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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 국책 기술과 기업의 가교 역할

이은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총장 - 국책 기술과 기업의 가교 역할

개교 10주년 맞은 연구·교육 통합 대학원 … 학생·정부·기업 모두 윈윈



대전 KTX역에서 자동차로 20분을 달리자 한적하고 포근한 느낌의 학교가 나타났다. 인적이 드물어 방학을 맞은 대학 캠퍼스 같다. 방문한 곳은 대전 유성구 가정동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의 본부다.

신축한 지 만 3년이 안된 곳으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건물 20여개가 모여 있다.

“이곳은 일반 대학이나 대학원과 많이 달라요.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죠. 연구 자체에서 수업이 이뤄지고, 배움을 얻고,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죠. 겉으로는 한산해 보여도 건물 안에는 치열한 고민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은우(58) UST 총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캠퍼스가 달리 보였다.

UST는 2003년 설립돼 올해 개교 10주년을 맞았다. 국내 유일의 국가연구소대학으로서 입지가 탄탄하다. 나로호를 만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전국 30개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이 UST 캠퍼스다. 각 연구소의 박사 인력 8000여명 가운데 국책프로젝트 책임자 등 우수 연구자 1500여명이 교수를 맡고 있다.

학생들은 월 평균 160만원 이상의 연수장려금(박사과정 기준) 등 ‘연구원 급’ 대우를 받으며 공부를 한다. 교육성과도 좋다. 최근 3년간 박사 졸업생 1인당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 논문 편수가 3.33편이고, 취업율은 80%가 넘는다.

“UST는 국가연구소에 대학원 기능을 더한 연구·교육을 통합한 모델입니다. 지난 50년 동안 국가가 50조원 이상을 투자해 구축한 출연연의 인프라를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 대학의 이공계나 과학특성화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실험 장비를 한번쓰려면 수일 전에 예약을 하고 줄을 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UST에서는 언제든 학생들이 원할 때 실험하고 연구할 수 있어요. 출연연은 연구에 필요한 유능한 인재(대학원생)를 활용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학생과 연구기관이 윈윈하고 나아가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총장은 2011년 12월 UST의 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1955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기계설계학과(73학번)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2년 기술고시(18회)에 수석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해 과학기술부 과학기술기반국장, 교육과학기술부 국제협력국장, 국립중앙과학관장을 거쳤다.

이 총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나라의 국가연구소대학을 공부했다. 독일 헬름홀츠 연구협회, 이스라엘 파인버그 스쿨 등 UST보다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세계의 대학교에 대한 자료를 모으며 UST의 미래를 그렸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캘로그 스쿨과 일본의 쇼켄다이 총학연구대학원대학은 직접 찾아가 살폈다.

그는 “경외감·두려움·자부심·안도감·오기 등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감정이 복잡하게 엉키는 것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거대한 규모와 선진화된 시스템에 압도가 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한국도 이들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UST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학교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됐다.



뛰어난 인프라에 학생 만족도 높아이 총장은 취임 후 2년 동안 가장 잘 한 일로 IT·중소기업과 출연연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을 꼽았다.

인력난과 기술부족에 시달리는 기업과 출연연의 협업을 유도하고 기술 및 인력교류가 활발하게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계약학과 제도가 대표 사례다.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을 출연연에 파견해 공동으로 연구하게 하고, 이 연구원은 UST로부터 학위를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위를 취득한 연구원은 졸업 후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 회사를 위해 일할 수 있다. 이런 인력이 많이 생기면 기업과 출연연 사이에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필요할 때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수 있다.

외국 유학생도 많이 유치했다. UST 전체(911명)의 30.1%인 273명이 외국인 학생이다. 국가별로는 베트남·파키스탄·인도네시아·인도 등의 순이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고, 미국이나 독일 같은 과학 선진국에서 온 학생들도 있다. 올 봄학기부터 연수장려금을 올려 외국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총장은 “외국인 졸업생 가운데는 국내에 취직하거나 본국에 돌아가 교수나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세계 각국에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퍼스가 전국에 나눠져 있어 학생과 교수들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다. 해마다 전국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문화제와 체육대회를 열고,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산업을 시찰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하지만 간헐적 이벤트로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복합다기능 기숙사를 짓고 있다.

20개 캠퍼스가 모여 있는 중심에 기숙사를 지어 학생들간에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UST가 올린 성과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도 고민거리다. 아직 UST를 낯설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 이름을 조금 더 특징적이면서도 쉽게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복합 다기능 기숙사 건설 중이 총장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해 있다. 최근 2025년까지 중장기 발전전략을 담은 ‘UST 비전 2025’를 마련했다. 아시아 최고, 글로벌 선도 국가연구소대학이 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캠퍼스 별로 차별화된 교육 시스템 마련, 중소기업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 글로벌 역량 강화, 스마트 환경 구축을 4대 전략으로 세웠다. 이 중 스마트 환경 구축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올해부터 5년동안 연 20억원을 들여 사이버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전문가들의 기술 검토를 끝냈다. 이 총장은 “캠퍼스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소통과 협업에 어려움이 크다”며 “사이버 시스템을 구축하면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소통하고 과학에 관해 토론하는 배움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낮 12시 30분. 점심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인터뷰가 끝났다. 이 총장은 기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원자력학과학생들과의 점심약속에 늦어서다. UST 관계자는 “30개 출연연의 기관장과 모두 따로 만나 식사를 했고, 2월부터는 교수·학생들과 자리를 만들어 간담회를 겸한 식사를 한다”고 귀띔했다. 이 총장의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만큼, UST도 발전하고 있다.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 국가의 과학기술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미국의 과학정보연구소가 1960년대부터 사용했다. SCI 집계의 바탕이 되는 과학기술논문 학술지는 세계적으로 약 5200종이며, 국내에서 발행되는 학술지 가운데 SCI에 수록되는 것은 12종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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