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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etic industry - 중견 화장품 업체 ‘응답하라 1990’s’

cosmetic industry - 중견 화장품 업체 ‘응답하라 1990’s’

저가의 로드숍 화장품에 밀린 중견 화장품 업계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과 제조업자설계생산(ODM), 그리고 홈쇼핑 상품 개발 등으로 살길을 찾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생산물류기지인 경기도 오산뷰티사업장. 기존에는 거의 모든 화장품 회사가 생산부터 판매까지 관할했지만 로드숍이 등장하면서 화장품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서울 명동의 미샤 화장품 매장. ‘보라색 앰플’로 불리는 에센스 ‘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이 상점 앞쪽에 진열돼있다. 지난 1월, 출시 1년 만에 100만 개 판매를 돌파한 미샤의 인기 제품이다. 제품 용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제조원 한불화장품’이라고 써 있다.

대한화장품협회의 ‘코스메틱 리포트’가 ‘WWD Report(2013)’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미샤의 에이블씨앤씨(56위)는 아모레퍼시픽(17위), LG생활건강(28위)과 함께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의 라이온(61위), 미국의 버츠비(82위), 프랑스의 꼬달리(97위)보다 매출이 많다. 생산 시설 하나 없는 에이블씨앤씨가 가격과 유통 혁신으로 화장품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90년대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한국화장품·한불화장품·코리아나 등이 주름잡았다. 당시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한곳에서 파는 화장품 전문매장을 중심으로 유통이 이뤄졌다. 한불화장품은 센세이션·상제리에·에스까다 등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화장품은 1962년 설립돼 한국의 화장품산업 역사와 함께한 회사다. 1990년 고급화장품 ‘쥬단학 베아떼(당시 1만~1만5000원)’를 개발하기도 했다. 코리아나는 한때 매출액 3000억원을 넘는 국내 3대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중저가 화장품 로드숍이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가 바뀌었다. 로드숍은 주로 길거리에 자신의 브랜드를 내건 단독 매장이다. 미샤가 2002년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 처음 매장을 열면서 그 포문을 열었다. 미샤는 당시 ‘믿어지니? 250가지 화장품이 3300원’이라는 문구로 인기를 끌었다. 뒤이어 더 페이스 샵·스킨푸드·에뛰드하우스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스킨푸드를 이끌고 있는 조윤호 대표는 조중민 피어리스 전 회장의 장남이다. 키움증권은 한 브랜드만 파는 로드숍 시장의 올해 매출을 2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새로운 시장에 각기 다른 방법으로 대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브랜드 에뛰드와 이니스프리의 브랜드 디자인과 제품 구성 등을 재정 비해 2005년 에뛰드하우스와 이니스프리 로드숍을 열었다. LG생활건강은 2010년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하던 더 페이스샵을 인수했다.

중견 업체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생존 전략을 짜야 했다. 한불화장품은 2006년 시장 트렌드에 맞춰 로드숍 브랜드 ‘잇츠 스킨’을 만들었다. 한불화장품 임병철 대표와 한불화장품·한불보떼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잇츠 스킨은 2011년 13억원 적자를 봤지만 지난해는 2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국화장품은 2010년 ‘더 샘’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자회사 더샘인터내셔날이 운영한다. 뒤늦게 로드숍에 뛰어든 만큼 중저가가 아닌 ‘고가의 로드숍 브랜드’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더 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6억원 적자다.

중견 화장품 업체는 틈새시장에서 살길을 찾았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과 제조업자설계생산(ODM)이다. OEM과 ODM 업체는 90년대 생겼지만 본격적인 수요가 생긴 것은 미샤를 비롯해 유통과 마케팅에 주력하는 로드숍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생산 설비가 없는 로드숍 브랜드들은 OEM과 ODM회사가 필요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외에 아이피어리스(스킨푸드 자회사)·에버코스·제니코스 등 업체도 늘었다.

한국화장품을 만들던 한국화장품제조는 2010년 판매를 전담할 ‘한국화장품’을 분리한 뒤 제조 전문회사로 탈바꿈했다. 한불화장품은 약 3년 전부터 OEM과 ODM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판매원 ‘한불보떼’를 분리시키고 OEM과 ODM 전문 회사로 듭났다. 코리아나는 지난해부터 중국 현지 공장에서 화장품 회사들을 상대로 OEM과 ODM 사업을 한다. 현지 유통 업체가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해준다는 방침이다.

많은 중견 화장품 업체가 OEM에 주력하는 이유는 기술력과 설비다. 수십 년 쌓은 기술력으로 주문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미 공장과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신규 투자 없이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화장품협회 장준기 상무는 “공장과 생산설비를 멈추지 않고 가동하면 간접비 등을 줄일 수 있으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마땅히 없어 그 설비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OEM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을 분리하는 이유에 대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이 있으면 다른 회사가 제품 생산을 위탁하지 않는다”고 장 상무는 말했다. 자체 브랜드를 생산하는 회사에 위탁 생산을 하면 관련 기술이나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OEM뿐만 아니라 홈쇼핑 같은 새로운 판로도 개척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올해 3월 뷰티 디렉터 피현정과 협업한 ‘피현정 에디션’을 출시해 TV 홈쇼핑에 선보였다. 피현정 에디션 비타민CC크림은 올 여름 GS홈쇼핑 첫 판매 방송에서 51분만에 7575개 세트를 ‘완판’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코리아나는 가수 서인영과 함께 개발한 ‘엣지핏’을 지난해 말부터 TV 홈쇼핑 등에서 판매한다. 엣지핏 첫 제품 ‘매직컬러쇼케이스’은 홈쇼핑 방송에서 연속 5번 매진됐다.

두 번째로 출시한 ‘하트필러크림’은 첫 홈쇼핑 방송에서 4500개 전량이 다 팔렸다. 한불화장품은 ‘달팽이크림’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네이처 달팽이 크림’은 1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인기를끌었다. ‘ICS’ 스네일 인텐시브크림, ‘비타스토리 스네일 BB크림’ 같은 특화된 제품도 내 회사 이름을 바꿔 새로운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회사도 있다.

나드리화장품은 1978년 한국야쿠르트가 설립했다. 처음에는 야쿠르트화장품이라는 사명을 썼지만 1990년 나드리화장품으로 바꿨다. ‘이노센스’ ‘메소니에’ ‘헤르본’ 등의 다양한 브랜드로 한때 연매출 1000억원을 올렸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사로 있던 나드리화장품은 이후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지난 6월, 16개월만에 기업회생절차를 마쳤다. 이후 사명을 이노센스로 바꾸는 등 재기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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