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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 금융 국제화의 첨병

FINANCE - 금융 국제화의 첨병

현대캐피탈은 미국·중국·인도 등지를 거점으로 자동차 금융 서비스 사업을 펼친다. 비즈니스 파트너로는 GE와 산탄데르은행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어바인에 있는 현대캐피탈 아메리카.



6억3620만 달러(약 6788억2540만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해외영업점(지점·현지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이다.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금감원은 4월 ‘2012년 중 국내은행 해외영업점 실적분석 및 현지화지표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내 경기침체 및 저금리 상황 지속에 따라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점을 감안해 해외 진출 확대 등을 통한 영업기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국내 금융사가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치밀한 준비와 체계적 접근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금융사가 있다. 바로 현대캐피탈이다.



7개국 8곳에 합작법인 등 진출핵심 사업 부문은 ‘자동차 금융’이다. 자동차 금융은 고가의 자동차를 살 때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이 같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80%가 넘는다.

해외 진출에 앞서 ‘전략적 중요성’과 ‘진출 용의성’이라는 핵심 기준에 따라 현지 상황을 분석했다. 전략적 중요성에는 시장 규모와 지리학적 위치, 모회사인 현대·기아차의 상황 등이 담겨 있다. 진출 용의성은 정부 규제와 금융 인프라, 해당 지역 내 경쟁업체의 상황 등을 총괄적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민족과 언어, 경제력, 현지 자금조달 경쟁력, 세부적인 현지 시장상황과 실행역량, 현지 현대·기아차 판매 기업과의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을 추가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해 매트릭스화했다.

앞서 언급한 분석 결과가 도출되면 사업 형태를 결정한다. 현지 금융사에 현대·기아차의 공식 제휴 금융사 자격을 부여하고 수수료를 받는 ‘PL(Private Labeling)’ 형태, 현지 금융사와 합작법인(JV, Joint Venture)형태, 단독 법인 설립 등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한다.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금융 서비스는 미국·중국·유럽·인도·브라질 등 7개국(8개 거점)에 진출했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경우 2008년 52억4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금융여신자산이 지난해 171억5000만 달러를 넘어서 4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억2460만 달러(약 3699억 원)를 기록해 5년 만에 19배가량 성장했다. 지난해 이용 고객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현대캐피탈 영국’은 출범 1년 만에 자산 1조 원을 돌파했다. ‘현대캐피탈 중국’은 지난해 9월 중국 자동차 금융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대캐피탈은 글로벌 비즈니스 초기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인 금융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비즈니스 노하우 등을 습득하고 있다. GE는 현대캐피탈의 최초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다. 2004년 GE가 43%의 지분 투자를 통해 현대캐피탈과 합작 계약을 했다. 두 회사는 재무와 리스크관리·금융상품·정보기술(IT)·기업문화 등 전방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서로의 장점과 업무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GE의 손이 못 미치는 지역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유럽 최대 은행 산탄데르를 선택했다. 영국·독일·브라질 등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자산 1800조원의 세계적인 금융사다. 특히 정교한 마케팅과 리스크관리 역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빛을 발했다.

2009년 현대캐피탈은 산탄데르와 합작계약을 했다. 독일에서 첫 유럽법인 설립을 준비하면서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는 현대캐피탈 영국을 합작법인으로 설립했다. 이 밖에도 ‘소시에떼 제네랄’ ‘BNP 파리바’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활발한 비즈니스를 펼친다.

외부와의 제휴 못지 않게 현대캐피탈은 내부 시스템을 갖추는 데도 신경 쓴다. 올해 도입된 자체신용평가 시스템 ‘글로벌 리스크 밴드(Global Risk Band)’가 대표적이다. 금융 회사의 신용평가 체계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은 나이스(NICE), 미국은 피코(FICO), 영국은 델파이(DELPHI)를 사용한다. 이렇다 보니 세계 각 지역 거점의 리스크관리 담당자들은 다른 지역의 리스크관리 시스템과 현황뿐만 아니라 전체 글로벌 비즈니스의 체계적인 리스크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글로벌 리스크 밴드를 도입해 전 세계 현대캐피탈에서 동일한 신용평가 등급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각국의 리스크 관리 등급과 현대캐피탈 고유의 리스크관리 체계를 활용하고 각 거점지역 간 금융환경의 차이도 지표에 반영했다. 따라서 각 지역의 리스크관리를 보다 세밀하게 운영하고, 전체 해외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동일한 체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우수 사례와 리스크관리 기법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

올해 개발한 ‘글로벌 인덱스(Global Index)’를 통해 각 해외 거점지역 법인 현황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알 수 있다. 글로벌 인덱스에는 각 해외 법인 별로 자본금과 자산, 인수율, 세전이익, 자산 레버리지 등 주요 경영 수치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또한, 일반적인 경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업·재무 관련 수치뿐만 아니라 리스크 등도 표시돼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IT와 오퍼레이션 등 다양한 영역의 핵심 지표를 추가하고, 정성적인 부분까지 포함시킬 계획이다.

‘프로덕트 툴 박스(Product Tool Box)’도 올해 새롭게 도입했다. 현대캐피탈 글로벌 상품 백과사전과 매뉴얼이다. 세계 각 거점지역 별로 상이한 상품 개념을 표준화하고 전세계 현대캐피탈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담았다. 이는 상품 개념을 잘못 이해해 발생하는 오류를 줄이고 세계 각지역의 거점에서 성공한 상품을 서로 벤치마킹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상품을 판매할 때도 현대캐피탈은 나라별로 접근법을 달리 한다. 미국 고객은 복잡한 상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대캐피탈은 단순한 구조의 원리금 균등 상환 상품을 주로 판매한다. 할부금융이 발달한 영국에서는 통상 60개월 할부상품이 주로 판매된다. 현대캐피탈은 차량의 잔가를 보장해 월부담액을 최소화한 잔가보장할부 상품으로 영국을 공략했다.

이 상품은 36개월 할부로 제공돼 60개월일때보다 차량 재구매 주기를 앞당겼다. 중국에서는 고정소득이 있는 고객을 상대로 가장 기본적인 원리금 균등 상품을 출시해 주력 차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한다. 중국은 금융이용율이 낮은 편이다. 현대캐피탈은 중국 내 신용 우량 고객 위주로 무이자 원금 균등 상환 상품을 출시해 자동차금융이 자동차 구매의 또 다른 방식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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