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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책도둑은 이제 바늘도둑 아닌 소도둑”

Money Tech - “책도둑은 이제 바늘도둑 아닌 소도둑”

김홍일 IBK자산운용 부사장 … 특허권 많은 중소·중견기업 펀드 유망
김홍일 IBK자산운용 부사장.



홀쭉해진 펀드시장 탓에 자산운용 업계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지속적인 운용이 가능한 개인 자금은 자산운용사의 놓칠 수 없는 핵심 수익원이다. 자산운용 업계는 ‘아이디어’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IBK자산운용의 ‘특허보유기업 펀드’다. 핵심 특허를 보유한 중견·중소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12월 3일 만난 김홍일(47) IBK자산운용 부사장은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중심이 넘어가는 산업 패러다임에 맞춘 상품”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은행 출신인 김 부사장은 국제금융부와 싱가포르지점을 거친 후 홍콩 ABN암로와 리먼브러더스·노무라증권에서 일했다. 2011년 한국에 돌아와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의 초대 대표를 맡으면서 운용업에 발을 디뎠다. 당시 특허권을 기업에서 사들이는 펀드를 운용하는 등 지적재산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올해 8월 IBK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12월 2일 ‘IBK 신성장 특허보유기업 펀드’를 내놨다.

최근 출시한 ‘특허펀드’가 이색적이다.

“당장의 펀드 수익도 고려했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라는 긴 시각을 반영했다. 애플의 아이폰은 사실상 중국에서 만든다. 그런데 680달러의 아이폰 가격에서 중국이 가져가는 건 2달러에 못 미친다. 애플이 훨씬 큰 가치의 무형자산을 가진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들이 제품을 많이 만든다.

물건은 열심히 만들지만 적지 않은 부가가치가 특허료 명목으로 외국으로 흘러간다. 미국에 상장된 특허괴물(NPE) 수익의 40%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받은 돈이다. 그만큼 무형자산의 가치가 중요하다. 이런 산업 변화기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잡아보자는 생각에서 만든 상품이다.”

특허에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건가.

“특허는 다른 업체가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 특허가 많으면 그만큼 독점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펀드는 특허가 많은 중견·중소기업에 투자한다. 지금까지 증권업계에서는 특허의 가치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성장주든 가치주든 자산 개념의 사고로만 분석하고 투자했다. 가령 국내 가치주 펀드라면 미국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투자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형자산을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책 도둑은 바늘 도둑이 아니라 소 도둑’이다. 아이디어 하나가 기업의 가치를 좌우한다.”

올해 IBK운용의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이 34%로 높았다. 비결이 뭔가.

“대부분의 자산운용사가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일종의 기준을 정해놓고 시황에 따라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IBK중소형주 펀드는 모델 포트폴리오를 따르기보다는 직접 기업을 찾아가 눈으로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이 점이 수익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중소형주의 실적은 상반기 중소형주의 강세 덕을 본 측면도 있다.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변했는데 앞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이 대만 중소기업에 비해 낮다. 투명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지만 이미 경쟁에 노출됐다는 측면에서 큰 영향은 없다고 본다. 이유는 거래처다. 대만 기업의 대부분은 중소 부품회사다. 대기업이 드물다. 이들 중소기업은 자국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거래한다.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는 이들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효과가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국내 거래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경쟁력이 생기지 않고 성장도 더디다. 그런데 최근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 비중도 줄이는 추세다. 기술력 좋은 국내 중소기업의 가치가 대만에 뒤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향후 성장을 점칠 수 있다.”

수급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국내 증시에는 3대 투자 세력이 있다. ‘환율 하나 보고 오는 외국인’ ‘탐욕에 약한 개인’ ‘합리적이지만 수동적인 기관’이다. 규모가 가장 큰 외국인 투자가는 환율만 보면 된다. 그들이 종목을 고르는 이유도 단순하다. 일등주거나, 수출이 많거나, 산업 구조상 망하지 않는 기업 등이다.

개인투자자는 외국인투자가만큼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일부 재료로 ‘베팅’하는 과감함이 있다. 기관은 외국인투자가나 개인투자자처럼 ‘베팅’을 하지 못한다. 베팅을 못 하는 기관투자가는 전문화된 개인투자자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비교적 노출이 적고 경쟁력 있는 중소형주를 계속 발굴해야 한다.”

원고엔저 현상이 변수가 됐다. 증시에 미칠 영향은.

“한국 경제가 좋은 신호를 보이자 외국인 투자가가 들어오면서 원화 강세가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는 자기가 들어오면 주가는 오르고 환율은 떨어지니까 환차익까지 얻고 나가는 셈이다. 당분간 이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환율은 양적완화 움직임과 맞물린다.

달러가 강세로 가면 한국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내년 상반기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때 방향이 잡힐 것이다.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극복 못할 변수는 아니다. 엔저의 영향은 더 제한적이다. 엔저가 우리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관점에서는 주가가 빠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대기업들의 엔저 걱정은 예전만큼 크지 않다. 나름의 자구책과 경쟁력이 있다. 관광수지에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대부분의 공장이 해외로 나간 제조업의 영향은 미미하다. 환율은 금융시장을 통한 헤지(위험 회피)도 돼 있다.”

내년 증시의 최대 변수는.

“금리정책이다. 그간 경기가 그나마 올라온 이유는 정부의 예산 집행 효과다. 그러나 금리정책에 따라 앞으로 저성장 늪에 빠질 위험이 있다. 화폐는 한낱 종이에 불과하다. 여기에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부여한 거다. 그리고 그 가치를 정하는 게 돈의 가격, 즉 이자율이다. 따라서 금리정책이 중요하다. 특히 내년 경제 흐름에서는 금리의 향방이 중요하다.”

내년 증시 전망은.

“집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집값이 오르면 주가가 오른다. 이건 모든 나라가 똑같다. 부동산 상승 효과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식으로 자산이 이동한다. 이런 측면에서 내년에는 주가 상승을 기대한다.”

그래도 옥석을 가려야 하지 않겠나.

“무형자산을 가진 서비스 업종이다. 2002년 이후 시가총액에서 서비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상장사가 늘기도 했지만 가치 자체가 커진 것이다. 또 한국 기업의 유형자산 대비 무형자산의 비중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한국전력보다 많다. 그런데 자산은 한국전력이 146조, 네이버는 2조9000억원이다. 이처럼 무형자산을 가진 기업의 가치에 대해 시장이 눈 뜨고 있다.”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하나.

“장기 채권은 금리가 비싸다. 위험을 감수한 댓가다. 반대로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는 낮다. 주식시장도 똑같다. 짧은 주기의 투자를 하면 수익도 준다. 장기 투자가 유리한 이유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이유는 간단하다. 거래를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 사면 어떤가. 오르면 올라서 팔고 싶고, 내리면 내려서 팔고 싶어진다. 그만큼 거래 시스템도 열려 있다. 그렇다고 거래를 많이 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부동산은 거래 기회가 적어 장기 투자 효과를 보는 셈이다. 거래를 줄이고 꾸준히 투자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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