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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당분간 코스닥시장으로 대피

Stock - 당분간 코스닥시장으로 대피

기업 실적 둔화 우려로 대형주 중심 유가증권시장 정체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본관 앞에서 열린 증시대동제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등이 참석했다. 황소까지 등장시켜 활황을 기대했지만 연초 국내 증시는 부진한 모습이다.



만족스런 시작이 아니었다. 새해 첫 일주일 동안 주가가 5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연초 한 주간 주가가 그 해 시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걸 감안할 때 실망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락 요인으로 몇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환율. 원고-엔저 탓에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 거란 우려가 커졌다. 지금도 원화 절상이란 재료가 유지되고 있다. 달러 유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무역흑자를 포함해 650억 달러 넘는 자금이 들어왔고, 올해도 400억 달러 이상 유입될 걸로 전망된다.

아베노믹스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이 엔화 약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된다. 정책은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효과가 날 때까지 계속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베노믹스를 시작할 때 2% 물가 상승과 경기회복을 목표로 했던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때까지 엔화 약세 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원화 강세 때 주가 오른 적도 많아원화 강세가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1985~89년 사이 주가가 150에서 1000포인트로 상승했다. 3저 호황과 우리 경제 사상 처음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한 덕이었다.

당시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850원에서 650원으로 올랐다. 그나마 원화 강세를 200원 정도로 막을 수 있었던 건 당시 환율제도가 관리변동환율제로 지금보다 중앙은행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였다.

2004~2007년도 마찬가지다. 주가가 900에서 2050포인트로 상승하는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950원,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750원을 기록하는 강세를 보였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도 원화 강세와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변동환율제가 정착된 1985년 이후 28년 동안을 보면 ‘원화 강세-주가 상승’이 나타난 기간이 ‘원화 약세-주가 상승’이 나타난 기간보다 훨씬 길었다. 이렇게 환율과 주가의 관계는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원화 강세 역시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형태만은 아니다.

그럼 왜 일반 인식과 달리 원화 강세 때 주가가 상승했을까?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원화 절상보다 절하가 기업채산성에 도움이 되는 게 분명하다. 문제는 절하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대개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절하가 나타난다.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이 원화 절하 효과를 압도해 주가가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경기 회복에 따라 원화 절상이 나타난다면 주가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른 요인, 예를 들어 달러화 유입이나 금리 인상 때문에 절상이 이루어진다면 시장에 부정적이다. 최근 원화 절상이 국내 경제 성장 때문인지 아니면 외부 요인 때문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힘들다. 둘의 영향이 합쳐진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따라서 과거 원화 절상 때처럼 주식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상황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체 상장기업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까지 커졌다. 작년 하반기 실적의 특징은 경기와 기업 이익 간 전통적인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거시변수가 바닥을 친 후 1분기 정도가 지나면 이익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반년이 지나도록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 정도가 완만해 좀처럼 기업 이익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삼성전자가 다시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는 호황을 맞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익 증가보다는 언제쯤 둔화가 멈출지를 가늠하는 게 먼저다. 부문별 4분기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의 고가 핸드폰이 포화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신규보다 교체 수요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구조적 변화가 이익 증가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이 때 주가는 실적보다 더 큰 변동을 보이는데 이동통신산업의 경우가 그랬다. 2000년을 전후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급증했다. 당시보다 지금의 이익 규모가 더 크지만 주가는 훨씬 낮았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때문이었다. 이와 유사한 형태가 스마트폰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전체 상장기업의 이익 역시 늘어날 구조가 아니다. 중국 특수같이 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없고, 더 이상 기업이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향유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해운 같이 호황기 때 생긴 과잉 설비나, 건설업 같이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부실 요인 확대로 고통을 겪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이외 기업의 이익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이익이 작년보다 분기별로 1조 가량 줄어들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전체 상장기업의 이익이 작년에 못 미칠 수 있다.

작년 말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를 경신했지만 코스피 지수는 2000선 안착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2050포인트에서 천정이 확인된 셈이 됐다. 상황이 좋은 데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할 경우 반대로 조건이 조금만 나빠져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작년 12월 이후 외국인 매도가 늘어나거나 선진국 시장이 후퇴할 경우 해당 시장보다 우리가 더 크게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 부담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상황 좋을 때 오르지 못하면 요동칠 가능성상승에 대한 자신감 결여로 당분간 시장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회복이 지금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가격을 통해 심리적 부담을 해소할 수 밖에 없어서다.

이런 가운데 유가증권을 대신해 코스닥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성적을 봐도 유가증권시장이 3% 넘게 하락한 반면 코스닥시장은 5% 가까이 상승했다. 각종 테마에 대한 반응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기대가 더 커졌다. 두 시장의 모습이 달라진 건 유가증권시장이 정체에 빠진 때문이다.

실적 둔화 우려로 상당수 대형주가 발목이 잡혀 시장이 대안을 계속 찾는 상황이다. 같은 형태가 좀 더 이어질 걸로 전망된다. 작년 5월처럼 시장이 중소형주로 전면 재편되지는 않겠지만 하락 폭의 상당 부분을 메우는 건 가능하다. 시장이 약해졌지만 중소형주를 움직일 정도의 유동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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