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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INVESTING - “할리우드에 진출하는데…”

MONEY&INVESTING - “할리우드에 진출하는데…”

영어 잘하는 개그맨으로 제2의 인생을 사는 김영철을 위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새로 짰다.
개그맨 김영철은 틈틈이 외국 잡지를 읽는다. 촬영 장소는 목동 SBS 신사옥 근처 공원.



송준호 메트라이프 HO&F 지점장은 자산관리 업계의 스타 재무설계사(FP)다. 이곳은 전국 110개 지점 중 운용자산 규모 1위다. 500여 명 개인 고객을 보유한 송 지점장의 힘이다. 이 중 40여 명은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다. 그 중의 한 사람을 소개한다.

11월 19일 오전 9시 서울 목동 SBS 신사옥 1층에 들어서자 캐주얼 차림에 검정 가방을 맨 개그맨 김영철(39)씨가 먼저와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6시 SBS 파워FM ‘김영철의 펀펀투데이’를 진행한다. 이틀 후면 진행을 맡은 지 2년이 된다. 지각해서 방송 사고를 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가 가방에서 손바닥만한 크기의 은색 수첩을 꺼내 보여줬다. 매일해야 할 일과 약속이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약속을 잊지 않도록 일요일 저녁마다 메모하는 게 습관이 됐다.

가수 보아와 하춘화 성대모사로 웃음을 준 그는 요즘 영어 잘하는 개그맨으로 주목 받는다. 그는 “영어로 인생이 바뀔 줄은 몰랐다”고 했다. “2003년 7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코미디 페스티벌’에 다녀온 후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방송이 별로 없던 시기라 영어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꾸준히 영어학원을 다녔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두 가지가 10년째 영어 학원을 다니는 것과 담배를 끊은 일이에요.” (웃음)

영어에 자신감이 붙을 무렵 예상치 못한 기회들이 찾아 왔다. 2005년 아리랑국제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활동했고, 계원조형예술대에서 교양과목인 기초 영어를 강의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써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2007년 이후부터 그만의 영어 공부 노하우를 담은 『뻔뻔한 영철영어』 시리즈를 내놨다. 지난해에는 『치즈는 어디에?』와 『개구리와 키스를』 두 권의 번역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영어가 제2의 장기이자 무기가 됐다”고 자랑했다. 무기로 단련하는 데는 ‘뻔뻔함’이 가장 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영어를 익히려면 두려움을 없애야 해요. 적극적으로 배우고 말해야 실력이 늡니다. 언어 배우는 데 딱 맞는 체질인 거 같아요. 실수하고 낯부끄러운 상황에 부닥쳐도 뻔뻔하게 영어로 얘기합니다. 해외가면 무작정 현지인과 대화를 하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가 익숙해집니다.”

책을 낸 이후에는 강연 요청이 늘었다. 그의 성공적인 영어 도전에 청중의 관심이 많다. 매주 한 번은 강연이 있다. 취재가 있던 날도 오후에 경남 울산에서 강연이 있었다. 김영철씨는 “강연이 재미있다”고 얘기했다. “사람들과 가깝게 소통하는 기분이에요. 열심히 듣고, 공감하는 모습에 오히려 힘을 얻어갑니다. 누군가 강연은 영혼을 심어주는 거래요.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있잖아요. 그 얘기를 듣고나서 더 열정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는 1999년 KBS 14기 공채 개그맨이 됐다. 두 번 떨어지고 세 번째 붙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교내 명물이었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까지 그의 재치있는 유머를 좋아했다. 교사들이 개그맨이 되라고 권할 정도였다. 그 역시 사람들이 그의 유머에 웃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했다.

요즘 그는 영어 공부에 더욱 열을 올린다. 새로운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영어 사업에 참여했다. 스쿨뮤즈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들이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연극이나 뮤지컬을 활용했다. 라이언킹·오즈의 마법사 등 유명 뮤지컬을 보며 공부하는 방식이다. 연말께는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유튜브에서 조회수 60만 건을 기록한 동영상 ‘K타운 카우보이즈’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미국 한인타운의 얘기를 담았다. 영화에 조연으로 참여한 그는 12월 13일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영화 촬영을 시작으로 미국 방송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한 방송사와 프로그램을 논의 중에 있다.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그는 유독 재테크를 어려워한다. 자금 관리는 전적으로 전문가에게 맡겼다. 송준호 지점장은 2004년부터 그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관리했다. 그는 종종 ‘재테크 달인’이라고 불리는 개그맨 김생민에게도 자문한다. 그의 도움으로 서울 신당동 집을 좋은 조건에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곳에서 10년을 살다가 최근 청담동으로 이사했다. 오래 머문만큼 이삿짐이 한가득이었다.

그는 “구입한 물건을 잘 쓸줄 아는 것도 재테크의 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얘기했다. “평소 물건을 잘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편이에요. 이삿짐을 꺼내보니 상당수가 더 이상 못 입거나 못 쓰겠더라고요. 계획적으로 쇼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번 기회에 물건들을 정리해서 불우이웃 단체에 보냈어요. 앞으로는 꼭 필요한 물건만 간추려서 쇼핑할 계획이에요.”

송지점장은 10년 뒤를 준비하는 계획을 세웠다.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신도 모르게 새나가는 돈이 없도록 단기자금으로 방치되는 비중을 줄였다. 우선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유동성 자금을 운용했다. 김영철 씨는 해외에도 자주 나가는 편이다. 평균 출국 횟수와 지출 비용을 고려해 자금을 준비하는 해외출장용 통장을 만들었다. 당장 계획은 없지만 결혼을 위한 자금도 준비해뒀다. 이미 부동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혼준비 자금은 거치식 펀드로 굴렸다.



‘100 - 현재 연령’ 주식투자 원칙으로 노후 준비특히 노후 준비에 공을 들인다. 개그맨 역시 스포츠 스타처럼 일정 기간 돈을 벌기 때문이다. 수입이 집중되는 시기에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노후에 편안할 수 있다. 2004년부터 변액유니버셜 보험에 자금을 넣었다. 이 보험은 주식 투자 비중이 커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10년 이상 유지 시 보험차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김영철 씨는 올해부터 비과세 대상이다.

송준호 지점장은 “20~30대는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아도 부담이 적지만 40~50대부터는 자산을 점차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투자할 때는 ‘100-현재 연령’원칙을 고려해야 합니다. 100에서 본인 나이를 뺀 만큼만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는 겁니다. 39세인 영철 씨는 61%만 주식형 상품에 넣고 나머지 39%는 예·적금 등 금리상품이 안전합니다. 목돈이 생길 때마다 거치식 연금에 가입해 노후를 준비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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