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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LIFE STYLE - 밀레니엄 세대의 마녀 사랑

FEATURES LIFE STYLE - 밀레니엄 세대의 마녀 사랑

미국 역사상 가장 비종교적인 세대… 허무주의에 싫증난 이들이 점성술부터 보름달 의식까지 다양한 초자연적 체험에 나서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 젊은이 중 상당수가 존재론적 불안을 해소하는 초자연적 수단으로 점성술과 타로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타로 카드 점은 모양이 제각각인 눈송이처럼 매번 다른 괘가 나온다.” 샌프란시스코베이 에어리어에서 타로 점을 치는 알리스 오스본(28)이 전화로 내 카드 점괘를 읽어주기 전에 말했다. 오스본은 일요일과 목요일엔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의 인기 빈티지 스토어에서, 월요일엔 인터넷 검색엔진 ‘애스크지브스’의 설립자가 소유한 오클랜드의 카페에서 타로 점을 친다.

그리고 주말엔 블루밍데일스 백화점 같은 곳에서 좀 더 큰 타로 점 행사를 연다. 그 날은 그녀가 점 치는 일을 쉬는 수요일이었지만 기꺼이 내게 시간을 내줬다. 비록 점괘를 읽어주다 말고 아기 돌보는 일을 하러 갈 시간이 돼서 전화를 끊어야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나중에 시간을 내서 마저 봐 주겠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나를 안심시켰다. 평화를 상징하는 에모지(일본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쓰이는 이모티콘)와 함께.

오스본은 나중에 휴대전화로 내 타로 점괘 사진을 보내 줬다. 운세가 “꽤 좋은 편”이라고 했다. 다행이다. 그녀는 내 몸 속에 운동 에너지가 흐른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그런 말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여유 있는 태도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최신식 점술가들이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요즘 한창 경제적 지위가 상승 중인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는 자기중심적이며 소위 ‘특별한 눈송이(special snowflake)’ 증후군(자신이 매우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증상)에 걸렸다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18~30세의 미국 젊은이 중에 초자연적 의식에 끌리는 사람이 점점 더 늘어가는 이유가 그 때문만은 아니다. 똑똑하고 아는 게 많으며 대체로 냉소적인 이들은 점성술의 탄생천궁도부터 타로, 교령회(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혼령과 교류를 시도하는 모임), 보름달 의식까지 다양한 주술과 의식의 체험에 나선다.

지난 10월 초 ‘초자연학 회의(Occult Humanities Conference)’를 조직한 뉴욕대 미술학 교수 제시 브랜스포드는 “우리는 초자연주의 부활의 한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자연 현상에 대한 관심 증가가 경기침체 이후의 불안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마술은 늘 권리를 박탈 당한 사람들을 위한 테크닉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자신에게 허용된 수단이 별로 없다고 느낄 때 동원하게 되는 기술이 마술이다.”

초자연적 의식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들은 검은색 립스틱을 바르고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마녀들이 서로에게 마법을 거는 모습을 지켜볼 뿐 아니라 직접 마법을 실험하기도 한다. 뉴스위크가 미국 각지에서 만난 밀레니엄 세대 젊은이들은 존재론적 불안을 해소하는 초자연적 수단으로 점성술과 타로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명 점성술가 수전 밀러는 “점성술은 탄탄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심령적인 요소를 다루기보다는 학자금 대출에 대한 조언 등을 위주로 하며 자신의 작업은 “마술적”이 아니라 “수학적”이라고 말한다. 실용적인 심령술을 특징으로 하는 밀러의 웹사이트는 매달 순방문자 수가 600만 명에 이르며 그 중 73%가 대학 이상의 학력 소지자다.

밀레니엄 세대는 역사상 가장 비종교적인 세대다. 2012년 퓨 리서치의 한 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의 미국 성인 중 3분의1은 특정 신앙과 연관이 없다. 또 2001년의 한 갤럽조사에서는 1990년대에 심령과 초자연 현상(특히 심령치료와 텔레파시)에 대한 미국인의 믿음이 현저하게 증가했으며 그 이후 줄곧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20대 젊은이 중 일부는 초자연주의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특정 종교와 상관없이 ‘세계가 자신보다 더 오래됐으며 더 크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는 자기탐구의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뉴욕 브루클린으로 이사한 힐러리 폴락(27)은 이렇게 말했다. “종교가 있다고 시인하는 건 쑥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내 또래의 많은 젊은이가 허무주의에 넌더리가 났다. 영성(spirituality)은 그보다 훨씬 더 멋지다.”

필라델피아의 디지털 문서보관 전문가 앨리슨 쇼메(23)는 “타로는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 마음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타로 점술가로 일하는 마사 윈덜(30)은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언제나 타로와 점성술에 의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타로 점술가로 나섰다. “타로와 점성술은 에너지가 고갈됐을 때 눈앞에 나타난 미개발 자원처럼 반갑고 든든한 존재”라고 그녀는 말했다. 윈덜의 사업은 꽤 잘 된다. 예약제로 개인 면담에 응하고 때때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큰 행사장에서 타로 점을 친다. 최근에는 뉴욕 예술도서전에서 하루에 무려 40명의 타로 점을 연달아 봐 주기도 했다.

초자연학 회의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초자연주의의 부활은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지만 주류 사회에서는 대체로 무시당했다. 그러나 이번엔 주류 사회까지 파고든 듯하다. 마녀를 주제로 한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그 증거다. 올해 들어 ‘위치스 오브 이스트 엔드(Witches of East End)’ ‘뷰티풀 크리처스(Beautiful Creatures)’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American Horror Story: Coven)’ 등 마녀를 주제로 한 작품이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심지어 패션쇼에서도 마녀가 인기다. 뉴욕타임스는 요즘 패션계에서 신기하게도 “마녀가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비주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빈티지 스토어 ‘페인티드 버드’(최근 여성잡지 엘르에서 미국 최고의 빈티지 스토어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에서 1970년대에 나온 이브 생 로랑의 블레이저를 사면서 타로 점을 볼 수 있다. 소매 유통 체인 어번 아웃피터스의 웹사이트에서 파는 14달러짜리 기도 양초는 인기가 매우 높아 한 달 전에 미리 주문을 해야 살 수 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디자이너 테레사 프라이드모어는 타로 카드를 이용해 고객들이 사업 브랜드 이미지를 구상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녀는 포틀랜드의 대표적인 건축물과 괴짜 현지인들의 이미지를 이용해 디지털 콜라주 방식으로 타로 카드 세트를 제작했다. 그리고 소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의 도움을 받아 이 카드를 출판·판매할 계획이다. 회원들이 이미지를 ‘핀(pin, 게시)’하고 공유하는 콘텐트 공유 서비스 핀터레스트에도 신비한 이미지들이 넘쳐난다.

“속이 비치는 얇은 천의 긴 드레스를 입고 교령회를 여는 예쁜 소녀들”의 사진 등이 대표적이라고 오클랜드의 조슬린 존(23)이 말했다. 심령술 점괘판의 안전한 사용법과 “몸의 균형과 정화를 위한 허브”를 소개하는 텀블러 커뮤니티 ‘텀블러 코븐(Coven, ‘마녀들의 집회’라는 뜻)’의 게시물에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린다.

브루클린의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한 25세 여성은 요즘 친구들이 모두 보름달 의식에 가고 싶어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녀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마녀를 동경하는 브루클린 여성들은 금요일 밤이면 ‘문 처치(Moon Church, “마녀의 원형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여성들의 모임”으로 올해 초 설립됐다)’에서 주최하는 마술 워크숍에 참석한다.

이들은 또 2012년 섬뜩한 주제의 행사 주최를 목적으로 모인 “마녀” 예술가들의 집회 ‘위치스 오브 부시윅(Witches of Bushwick)’ 회원들과 함께 춤을 춘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달이 차오르고 기우는 신비한 힘을 이용한 마법을 전수한다”고 소개된 ‘위치스 컴퍼스(The Witches Compass)’의 웹사이트를 자주 방문한다.

알음알음으로 모이는 교령회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젊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레이철 래빗 화이트는 최근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열리는 교령회에 참석했다. “깜찍한 드레스를 맵시 있게 차려 입고 커다란 안경을 쓴, 주류에서 살짝 벗어난 듯 보이는” 젊은 여성 몇몇이 함께 참석했다. “기분 좋은 밤이었다”고 화이트는 말했다. “참가자들의 조상들이 인간관계와 피부관리에 관한 조언을 해 줬다.”

여성과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성 정체성을 탐구 중인 사람)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초자연주의에 특히 끌린다고 문 처치의 설립자 린지 해링턴(22)이 말했다. 초자연주의는 가부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 처치는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보름달 의식과 행위예술 행사, 약초요법과 아로마 테라피, 마술 워크숍 등을 연다.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한 어떤 모임에도 속하고 싶지 않다”고 해링턴은 말했다.

역사적으로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던 여성 다수가 단순히 자격을 공인 받지 못한 치료사나 조산사였다. 요즘은 교회가 여성들을 화형에 처하지 않지만 여성은 여전히 남성의 통제를 받는다. 로스앤젤레스의 프리랜서 편집인 레베카 가운스(25)는 자신처럼 동성애자인 여성들이 초자연주의에 끌린다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서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자신들을 깔보는 투로 말하는 신부나 목사들을 상대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들보다는 점성술가나 심령술사가 더 믿을 만하며 일방적인 판단을 내리지도 않기 때문에 친구가 되기 더 쉽다.

뉴스위크가 인터뷰한 20대 젊은이 중 다수가 특정 주의를 신봉하기보다는 다양한 초자연적 의식을 체험해 보는 쪽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점성술의 좋은 점은 믿거나 말거나 별부담이 없다는 점”이라고 가운스는 말했다. “점괘는 그 날 하루를 살아갈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대충 훑어보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다.” 화이트는 구글에서 다양한 의식의 지침을 찾아본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달걀을 이용한 영혼 정화법”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The Goddess Within – a Pagan Place for Women’ 같은 사이트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고 했다.

“이들은 종교·회사·돈 등에 환멸을 느끼고 더 큰 의미를 찾아나선 사람들이다.” 초자연학 회의의 공동 설립자로 마술과 역사를 가르치는 파멜라 그로스먼이 말했다. “이제 그들은 예전에 좀처럼 접할 수 없었던 오래된 의식들에 아주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초자연적 의식을 별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건강식품점에서 스무디를 주문할 때 25센트짜리 비타민 파우더를 추가하는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가운스는 말했다. “그것이 실제로 효과가 있든 없든 자기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또 개중에는 이런 의식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재미 삼아 초자연적 의식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 중 진실된 마음으로 거기에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하다”고 폴락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 대다수가 전에 함께 구매한 치료용 수정을 버렸다고 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가 초자연주의에 이끌리는 이유는 일상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인 듯하다. 생활에 서사시적 분위기를 끌어들이면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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