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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EGULATION - 티끌 모아 부자 되기?

DEREGULATION - 티끌 모아 부자 되기?

전력회사·가스회사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한 푼씩 더 거둬들여 규제완화 같은 약간의 정부 도움만 있으면 가능해



미국에서 부자가 되는 아주 성공적인 새로운 방법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새로 돈을 주워담는 사람들 외에는 거의 아무도 모른다. 이 기법의 장점은 거의 자본이 필요하지 않으며, 아무런 위험이 없고, 큰 돈을 벌기 위해 여러 해 동안 애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더 나은 제품을 발명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쉽게 수십억 달러를 버는 방법을 왜 거의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들 새 재산이 한 번에 1센트(약 10원)씩 때로는 그보다 더 적게 모이기 때문이다. 1센트는 하찮아 보인다. 실제로 너무 하찮아 미국 조폐국이 1센트짜리 동전을 만드는 데만 2.14센트의 비용이 든다(5센트 주화는 개당 11센트 이상이 든다). 그러나 모든 미국인으로부터 하루에 1센트씩 거둘 수 있다면 연말에는 11억 달러가 넘는 큰 돈이 쌓이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조금만 정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돈을 내도록 하거나 그런 비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법규를 폐지하는 식이다. 규제완화(deregulation)로도 알려진 전술이다. 전기요금에 감춰진 불과 0.6센트의 요금을 살펴보자. 워싱턴 DC, 그리고 메릴랜드 북부로부터 뉴저지 그리고 서쪽으로 일리노이주 일부까지 13개 주에 거주하는 미국인 6100만 명이 그 요금을 부담한다.

한 달에 1000kwh 가량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는 하루 20센트의 추가 요금을 부담한다. 전체 청구서에 숨겨진 설비 부담금이다. 모두 합산하면 1년에 72달러가 된다. 이 감춰진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들이 내는 총액은 39억 달러에 달한다. 뉴스레터 RTOinsider.com이 덜 알려진 전력시장 규제당국 PJM의 기록을 토대로 계산한 액수다.

누가 왜 이 돈을 챙겼을까? 그 돈은 투자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발전소를 충분히 세워 무더운 여름날 사람들이 계속 에어컨을 돌려도 될 만큼 많은 전력을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운 날에는 종종 전력요금이 다락같이 오른다. 하지만 설비부담금은 그런 날에 사용되는 전력 요금이 아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예비용으로 발전시설을 준비해 두기 위해서다. 이들 발전소 중 일부는 개조된 제트 엔진이다. 건물 지붕에 설치해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다.

고객이 핑크색 캐딜락이나 오렌지색 기아자동차를 원할 경우에 대비해 자동차 딜러가 모든 색상의 자동차를 구비해 두도록 하면서, 그 비용으로 표시나지 않게 요금을 부과하도록 정부가 법으로 정해두는 격이다.

또 다른 기법은 요금 청구비용을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방법이다. 스페인 에너지 업체 이베르드롤라는 미국의 대형 전력업체를 여럿 소유한다. 소매 고객들에게 청구서 제작 비용으로 한 달에 47센트를 물린다. 거기에 1센트의 세금이 붙는다. “한 세기 동안 전력요금 청구는 투명했으며 사무실 운영, 청구서 제작 등의 비용은 따로 계산되지 않았다.” 전국소비자법 센터의 찰리 하라크가 말했다. “청구서 제작비용을 추가할 수 있다는 발상은 터무니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케이블과 휴대전화 회사들도 그런 비용을 요금에 포함시킨다. “그들은 로비스트와 변호사를 고용해 법과 규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꾼 뒤 그 비용을 추가지출로 소비자에게 떠넘긴다.” 뉴욕에서 공공전력법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제럴드 노들랜더가 말했다.

월스트리트도 거기에 한 몫 한다. 오하이오주에선 아메리칸 일렉트릭 산하 오하이오 전력회사의 고객들은 달러 당 0.1센트씩 추가 지불한다. 2억6700만 달러 규모의 채권을 구입한 투자자들에 대한 이자 지급을 위해서다. 과거 비용의 두 배다. 그 자체가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 시대의 유물이다. 당시에는 투자자들에 대한 이자지급 기록이 자동화되지 않았다.

과거에 추가로 지불한 0.05센트는 월스트리트에선 5BP(basis points)로 불린다. 그것만 해도 오하이오 전력의 고객 1인당 1달러 안팎의 부담이 된다. 세이버 파트너스 보고서의 통계다.

정통한 감시기구가 없으면 추가 요금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지 모른다. 그 채권 거래를 분석한 세이버 CEO 조셉 S 피체라의 지적이다. 그는 고객들에게 280만 달러가 과다 청구됐다고 추산했다.

“시청 재무국장이 사무실 커튼 구입비로 2만5000달러를 쓴다면 분명 신문 1면 뉴스감”이라고 피체라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그가 1000만 달러 규모의 채권발행에 대한 이자로 25BP를 더 지급할 경우에도 2만5000달러가 되지만 신문에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그리고 커튼과는 달리 채권 만기가 될 때까지 매년 그 2만5000달러가 지급된다.”

현재 미국에서 3조7000억 달러 규모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따라서 이자가 5BP 더 높다고 하면 100달러 당 5센트의 추가 부담이 된다. 그 정도만 해도 매년 납세자의 주머니에서 19억 달러 안팎이 더 빠져나가 채권 투자자들에게 지급된다. 회사채의 총액은 그 3배에 가까운 규모다. 따라서 0.05센트라도 모두 합하면 얼마나 큰 돈이 될지 알 수 있다.

석유·가스 파이프라인 업계가 모든 미국인으로부터 추가로 거둬들이는 돈은 내 계산으로는 하루 3센트다. 모두 합치면 1년에 34억 달러 안팎이 된다. 미국인들은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거나 물을 끓이려고 레인지를 켤 때마다 이 비용을 지불한다.

파이프라인 규제당국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라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다. 그 기관의 운영자금은 세금이 아니라 규제받는 기업들이 내는 수수료에서 조달한다. 2007년 위원회는 파이프라인 회사들이 고객들에게 부과하는 요금에 법인소득세를 포함시키도록 승인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익에 35%의 연방세를 물리는 대신 위원회는 기업들이 이른바 54%의 ‘공제 전’ 세금을 기준으로 소비자들에게 요금을 부과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1987년 이후부터 파이프라인 회사들은 법인이 아니라 매스터스 합자회사로 구성되는 한 법인소득세 납부를 면제받는다. 고객이 의무적으로 납부하는 세금이 전혀 국고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는 누군가 소송을 제기할 만한 문제인 듯하다. 워싱턴 DC 항소법원에서 3명의 연방판사가 이 문제를 다뤘다.

보수파 판사 데이비드 B 센텔은 이렇게 썼다. “석유·가스 공급비용 책정에 세금이 고려된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법원은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동전을 수십 억 달러로 키워 남 주기 위한 요금청구는 분명 늘어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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