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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 싸늘한 투자심리 돌리긴 역부족

Real Estate - 싸늘한 투자심리 돌리긴 역부족

박근혜정부 주택 공약의 소폭 방향전환에 불과 … 공유형 모기지 물량 확대는 주목할 만
전국 주택 전셋값이 15개월 연속 상승해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61.6%에 이른다고 한국감정원은 발표했다. 0.9%로 상승폭이 가장 큰 대구시 수성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주민들이 유리창에 붙어 있는 아파트 매매물건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는 12월 3일 행복주택 공급물량 축소, 공유형 모기지 물량 확대, 전세 안심대출 도입 등을 담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 후속 조치를 내놨다. 매매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올들어 4·1 대책과 8·23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주택 거래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고,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등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국회에 계류 중인 취득세 영구 감면이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등의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이런 상황이라 이번 대책은 시장심리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후속조치가 시장 상황을 급반전 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대책이라기보다는 박근혜정부의 대표 주택 공약인 행복주택과 목돈 안 드는 전세 등의 폐기 또는 약간의 방향전환을 선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행복주택 공급 물량 대폭 축소실제로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서민 주거 공약인 행복주택 공급 물량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20만 가구의 행복주택을 건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14만 가구로 축소하고 애초 철도부지와 유수지 등 국·공유지에 한정된 사업 대상지를 도시재생용지와 공기업 보유 토지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시범지구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진행이 차질을 빚는데 따른 궁여지책이다.

정부는 서울 오류·가좌지구를 비롯해 목동·송파·잠실·공릉과 경기 안산 고잔 등 7개 시범지구를 지정했지만 목동·송파 등은 주민 반대가 극심해 지구지정조차 하지 못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후속 조치 발표 이튿날 목동지구를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했으나 별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12월 5일로 예정됐던 5개 지구 지정을 연기했다. 행복주택을 덜 짓는 대신 줄어든 6만 가구는 국민임대주택으로 대체 공급된다.

8·23 대책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공유형 모기지 물량을 1만5000여 가구로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전세의 매매전환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유형 모기지는 서민들이 전용면적 85㎡, 시가 6억원 이하 집을 살 때 연 1%대의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집을 팔 때 생기는 수익이나 손해를 정부와 나눠 갖는 대출 방식이다. 올 10월에 대출 대상자 모집 때 상품 출시 한시간 만에 5000여명이 몰렸다.

이를 통해 2276명이 대출약정을 했다. 그중 86%가 보증금 2억원 이하의 전세 또는 보증부 월세에 거주하는 무주택 서민으로 나타났다. 대출 신청은 12월 9일부터 가능하다. 지원 조건과 상품 구조는 기존 시범사업과 동일하다. 부부 합산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가 대상이다. 수도권과 광역시 소재 전용 85㎡ 이하나 6억원 이하의 기존 주택 및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시세차익이 있을 경우에 기금과 수익을 공유하는 ‘수익 공유형’은 2억원 한도, 소득의 4.5배 이내에서 집값의 70%까지, 수익과 손실 모두를 공유하는 ‘손실 공유형’은 같은 조건으로 집값의 4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수익 공유형의 금리는 연 1.5%며, 손익 공유형은 최초 5년간 연 1%, 이후부터는 2%의 고정금리가 각각 적용된다.

대출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더라도 같은 단지 내 같은 면적 매물을 30일 이내에 구하면 대출이 가능하다. 형평성을 위해 공유형 모기지 신청 횟수도 연 2회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기금 관리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본 사업 물량은 수익 공유형 위주로 집행하고, 손실 공유형은 전체 대출 규모의 20%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국민주택기금의 ‘서민 주택구입자금’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우대형’으로 이원화돼 있던 저리 주택구입 지원 자금을 하나로 통합한다. 이로써 보금자리론 우대형으로 연 3.3~4.05%의 이자를 냈던 서민들은 2.8~3.6%의 낮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민들이 집을 살 때 빌릴 수 있는 정부 자금은 올해 수준인 약 11조원으로 유지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정책금융이 수요자와 리스크를 공유하는 등의 맞춤형 모기지를 확대하면서 공급자 중심의 경직적인 민간 모기지론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금 안심대출’은 정부가 8월에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Ⅱ’을 확대·발전시킨 상품이다. 전세대출에 반환보증을 결합한 것으로, 급등하는 전셋값에 따른 목돈 부담을 덜 뿐 아니라 ‘깡통 전세’ 등의 문제로 보증금을 떼일 우려를 없애기 위한 안전장치를 강화했다. 우선 세입자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대한주택보증에 전세금반환채권을 양도해야 한다.

대한주택보증은 세입자에게 전세금반환보증을 제공하고, 이 보증에 따라 은행은 더 싼 금리로 임차인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해주게 된다. 쉽게 말하면 경매 등을 원인으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경우 대한주택보증이 은행 대출금액을 대신 갚고 차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또 세입자가 생활고로 이자 상환을 연체한 경우에도 대한주택보증이 원금과 이자를 은행에 대납해주기 때문에 신용불량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계약이 종료되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 중 대출 금액을 반환하고 나머지 돈은 돌려받게 된다.

이밖에 하우스푸어 대책인 ‘희망 임대주택리츠(리츠에 집을 팔고 5년간 임차료를 내고 그 집에 사는 제도)’는 내년에도 1000여 가구를 신청 받기로 했다. 85㎡ 이상의 중·대형 주택도 해당하도록 면적제한을 풀기로 했다. 도태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추진 가능한 후속조치를 내놨기 때문에 주택시장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세금 안심대출은 전세난 가중시킬 수도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핵심 부동산 법안이 모두 국회에서 잠자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후속조치가 얼어붙은 시장 심리를 녹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취득세 감면 등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게 이번 후속조치의 배경”이라며 “알맹이가 빠진 상태에서 시장심리가 개선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써버린 셈이어서 후속조치 발표 후에도 시장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정부의 무기력한 모습만 드러내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게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후속조치에서 한층 강화된 전세대출 확대 방안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자칫 매매수요 회복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 정도로, 이번 조치에 포함된 전세금 안심대출을 이용할 경우 금리가 3.7%대로 떨어진다. 전세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전세대출 금리가 더 낮아지게 되면 구매심리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고려해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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