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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INTERVENTIONISM - 올랑드의 나폴레옹 콤플렉스

Features INTERVENTIONISM - 올랑드의 나폴레옹 콤플렉스

최근까지 싸움을 기피하는 나라로 알려졌던 프랑스가 과거 식민지 등 외국의 전쟁에 적극 개입…팽창주의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일까?



어떤 세계 지도자가 요즘도 자유와 민주주의, 자국이 나아갈 길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군사력을 동원하려 할까? 힌트를 하나주자면 그는 자신이 사회주의자임을 거리낌 없이 밝히며 “치즈를 즐겨 먹고 항복을 일삼는 원숭이들(cheese-eating surrender monkeys, 미국인들이 프랑스인들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 사는 나라를 통치한다.

프랑스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유엔의 5개 상임이사국 중 간섭주의적인 경향이 가장 두드러진 나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올랑드는 해외에서의 모험에 푹 빠졌다. 중도우파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전을 앞두고 미국을 강력히 지지함으로써 싸움을 기피하는 나라라는 프랑스의 오랜 이미지를 거의 다 지웠다. 사르코지의 후임자인 올랑드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전의 프랑스 식민지 등에 군사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내의 올랑드 반대파(그 수가 많다)는 그가 프랑스의 경기침체에 쏠리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고 비난한다. 그를 프랑스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올랑드는 해외의 모험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구원해 주지 못하며 그런 모험 중 일부는 국내에서 매우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새롭게 시작된 프랑스의 간섭주의와 북아프리카 및 중동에 병력을 배치하고자 하는 의욕은 요즘 미국의 새로운 분위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은 이미 개입한 외국의 전쟁에서 발을 뺄 방법을 모색 중이며 새로운 전쟁에 개입하기를 꺼린다. 무인기를 중심으로 안전하게 거리를 두고 펼치는 테러리스트 공격은 예외다.

하지만 프랑스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2010년 시작된 ‘아랍의 봄’ 사태는 미국보다 프랑스에서 훨씬 더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다고 제라르 아로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말했다. 지역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프랑스에는 많은 아랍인(대다수가 북아프리카 출신)이 산다. “과거에 프랑스는 세계적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체로 미국에 기댔다”고 아로는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선뜻 나서려 들지 않는다.”

2011년 사르코지와 영국의 지도자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리비아 사태의 개입을 촉구했다. 프랑스 조종사들은 리비아 반군이 폭군 무아마르 카다피를 누르고 승리하는 데 큰 힘이 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공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리비아 시민사회가 붕괴하고 폭력과 혼란이 계속되자 오바마의 측근들은 해외의 군사 개입을 피하는 게 좋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러나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지난 8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사용으로 오바마가 설정한 ‘레드 라인’을 넘자 오바마는 즉시 시리아에 군사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바꿔 의회에 군사행동의 승인을 요청하기로 결정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역시 이보다 앞서 의회에 시리아 무력제재안의 승인을 요청했지만 부결됐다.

하지만 올랑드는 그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탓에 지지도가 20%를 맴도는 데다 프랑스인 3분의 2 이상이 시리아 군사개입에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의회의 동의 없이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자산과 조종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랫동안 미국에 시리아 반군 지원 강화를 촉구해온 프랑스로서는 시리아 군사공격에 합류해 달라는 오바마의 요청을 저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오바마가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올랑드는 화가 났다. 또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나중에 시리아가 화학무기 보유 사실을 시인하고 유엔이 화학무기를 폐기하기로 결정했을 때 프랑스 관리들은 그 막후협상을 다른 어떤 강대국의 관리들보다 더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지난주 미 국가안보국(NSA)이 뉴욕과 워싱턴 등지에 있는 프랑스 시민과 관리들의 전화를 도청해 왔다는 사실이 폭로되자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존 케리 미국무장관이 파리를 방문해 “프랑스는 미국의 가장 오랜 동맹국 중 하나”라는 사실을 상기시켰고, 올랑드 대통령은 미국과의 정보 협조는 계속된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일은 언제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를 프랑스의 반미 정서를 일깨운 듯하다.

프랑스는 미국의 지원 없이 시리아에 단독으로 군사개입을 할 준비가 아직은 안 됐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기꺼이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 지난 10월 15일 올랑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의 위기와 관련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치적 비상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이콥 주마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CAR의 안정을 위해 그곳의 프랑스 주둔군을 즉시 증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45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는 정도로 병력 증강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CAR의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프랑스군이 이끄는 평화유지군(대다수가 아프리카 출신으로 구성)의 증강을 촉구하고 있다.

CAR을 폭력이 난무하는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내전은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간에 불화를 키웠다. 내전은 알카에다의 세력이 확장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프랑스는 과거에 식민지였던 이 나라의 안정을 위해 서방을 위협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의 세력 확장을 막고 싶어한다.

프랑스 프리깃함 슈발리에 폴호. 지난 8월 말 프랑스군은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할 경우 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돼 있었다.
올해 초 프랑스는 또 다른 과거의 식민지 말리에서 거의 단독으로 알카에다의 위협을 중지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올랑드는 말리의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올랑드의 선언에는 험난한 지형에서 놀라울 정도로 쉽게 이룩한 승리와 성공적인 군사작전을 자축하는 의미가 담겼다.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이라크전 개시 이후 두 달만에 ‘임무완수(Mission Accomplished)’를 선언해 성급하다는 비난을 받았던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지난해 소수민족인 투아레그족이 주류를 이루는 말리 북부의 반군이 영향력이 막강한 알카에다 연계 세력과 함께 수도 바마코로 진격했다. 허약한 말리 정부가 전복될 위기였다. 올 1월 올랑드는 프랑스 최정예 병력 4000명을 말리에 파견해 반군을 진압했다.

지난 8월 프랑스군이 말리에서 철수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남부 지방 주민들과 북부 토착민 투아레그족 사이의 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온 이슬람 전사들은 대패했다. 패배한 알카에다 전사 중 일부는 프랑스군이 철수하면 말리 남부로 돌아갈 요량으로 산속으로 숨었다.

하지만 올랑드는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8월 대체로 공정하게 보인 선거를 통해 취임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은 이웃 나라 차드에 장기 주둔한 950명의 프랑스군에 의지할 수 있다. 차드 주둔 프랑스군은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하며 역내 어디라도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아로가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서방 전체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은 워싱턴의 매파 글로벌리스트(세계적 관여주의자)들 사이에서는 프랑스를 부러워하는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진다. 존 볼튼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프랑스는 여전히 과거의 식민지에 개입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사실을 오바마에게 일깨워 준다면 그는 분명히 이 일에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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