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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新사업의 숨은 함정 ④ 세상사 확실한 건 죽음과 세금뿐

Management - 新사업의 숨은 함정 ④ 세상사 확실한 건 죽음과 세금뿐

불확실한 사업 전망 부풀리기 일쑤 … 미사여구로 포장한 보고서도 문제



“고생한 흔적은 보이는데 좀 밋밋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해야 사장님도 확신을 갖지 않겠어?” 한성질 전무가 성질은 불 같아도 보는 눈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설득력이 좀 약하다 싶었는데 그걸 정확히 짚어내는 걸 보니 말이다. 자리에 돌아온 허무해 팀장은 팀원들을 불러 모은다. “전무님도 좋다고 하시니까 자료를 좀 더 찾아봐. 시장이 조만간 두 배로 커질 거라고 전에 신문에 난 적 있었잖아?”

신사업은 아이템 선정, 기획, 실행의 세 단계를 거친다. 신사업이 실제 수익 창출로 연결되는 데에는 특히 기획 단계가 중요하다. 기획이 허술하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선택해도 조직 내에서 소화를 못 할 수 있고, 또 실행 단계에서 갖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중국 고사성어에 흉유성죽(胸有成竹)이라는 말이 있다. 대나무를 그리기 전에 이미 마음 속에 완성된 대나무 그림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사업 기획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사업 구도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그려보고, 이 테두리에서 세부적인 사항들을 하나씩 구현해 가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장밋빛 일색 시티폰 사업 슬그머니 사라져신사업 기획단계에서 가장 흔한 오류는 ‘자기확증(Confirmation)’ 바이러스이다. 한마디로 지금 기획 중인 신사업 프로젝트와 ‘사랑’에 빠지는 바이러스를 뜻한다. 공(功)을 많이 들일수록 정(情)도 많이 간다.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자료 수집, 전략 도출, 보고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온갖 노력과 시간을 들이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해당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과신하게 된다.

결국 신사업 투자에 따른 이득은 과다 계상, 손실은 과소 계상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1990년대 후반 ‘삐삐’라 불린 무선 호출기의 뒤를 이어 요란스럽게 등장했지만 채 2년도 안돼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시티폰(발신전용 무선전화)’ 사업이 자기확증 바이러스로 인한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다.

타사 벤치마킹에서 특히 자기확증 경향이 두드러진다. 신사업 기획은 기본적으로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한다. 어떤 사업을 추진하지 말자고 기획안을 짜는 일은 매우 드물다. 사업추진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자기확증을 위해) 벤치마킹을 활용하므로 그 대상도 성공 케이스 일색이다. 남들도 성공했으니까 우리도 시작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복선이 깔리는 것이다.

신사업 기획에서 시장 전망에 많이 쓰이는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도 자기확증 바이러스를 조장한다. ‘회귀(回歸)’는 기본적으로 미래가 과거의 패턴대로 지속 성장할 거라는 순진한 기대에 다름 아니다. 신사업 분야일수록 시장 자체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대체 기술에 의해 시장이 한 순간에 소멸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성장 패턴이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이유는 없다. 회귀분석이 자기확증의 도구로 이용되면 예상 시장규모를 과대 평가한다든지 시장 개화시기를 실제보다 매우 앞당겨 예측하는 오류를 유발한다.

‘승자의 저주’를 부르는 무리한 인수합병(M&A)의 유혹에 왜 아직도 많은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휘말리는 것일까?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로 위기를 겪었다. 웅진과 STX는 M&A 후유증으로 법정관리 신세가 됐다. M&A는 양날의 검이다. 단시일 내에 규모가 커지고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이점이 있지만 통합에 따른 불협화음과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약점도 있다. 하지만 자기확증 바이러스에 빠지면 밝은 부분에만 집착해 스스로 불꽃을 향해 몸을 던진다.

자기확증은 종종 ‘성형중독(Surgiholic)’ 바이러스를 동반한다. 겉치레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전략 자체의 완결성보다는 허술한 내실을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하는데 과도한 에너지를 쏟아 붇는다. ‘지방 함량 10%’ 식품을 ‘90% 무(無)지방’이라고 적는 식이다.

각종 그래픽과 프리젠테이션 기법이 동원되는 것은 물론이다. 만약의 반대 의견까지도 완벽하게 수용하고 조직 내 컨센서스를 도출하려다 보니 보고와 수정을 한없이 반복한다. 그 결과 겉만 번지르르한 양질호피(羊質虎皮:거죽은 호랑이나 속은 양이라는 뜻) 보고서가 탄생하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이 전략수립의 종착점이어서는 안 된다. 신사업이 겨냥한 고객이 누구이고, 경쟁업체 대비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할 필요가 있다.

신사업 기획부서의 자기확증과 성형중독 경향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승인을 받는 것이 급선무이므로 낙관적인 기대와 눈에 확띄는 보고서 작성에 힘을 쏟게 마련이다. 경영진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이런 경향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신사업 담당 부서의 의견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이발사에게 머리를 깎아야 할지는 물어보나마나다.

내부관점(Inside view)에 외부관점(Outside view)를 반드시 접목시켜야 한다. ‘신뢰하되 검증(Trust but verify)’하라는 말이다. 두 개 이상의 부서에 동일한 전략 기획을 시킨다든지 피어리뷰(Peer review)를 의무화해서 수면 아래 잠긴 다양한 시각과 주장을 끌어낼 수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혹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활용하는 것도 참고할 만한 방법이다.

성공 가능성뿐 아니라 이면에 깔린 리스크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기업의 이사회에서 투자승인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프로젝트의 내부수익률(IRR)이다. 만약 IRR이 30%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당신은 승인하겠는가?

통상 20%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므로 당신도 선선히 승인할 공산이 크다. 이때 IRR 30%의 내막을 한번 더 따져보자. 만약 IRR이 50%일 확률이 반, 10%일 확률이 반이어서 그 평균값으로 30%가 나온 거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과연 50%의 확률로 실패 리스크(IRR 10%)를 감당할 것인지를.



이용사에게 머리 깎아야 할지 물어보나 마나무언가에 대해 확신이 들면 들수록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하물며 온갖 불확실성의 공간에 던져진 신사업의 운명을 어떻게 100% 확신할 수 있겠는가? 조지 오웰의 『1984』를 보면 ‘표정죄(Facecrime)’라는 말이 나온다.

빅브라더가 세상을 온전히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개인의 은밀한 공상과 사색을 금지하는 죄이다. 발각 때 사형이나 강제노동 25년형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표정죄’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이 자기확증과 성형중독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한번 더 고민해도 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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