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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중국 대륙 호령한 위대한 블루칩들(우량주)

Management - 중국 대륙 호령한 위대한 블루칩들(우량주)

나관중 삼국지통속연의』 등장인물 증시에 대입 … 유비·조조·손권은 3대 우량주
중국 허베이성 정딩현에 있는 조자룡 사당. 왼쪽부터 조자룡ㆍ관우ㆍ유비ㆍ장비 인형.



유방이 한나라를 세운 뒤 400년이 흐른 후한 말기. 환관이 득세하면서 조정은 극히 부패했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진다. 견디다 못한 농민들은 황건적의 난을 일으키고, 각지 호족도 자신들의 군사를 키우며 천하대세를 꿈꾼다. ‘동양의 베스트셀러’라 불리는 삼국지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다. 통속연의란 삼국의 이야기를 대중이 읽도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썼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소‘ 설 삼국지’로 보면 된다.

원본은 진수의 삼국지』다. 진수는 진나라 사람으로 조조가 세운 위나라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 때문에 조조를 정통으로 기술한다. 하지만 나관중은 ‘소설 삼국지’를 쓰면서 주인공을 유비로 바꾼다. 진수가 삼국의 인물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과 달리 나관중은 한나라 정통성을 잇지 않은 조조나 여포를 과도하게 폄훼했다는 평가가 있다. 정사(正史)인 삼국지에 비해 삼국지통속연의는 소설이기 때문에 기술에 비교적 자유로웠을 테다.



조자룡은 박근혜의 첫사랑삼국지통속연의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로도 불린다. 원나라 소설인 시내암의 수호지』, 명나라의 소설인 오승은의 서유기』, 소소생의 금병매』 등과 함께 삼국지는 중국의 4대 기서(奇書)다. 국내에서는 작가 이문열·황석영의 삼국지와 재중 동포작가 리동혁의 본삼국지가 많이 읽힌다.

삼국은 조조의 위, 유비의 촉, 손권의 오, 세나라다. 위는 북쪽, 촉은 서남쪽, 오는 동남쪽이다. 그러니까 오늘날 베이징은 위, 상하이는 오에 속해 있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호걸이 나온다. 사람을 쓰는 용인술, 절묘한 계략, 협상과 설득, 반전을 거듭하는 처세술 등이 풍부해 CEO를 위한 경영전략서로도 많이 읽힌다.

중국에서는 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상대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한번도 읽지 않은 사람은 무식해 대할 가치가 없고, 세 번 이상 읽은 사람은 처세에 능해 대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삼국의 인물은 제각기 다른 재능이 있다. 이 때문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제작돼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수많은 영웅호걸을 어떻게 조합하고, 어떤 때 투입하느냐에 따라 매 전투의 승패는 바뀌었다. 망할 직전까지 갔다가 우뚝 일어서는가 하면, 승기를 잡아놓고도 목숨만 부지해 도망가는 것도 흔하다.

승부는 인물 기용에 좌우됐다. 초야에 묻힌 인재를 모아 적재적소에 투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때로는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하고, 때론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주식 투자와 매우 흡사하다. 삼국지의 무대를 주식시장이라 상정하고 인물들을 평가해보자.

주식시장판(중국 대륙)을 흔들 3대 대형 우량주는 유비·조조·손권 등이다. 이른바 블루칩이다. 블루칩은 트럼프의 포커에 쓰이는 흰색·빨간색·청색 등 3가지 칩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이 청색이라는 데서 유래됐다. 세 사람은 성장성이 크다. 이 중 한 사람이 천하를 통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천하를 얻는다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자회사(부하)가 많아 안정성도 높다.

천하 제패에 다가간 여포와 동탁도 대형주다. 하지만 부패한 동탁은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포의 힘으로 근근이 버티는 그는 분식회계의 우려마저 있다. 여포는 가능성으로는 대형 우량주와 견줄 만하지만 지략이 뛰어나지 못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유비와 함께 한 관우와 장비는 한때 저평가 우량주였다. 이른바 옐로칩이다. 블루칩 반열에 들지는 못하지만 주가 상승의 기회가 큰 우량주라는 얘기다. 관우와 장비는 벼슬이 낮아 호족의 인정을 받지 못하지만 관우가 ‘데운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베오면서 평가가 달라진다.

유비의 시각으로 볼 때 조자룡은 ‘가치주’다. 유비는 조자룡을 보고는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공손찬 아래에 있는 조자룡을 당장 빼오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훗날을 기약한다. 조자룡은 자신의 공적을 내세우지 않는 무한 충성심으로 많은 이들의 흠모를 받는다. 삼국지를 탐독한 박근혜 대통령은 조자룡을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밝혔다.

유비가 삼고초려해 데려온 제갈량은 최고의 작전주다. 주가를 끌어올리거나 내리는데 동원되는 주식을 말한다. 제갈량은 신묘한 계략을 세워 매 싸움판을 제 손 위에 놓고 주무른다. 삼국지 최고의 전투신은 적벽대전이다. 100만 조조군과 맞붙은 유비와 손권의 10만 동맹군은 제갈량의 남동풍과 화공을 이용한 공격으로 대승을 거둔다. 제갈량과 같은 작전주로는 조조의 순욱, 오나라의 노숙 등이 있다.

동탁과 여포를 미인계로 사로 잡은 초선은 테마주로 분류할 만하다. 영웅의 놀이판에 가녀린 여성이 별로 끼어들 여지가 없지만 영웅의 마음을 사로잡는 역할에서는 ‘반짝’ 주목을 받는다. 제갈량이 군령을 어기고 대패한 마속의 목을 친 것은 ‘손절매’다. 위나라 사마의에게 참패한 것도 문제지만 군율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다음 전투도 승리를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 실패로 손실을 본 종목은 미련을 갖고 질질 끌기보다는 과감하게 떨어내는 것이 다음 투자를 위해서는 이로울 수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증권시장을 흔든 우량주 그룹을 ‘멋진 50종목(Nifty-fifty, 니프티-피프티)’이라 불렀다. 미 S&P 5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상위 50개 종목이다. 월가의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일단 사놓으면 높은 배당수익과 주가이익이 보장된다는 뜻에서 ‘원 디시전(One Decision)’ 주식으로 불렸다.

단 하나의 선택, 즉 ‘사서 쥐고 있기(Buy and Hold)’만 하면 된다는 의미였다. ‘멋진 50종목’ 중 지금까지 살아 남은 종목으로는 GE·휴렛팩커드·월마트·맥도널드·3M 등이 있다. 유비·관우·장비·제갈량·조조·손권·여포·원소 등 삼국지를 수놓은 이들이 멋‘ 진 50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멋진 50종목이라고 항상 멋졌던 건 아니다. 1973년 10월 1차 석유파동으로 미국 증시가 붕괴될 때 이들 종목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그동안 비이성적 과열로 거품이 생긴 부작용이기도 했다. 멋진 50종목은 ‘추한 50종목(Nasty-fifty, 내스티 피프티)’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이 종목들은 1980년 초까지도 1970년대의 상승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멋진 50종목’이 ‘추한 50종목’ 전락 일쑤니프티 피프티 만큼 좋은 주식으로는 ‘과부와 고아주(Widows and Orphan Stocks)’가 있다. 과부와 고아들은 가장이 없어 안정적으로 소득을 얻는 게 중요하다. ‘과부와 고아주’는 과부와 고아들이 사도 좋을 만큼 안전하고 좋은 주식이라는 뜻으로 배당성향이 높은 주식이다. 굳이 사고 팔아서 매매차익을 남기지 않아도 꼬박꼬박 배당이 나와 먹고 살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이다.

이 종목은 시장점유율이 높아 경쟁사가 거의 없고 경기 영향을 타지 않는 전기·가스·에너지주가 대상이었다. AT&T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독점적 공공주(Utility stocks)도 경쟁사가 속속 진입하면서 더 이상 높은 배당과 높은 주가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은 니프티-피프티 주식은 단지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대형주로, ‘과부와 고아주’는 이들의 인기에 가린 중소형주 중심의 소외된 주식이라는 뜻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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