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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GADGET LUST - 완벽주의자를 위한 커피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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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고 맛도 좋아 커피와 첨단기술 마니아들에게 인기



커피는 어떤 사람에게는 필수품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기호품이다. 에어로프레스(Aeropress, 커피 핸드드립 도구)는 애용자들에게 필수 기호품인 듯하다.

에어로프레스는 2006년께 등장했다. 커피와 첨단기술 마니아들에게 최고의 카페인 공급원이었다. 외골수 마니아(geeks) 항목에서 두 몫을 하는 일종의 양수겸장 품목이다. 커피 추출 혁신기술 전문의 동영상·블로그 그리고 세계 에어로프레스 선수권 대회도 있다.

언제 물을 담고 압착하고 따를지 알려주는 그만의 공식 앱도 있다. TV 과학 프로그램 호기심해결사(MythBusters) 제작자들도 에어로프레스의 탁월함을 인정한다. 알 만한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지만 나는 이른바 그 커피의 백미를 마셔보기는커녕 본 적도 없다. 과연 소문만큼 굉장할까?

미국 발명가이자 스탠퍼드대 엔지니어인 앨런 애들러가 에어로프레스를 발명했다. 1년 남짓 실험기간을 거쳤다. 그는 과거 에어로비 프로 플라잉 링(Aerobie Pro Flying Ring) 등을 발명했다. 프리스비(던지기 놀이용 플라스틱 원반)의 사촌 격인 이 원반은 장거리 던지기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집에서 끓인 커피 맛에 만족하지 못했던 애들러는 새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변수를 알아냈다. 시간, 온도, 커피 분쇄도 그리고 그리트(grit, 필터로 걸러지지 않은 커피 가루)다. 그런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기계의 발명에 착수했다.

에어로프레스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딱딱한 플라스틱 실린더의 한쪽 끝에 돌려서 부착하는 필터 캡, 그리고 고무마개가 달린 피스톤(plunger)이 있다. 기본 세트에는 젓개(stirrer), 주걱, 1년치 종이 필터도 포함된다. 커피 가루를 실린더에 넣는 깔때기도 있지만 커피 중독으로 수전증 증상이 심하지만 않다면 꼭 필요하지는 않다.

의심을 밑에 잔뜩 깔고 처음으로 에어로프레스 커피를 만들어봤다. 복잡한 지시사항을 조심스럽게 따라 했다. 물이 끓을 동안 필터를 적셔 캡 안에 놓고 그것을 실린더 밑에 돌려서 연결했다. ‘홀푸즈 셀리브레이션 블렌드(소심한 취향임은 나도 안다. 하지만 그 살구와 사탕수수 농축액 토피 향이 밴 제품을 좋아한다)’ 두 스푼을 실린더 안에 넣었다. 그뒤 막 끓인 물을 커피 컵에 따랐다.

거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컵을 데우고 또한 물 온도를 지정된 85℃까지 낮추는 효과를 낸다. 그뒤 컵에 담긴 물을 커피 가루 위에 부은 뒤 완전히 용해되도록 저었다. 그 다음 그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BPA) 없는 실린더에 남은 물을 채우고 피스톤을 삽입했다. 그 다음 빈 컵 위에 올려놓고 아주 부드럽게 눌렀다. 피스톤이 압축된 커피 덩어리에 가까워질수록 듣기 좋은 슛 소리를 내며 공기가 빠져나갔다. 이제 몇 초만 지나면 커피가 완성될 참이었다.

압착이 끝나자 컵에 진한 에스프레소 스타일의 액체가 가득 채워졌다(진짜 에스프레소는 증기로 만들어진다). 첫 맛은 나의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취향에는 너무 강했다. 하지만 순수한 커피 맛은 어떤 고급 에스프레소에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물을 좀 더 부어 아메리카노 스타일 커피를 만들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을 홀짝였다. 완벽한가?

제법 괜찮았다. 그러나 세 컵을 마실 무렵 일단 감이 잡히기 시작하자 아주 훌륭한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존의 드립 커피 메이커만큼 뜨겁지 않은 물로 더 짧은 시간에 추출하면 신 맛이 약해진다. 따라서 내 경우엔 한 시간 뒤 속쓰림으로 책상 위에 몸을 웅크리는 시간이 줄어든다(실상 사라졌다).

나는 일반 드립 커피를 마실 때는 그런 일을 곧잘 겪는다. 습관적으로 라테를 즐겨 마시는 나는 에어로프레스 커피를 만들때는 평소 사용하던 우유의 절반으로도 충분했다. 커피 맛이 대단히 부드러워 우유로 억센 맛을 중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차례의 실험에서 단 한 가지 실수가 있었다. 주전자의 끓는 물을 곧바로 부은 것이다. 물 온도가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다니 믿어지지 않았지만 내 오산이었다. 물 온도가 너무 높으면 커피 맛이 쓰고 아주 거칠어져 마시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 기기와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의 유사성이 눈에 띄게 드러난다. 그러나 물과 커피가 섞일 시간이 적기 때문에 프렌치프레스만큼 기름기와 쓴 맛이 없다. 그리고 내 컵에선 커피 찌꺼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에어로프레스의 공식 테스트 단계를 마친 뒤 곧바로 내 편한 방식대로 하기 시작했다. 온도를 맞추지도, 물의 양을 정확히 재지도 않았다. 때로는 새로 볶은 커피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다른 게으른 보통 사람들처럼 커피를 만들고 싶었다. 그 결과 맛이 일관되지 않고 들쭉날쭉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드럽고 마시기에 편했다.

설겆이는 간단하다. 녹색운동가들은 필터를 5~6번 재사용한다. 나는 그냥 필터를 고정시키는 캡을 열어 피스톤으로 압착된 커피 덩어리를 긁어내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피스톤을 물에 헹구기만 하면 끝이다. 주전자 물을 끓인 뒤 커피 덩어리를 긁어내 버리기까지 전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커피 메이커를 이용할 때보다 적게 들었다.

에어로프레스는 완벽주의자(controlfreaks), 과학자, 실험가에게 안성맞춤의 선물이다. 사장이 너무 인색해 번듯한 커피를 구입하지 않는 사무실, 큰 포트에 커피를 끓이기에는 낭비가 큰 나홀로 프리랜서에게 이상적이다. 그리고 생존주의자와 종말론자들은 주목하라. 전기가 필요 없다(물을 끓일 불만 피우면 된다!). 따라서 휴거가 일어나기 전에 간단히 커피 한 컵을 마실때 제격이다.

나는 요즘 다른 사람들이 와인 품종을 따지듯 커피 콩 품종을 고르게 됐다. 캐러멜 맛, 구운 마시맬로 향, 훈제의 흔적, 다크 초콜릿 등의 용어가 홀푸즈 직원들이 작성한 과장된 카피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에어로프레스의 커피 추출 방식은 내가 사용했던 여느 커피 메이커와는 달리 커피를 노래 부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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