산란과 산호초 탈색, 바다의 산성화, 침전물의 영향, 오염, 준설과 수질 문제 등을 연구하는 프로그램들도 계획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대보초 훼손의 탓을 퀸즈랜드주나 이 지역의 농업 방식, 호주의 급속한 산업 성장에만 돌린다면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좀 더 보편적인 기후 문제를 간과하는 셈이다. 지난 27년 동안 대보초의 산호충 덮개 50% 이상이 사라졌다.

컨서베이션 소사이어티의 대보초 캠페인 책임자 펠리시티 위스하트는 정치인들에게 이런 수치를 이야기하면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정치인들이 언론에서 이런 수치를 널리 알려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은 사람들이 대보초를 “더는 가망이 없이 훼손된” 자연환경으로 느끼게 만든다고 그녀는 말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대보초를 돌본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회복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현재 대보초는 매우 건강한 상태는 아니며 산업화와 항만 건설 등으로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산업화와 반환경적인 농업에 따른 가시면류관 불가사리 급증과 수질 악화, 폭풍으로 인한 피해가 대보초를 위협하는 최대의 장기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 지역에는 지난 7년 동안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카테고리 5 규모의 사이클론이 다섯 번이나 불어닥쳤다(지구온난화 때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위스하트는 5개의 석탄 항만 확장계획(“대보초 지역 최대의 산업 계획”)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호주 당국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광물 자원은 한번 캐내 수출하면 그만”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항만을 전적으로 폐쇄하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자원개발 방식을 바꾸고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광물자원 수출 속도를 높이면 이 지역은 그만큼 더 빨리 가난해진다. 왜 금세 꺼지고 말 거품을 부풀리는가?”

“대보초를 황금알 낳는 거위처럼 다뤄야한다”고 위스하트는 덧붙였다.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왔기 때문에 언젠가 잃게 된다면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레이디 엘리엇 섬은 거대한 대보초 안에서 하나의 작은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섬의 친환경 리조트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북쪽 이웃 지역의 건강을 증진시키고자 한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이 리조트에서는 지난해 ‘기후변화 산책로’를 개장했다.

방문객들은 산책로 곳곳에 걸린 현수막의 경고문을 통해 앞으로 닥칠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일례로 이 산책로에서 처음 눈에 띄는 현수막에는 ‘현재의 과학적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이 섬은 100년 후에 완전히 물 속에 잠기게 된다’는 경고문이 쓰여 있다.

“우리는 다양한 활동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섬을 찾은 방문객들이 환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서퍼가 말했다. “그렇게하지 않는다면 이 모두가 다 사라져 버릴 것이다. 방문객들은 환경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활동과 리조트 운영방식을 보고 차츰 눈을 뜨게 된다.”

레이디 엘리엇 섬은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매 시간 20ℓ의 민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탈염 과정에서 생긴 쓰레기를 부숴서 해변에 뿌린다. 하루 디젤 사용량은 500ℓ에서 200ℓ로 줄였다. 또 앞으로 전력 생산을 태양전지판에 완전히 의존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게다가 이 섬의 모든 수익은 섬과 섬의 환경보호 사업에 재투자된다. 방문객들이 그곳까지 타고 가는 비행기는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다. 서퍼는 “친환경적인 운영방식을 내세우다 보면 늘 개선의 여지가 있기때문에 할 일이 끝이 없다”고 말했다.

서퍼는 최근 대보초에 쏟아지는 부정적인 관심과 그것이 이 지역 관광사업에 끼칠 손해가 걱정된다면서 사람들이 이곳에 직접 와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때때로 언론을 통해 이곳 소식을 듣지만 실제로 와서 확인해 보지 않고는 확실히 상황 판단을 하기 어렵다.”

그 말이 맞다. 대보초에 관한 기사 제목만 읽으면 폭탄으로 엉망이 되고 지저분한 물이 가득하며 곳곳에 위험 표지판이 서 있는 황폐한 곳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보초는 여전히 건재하고 아름답다. 그저 약간의 관심과 사랑만 쏟으면 된다. 지금 당장 말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미국 주택에 스며든 삼성전자 가전…건설사 ‘클레이턴’에 패키지 공급

2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 강화…‘실리콘 음극재’ 공장 준공

3 서울대·울산대·원광대 의대 교수들, 주 1회 휴진…‘의료 공백’ 심화 조짐

4페퍼저축은행, 제2회 페퍼저축은행배 전국장애인양궁대회 성료

5“극한의 기술 혁신”…삼성전자, TLC ‘9세대 V낸드’ 양산

6SK그룹 경영진 머리 맞대고 ‘리밸런싱’ 고민…최창원 “전열 재정비” 주문

7글로벌 트렌드 한눈에 보는 '2024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 개막

8이강덕 포항시장 ""K-로봇 밸리 구축해 글로벌 로봇도시로 도약하겠다"

9육정미 대구시의원 "홍준표 시장 중앙정치 기웃거리지 말고 시정에 집중하라"

실시간 뉴스

1미국 주택에 스며든 삼성전자 가전…건설사 ‘클레이턴’에 패키지 공급

2포스코그룹, 이차전지소재 사업 강화…‘실리콘 음극재’ 공장 준공

3 서울대·울산대·원광대 의대 교수들, 주 1회 휴진…‘의료 공백’ 심화 조짐

4페퍼저축은행, 제2회 페퍼저축은행배 전국장애인양궁대회 성료

5“극한의 기술 혁신”…삼성전자, TLC ‘9세대 V낸드’ 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