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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때 팔아야 살아남는다”

“제 때 팔아야 살아남는다”

금융당국 제2 동양사태 방지 총력 부실기업 관리 더욱 엄격할 전망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 집단의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고 있는 데는 금융당국의 의중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STX와 동양그룹 사태가 되풀이 되면 박근혜정부에도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의 진통은 부실기업이 아니라 금융당국에 더 큰 경각심을 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STX·동양그룹 사태로 책임론에 휘말린 금융당국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비슷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재무구조 취약 기업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더 이상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미뤄온 기업 구조조정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부그룹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은 금융당국과의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김준기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동부하이텍을 마지막까지 매물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강한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측은 이에 대해 “동부그룹의 경우 구조조정을 너무 오래 끌고 온 측면이 있고 구조적으로도 한계에 왔다고 판단해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사업을 신속히 정리하도록 유도했다”고 반박했다.

당국의 확고한 방침은 동부에 이어 한진해운 등 ‘다음 차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주채권은행을 적극 독려해 부실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당시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부그룹을 포함한 현안 기업들의 자구계획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채권은행·금융감독원과 함께 (대기업의) 적극적인 자구책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당시 “주채권은행이 국책은행이라 어느 때보다 책임이 크다”며 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간 동부·한진·현대그룹은 모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산업은행은 해당 기업에 강도높은 선제적 자구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속출한 것일 뿐 특별한 정책적 의도나 기조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기업 구조조정을 두고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STX나 동양그룹 사태는 이명박 정부로 책임을 미룰 수 있지만 앞으로 있을 부실기업의 좌초는 현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관리는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새해 금융감독 방향을 제2의 동양사태 방지로 잡았다. 지난해 12월 31일 ‘2014년 금융감독 어젠다’를 설정하고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선제 감독과 검사를 통해 부실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금융감독 당국은 정부의 강한 압박으로 기업이 서둘러 자산을 매각할 때 따라붙는 헐값 시비도 일축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제 값을 받고 파는 것보다 제때 팔아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며 “그것이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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